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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18 06: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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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오른팔, 사정 칼날 대상에 올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게 될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시진핑 주석의 오랜 친구이자 ‘오른 팔’이었던 왕치산(王岐山·74)이 사정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의 사정 칼날이 오랜 친구인 왕치산 국가부주석도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10년간 끊임없이 진행돼온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칼날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그 대상에 왕 국가부주석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의 사정 칼날이 오랜 친구인 왕치산 국가부주석도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10년간 끊임없이 진행돼온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칼날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그 대상에 왕 국가부주석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왕 부주석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 대회 개막식의 주석단 상무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불참했다”면서 “그는 지난 13일 카자흐스탄 방문 후 귀국한 탓에 방역 규정을 적용받아 10일간 격리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당 대회 불참과 관련한 또 다른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은 그러면서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이하 기율·감찰위)가 왕 부주석의 친구와 조카를 부패 혐의로 조사하며 구금 중”이라고 전했다.


[시진핑의 오른 팔, 왕치산의 위기]


사실 시진핑 주석은 왕치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오늘날의 시진핑 권력은 사실 왕치산 국가 부주석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시진핑은 절대적으로 왕치산에 의지해 왔다.


왕 부주석은 청년 시절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 때 5살 적은 시 주석을 만나 우정을 이어오다, 2012년 18차 당대회 때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하면서부터 공산당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로 발탁돼 시진핑의 권좌를 든든하게 다지기 위한 '반부패 호랑이' 사냥을 벌였는데 이 캠페인을 이끈 이가 바로 왕치산이었다.


그뿐 아니다. 왕치산은 중국의 금융 위기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 때도 맨 앞에 서서 위기를 타파해 간 시진핑의 해결사였다. 그러다가 지난 2017년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67세 잔류, 68세 은퇴)에 걸려 은퇴했지만, 시진핑은 그를 다시 불러내 이듬해 3월 의전 서열 8위의 국가부주석으로 부활시켰다. 그만큼 시진핑에게 있어 왕치산은 ‘입속의 혀’와 같은 오른 팔로서 역할을 해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패혐의에 걸려든 왕치산의 수족들]


그러나 중국에서는 권한이 막강하면 막강할수록 부패와는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된다. 중국 체제가 원래 그렇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경유착'이 심한 중국에서 왕 부주석에게 늘 '부패 의혹'이 따라다녔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반부패 캠페인의 선봉에 섰던 왕치산의 수족들이 바로 그 부패혐의로 체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7년 19차 당대회 때 실권을 쥔 상무위원 자리에서 물러난 후 상징적 지위인 부주석에 임명되고나서 왕치산 주변 인물들에 대한 부패 조사가 잇따랐다. 왕치산이 가지고 있던 막강한 힘을 잃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WSJ은 이에 대해 “왕 부주석의 친구이자 부동산 재벌인 런즈창 화위안(華遠) 그룹 회장이 2020년 베이징 제2중급인민법원에서 횡령, 뇌물, 공금 유용, 직권 남용죄로 18년형과 420만 위안(약 7억2천여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런즈창이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의 코로나19 대처를 비판했다가 숙청됐는데, 이는 왕 부주석의 영향력이 쇠퇴한 징후였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어 “런즈창에 대한 법원 선고가 있은 지 2주 후에 이번에는 왕 부주석의 최측근인 둥훙(董宏) 중앙기율위원회 중앙순시조 부조장을 조사한다는 내용이 공개됐다”고 덧붙였다.


둥훙은 4억6천만위안(약 920억원) 뇌물 수수 혐의로 기율위 조사를 받은 뒤 기소돼 1심을 거쳐 2심에서 사형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사형 집행유예’란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중국 특유의 사법 제도다.


지난해에도 왕 부주석과 친분이 깊은 하이난성의 재벌인 HNA그룹의 천펑 회장을 구금했으며, 이와 관련해 왕 부주석의 조카이자 HNA그룹의 고위 간부인 야오칭을 구금 조사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2일에는 왕치산의 수족인 푸정화(傅政華) 전 사법부장(장관)이 체포됐다. 그는 왕치산이 베이징 시장을 할 때 공안국 부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0월 13일부터는 중앙기율위의 중앙순시조가 25개 금융기구 조사를 시작했다. 중앙기율위의 중앙순시조는 한마디로 현대판 암행어사라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조직이다.


그런데 이들 조직이 중국의 금융기관들을 감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그 금융기관들을 총괄하는 책임자, 곧 금융부총리가 바로 왕치산이었고, 그로 인해 금융기관들은 사실상 무풍지대였는데 이번에 전면적인 사정 대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왕치산이 결국 무너져 내린 것은 바로 이 중앙기율위의 금융기관 사찰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와중에도 왕치산은 공직 사퇴를 하지 않은 채 잘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중국을 대표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읍참마속인가, 토사구행인가?]


WSJ은 “기율·감찰위의 조사를 받고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물러난 고위급 인사들이 지난해 약 62만7천 명에 달했는데, 이는 2012년의 4배에 달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를 계기로 집권한 시 주석이 강도 높은 반부패 캠페인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어 “시 주석이 부패 호랑이잡이를 명분으로 비게 되는 고위직에 측근을 임명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해왔다”면서 “집권 전 후진타오·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배경으로 한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과 태자당의 견제를 받은 시 주석이, 반부패 캠페인으로 중국 공산당의 실질적인 권력인 중앙위원회에 자신의 지지 세력을 꽂았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중앙위원회에 대해 시 주석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조직이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당의 최고 영도기관은 당의 전국대표대회와 그것이 만드는 중앙위원회"라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지금 열리고 있는 당대회에서 각 지역과 부문별로 선출된 20차 당 대회 대의원 2천296명이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새 중앙위원 200여 명을 선출하게 된다.


바로 이 중앙위원들 가운데서 중앙정치국 위원과 국무위원, 각 성과 주요 도시 당정 책임자, 중앙 각 부처 주요 책임자, 중앙 군사위원회 위원 등 장관급 이상의 고위 인사들이 포함되는 데 이들이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을 호선하고, 그 가운데서 7명의 상무위원이 추려진다.


WSJ은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정적에 대해선 수백 페이지의 증거를 조용히 모으라고 지시한 뒤 옥죄는 스타일”이라면서 “이번 당대회에서도 시 주석은 업무보고를 통해 부패는 당의 생명력과 전투력을 위협하는 최대 악성종양이고 부패척결은 가장 철저한 자아혁명이라고 강조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런 측면에서 왕치산 부주석은 어찌 보면 ‘읍참마속(泣斬馬謖;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을 가리킴)’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왕치산 입장에서는 토사구팽(兎死狗烹;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WSJ은 이에 대해 “시 주석이 자신의 오랜 친구인 왕치산마저 면밀히 조사함으로써 잠재적 경쟁자나 세력들을 해체하고 반대자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해석했다.


특히 그동안의 중국 관행을 깬 3연임을 통해 사실상 장기독재의 길로 가는 시 주석의 입장에서는 내부의 반대세력들이 강하게 적대할 수도 있기 떄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왕치산에 대한 토사구팽론과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 WSJ은 “왕치산 부주석이 당연히 시진핑에게 도전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시진핑과 무관하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사정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왕치산을 시진핑이 토사구팽을 한 것일 수도 있고, 읍참마속으로 왕치산에 대한 사법처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쪽으로 흐르건 간에 왕치산 사정작업은 앞으로 중국내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진핑 3기를 맞아 공안통치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 주석의 3기가 그리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러한 분위기 타파를 위해 또다시 중국내에서 피바람이 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오직 시진핑을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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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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