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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뒤흔든 反히잡 시위, 흔들리는 권위주의정권 - Z세대의 이란혁명, 세상을 뒤집고 있다! - 확산되는 분노, 이젠 전 세대로 옮겨붙어 - 강력 대응하는 이란 당국, 제재하겠다는 서방
  • 기사등록 2022-10-17 13:45:12
  • 수정 2022-10-17 14: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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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이란혁명, 세상을 뒤집고 있다!]


이슬람 여성들이 반드시 머리에 써야 하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 내 시위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란 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친지를 만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붙잡혔다. '도덕 경찰'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풍속·복장을 단속한다.


지금 이란에서는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여성이 의무적으로 히잡을 써야 하는데, 이렇게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는 나라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면 이란이 유일하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해 형법으로 엄히 처벌하고 있다.


심지어 히잡이 느슨해 앞머리가 보이거나, 목 부분 피부가 드러나게 착용하는 경우에도 단속되며, 발목이 드러나는 치마, 반바지, 반소매,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는 바지도 여성은 입을 수 없다. 아미니의 경우,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해 머리카락이 보여 지도 순찰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로 한 달을 맞는 이란 히잡시위는 그야말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특별한 사례다. 우선 젊은 여성들이 시위의 주축세력인데다 엄격한 사회통제가 이뤄지는 이란에서 이렇게 시위가 오래가는 경우도 드물어서다.


▲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지난 9월 17일 의문사한 아미니의 고향에서 유족들이 억울함으로 호소하면서 시작된 이 시위가 수많은 이들의 분노를 이끌어냈고 이는 전국적인 시위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지난 9월 17일 의문사한 아미니의 고향에서 유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시작된 이 시위가 수많은 이들의 분노를 이끌어냈고, 이는 전국적인 시위로 이어졌다”면서 “특히 이란의 Z세대는 이슬람 공화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오래 지속되는 반체제 시위에서 물러서기를 거부함으로써 국가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지 신문들은 “체포된 시위대 중 10ㆍ20대가 90%를 차지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며, “이란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테헤란대와 샤리프 공과대가 시위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조차도 이번 반 히잡시위에 대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가 올해처럼 광범위하고 긴 기간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며 놀랄 정도이고, “과거에는 정부당국이 과격한 진압을 하면 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흐지부지 됐는데, 이번 경우는 전과는 달리 장기적으로 흘러갈 수 있고, 또한 쉽게 시위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FT는 “이번 시위 자체가 정권의 이념과는 상관이 없는 Z세대가 주축이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세계인들에게 허용되는 자유와 인권, 그리고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라면서 “이란의 경제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이번 시위는 이슬람 공화국 43년 지배사상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이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빈곤과 정치적 부패가 이란 젊은이들의 절망감을 불러 일으켰고, 특히 지난 10년동안 중산층이 37% 이상 감소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젊은이들의 투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젊은이들은 지금과 같은 이란 체제하에서는 번영하는 미래나 재미와 즐거움으로 가득찬 미래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좌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특히 “인터넷 세대인 이란의 Z세대는 그들이 꿈꾸는 미래와 지금의 이슬람 생활방식은 양립할 수 없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이슬람 체제에서 충성파 수백만명을 위해 모든 이란인이 더 이상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확산되는 분노, 이젠 전 세대로 옮겨붙어]


FT는 이어 “Z세대가 이번 시위의 중심이기는 하지만 이젠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시위가 복장의 자유 문제를 넘어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이란 시위대들이 외치는 단어는 3가지, “여성, 인권, 자유!”인데 이젠 시위의 지향점이 정권퇴진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위가 젊은 세대에서 전 연령대로 확산되게 된 배경에는 40여년 전 그들이 누렸던 자유에 대한 추억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팔레비 왕조 시절에는 이란 여성들은 영국 패션 잡지 ‘보그’를 즐겨 읽고, 유럽과 거의 동시에 미니스커트를 입어 ‘중동의 패션 리더’로 불렸다. 당시 히잡은 여성들의 선택사항이었다.


그런데 1979년 팔레비 왕조가 ‘이슬람혁명’으로 무너지고 호메이니 정권이 들어서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종교 원리로 나라를 통치하는 신정(神政) 체제에서 히잡을 쓰지 않는다는 건 복장 문제를 넘어 이슬람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1981년부터는 모든 여성들이 히잡을 쓰도록 강제했다.


이렇게 과거에 복장에 관한한 완전한 자유를 누렸던 기성세대까지 젊은이들의 시위에 합류하면서 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남성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당했다는 공감대가 여성은 물론 각계각층에 폭넓게 확산되면서 이런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1979년 팔레비왕조를 이슬람 세력이 무너뜨릴 때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에너지 산업 노동자가 가세하기 시작하면서 이란 정부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10일 전하는 바에 따르면, “석유 및 천연가스 공업단지 노동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면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 대학가 중심으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에너지 업계 노동자들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어 “한 영상에는 남부 아살루예 부셰르 석유화학공업단지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서 반정부 시위대가 사용하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면서 “이들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가리켜 ‘알리가 전복될 피비린내 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도 외쳤는데, 이는 시아파 고위 성직자를 뜻하는 호칭 ‘아야톨라’ 사용을 거부한 것”이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란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란 혁명 때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경제 핵심”이라며 “대규모 파업이 발생한다면 이란 정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위에 참여하는 노동자 규모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커들까지 시위에 가담하면서 이란 당국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있다. BBC는 “이란 국영방송인 채널 1번(IRIB)와 채널 6번(IRNN)에서 기존 방송이 끊기면서 11초간 해킹 조직이 만든 영상이 방송되는 방송사고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불길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모습이 흑백으로 담겼다. 영상에는 "여성, 삶, 자유" 등을 외치는 소리와 "우리와 함께 일어납시다", "당신의 손아귀에서 젊은이들의 피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등의 자막이 담겼다.


[강력 대응하는 이란 당국, 제재하겠다는 서방]


일단 이란 당국은 강경과 유화책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히잡 의문사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폭력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더불어 시위대 집결을 막기 위해 인터넷까지 차단했다. 또한 이번 시위의 배경에 이란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서방진영(미국·이스라엘)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맹비난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의 시위대 탄압을 비판하면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수십 년간 이란 정권은 자국민의 근본적인 자유를 부정했으며 협박과 강압, 폭력으로 열망을 억압해왔다”면서 “미국은 용기로 세계를 고무시키고 있는 이란의 모든 시민 및 여성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가 히잡 의문사 및 시위 문제로 이란과 대치하면서 교착된 이란 핵 합의(JCPOA)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러서지 않겠다”...이란 사회 달라질까?]


이란 당국이 강경한 시위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이란 국민들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국장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란 당국이 후퇴하지 않는 한 정권의 붕괴까지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히잡 관련 정책 등에서 더 많은 자유를 주는 방식으로 일부 개혁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 번 타오른 불길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란에 새로운 봄이 다가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란에 과연 민주주의의 새벽이 올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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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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