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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리커창 또 반기, 시진핑 면전서 개혁개방 요구 - 시진핑 노선과 리커창 노선의 정면 충돌, 시진핑파 침묵 - 리커창,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모종의 역할 부여받았을 가능성 - 리커창, 시진핑 3기에서 전인대 의장 맡을 가능성 커
  • 기사등록 2022-10-05 12: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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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이나 개혁개방 강조한 리커창]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10월 16일 개막)를 불과 2주 앞둔 지금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시진핑 주석의 면전에서 개혁개방을 강조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 중국 관영 신화사통신은 4일 “리커창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서 20차 당 대회의 중요성을 거론한 뒤 올해 중국이 엄중한 국내외 정세 속에 개혁·개방으로 활력과 동력을 더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통신은 4일 “리커창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서 20차 당 대회의 중요성을 거론한 뒤, 올해 중국이 엄중한 국내외 정세 속에 개혁·개방으로 활력과 동력을 더했다”면서 “개혁개방은 중국의 기본 국책이고 발전을 촉진하는 근본 동력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화사통신은 이어 “리커창 총리가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혁의 방향을 견지하고, 시장화·법치화·국제화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촉진하고 다자 및 양자 간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중국이 언제나 외국인 투자의 고향이 되도록 만들고, 윈윈하는 발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행사는 지난 9월 30일 열렸으며 이 자리에는 시진핑 주석도 참석하고 있었는데, 시진핑 주석의 면전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리커창 총리가 ‘개혁개방’을 강조한 것은 그때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같은 인민대회당에서 외국 전문가들을 만나 ‘중국 정부 우의상’을 시상하는 자리에서도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빠른 발전은 개혁·개방의 덕을 본 것”이라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서 우리는 계속 흔들림 없이 개혁을 심화하고 개방을 확대해 발전을 위해 강대한 동력을 주입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9월 22일 일본 경제계 대표들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도 “개혁·개방은 전진의 길 위에 놓인 각종 도전에 대처하는 핵심적 방법이고, 앞으로 중국의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라며 “중국이 대외 개방을 견지하는 기본 국책은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대외 개방의 문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노선과 리커창 노선의 정면 충돌]


리커창 총리가 강조한 개혁개방론이 주목을 끄는 것은 그것이 시진핑 주석의 제3기 노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다가오는 3기의 핵심 아젠다로 공동부유(共同富裕)와 쌍순환경제를 내세웠다. 이 두 기치가 시진핑의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성취하는 좌우의 날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아젠다 자체가 개혁개방 같이 중국의 에너지를 외부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방향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과의 충돌로 디커플링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편에 서면서 유럽과의 갈등 상황도 그 수준이 깊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차피 세계의 공장으로서 외부로 향했던 에너지를 이제는 내부로 전환해 경제의 동력을 돌려야 할 상황을 감안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중국은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중국 스스로 내부의 에너지로 힘을 키우자는 전략이 시진핑의 속셈이라 할 수 있다. 즉, 미국과의 충돌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담대하게 받아들이되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 시진핑 주석의 뜻이다.


이에 반해 리커창 총리는 중국 경제가 ‘세계속의 중국’이라는 기본 전략을 포기하는 순간 중국은 희망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개혁개방은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기본정책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당연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주변국과의 갈등 상황도 조절하면서 다함께 협력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커창 총리의 개혁개방 주장은 단순한 경제정책의 방향만 말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이 나아가야 할 외교 및 경제 정책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중국식 용어로 정리하자면 리커창 총리는 덩샤오핑이 내세웠던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를 강조한다면, 시진핑 주석은 이를 폐기하고 ‘중국몽’과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를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시진핑의 분발유위란 결국 미국의 강력한 공격에 ‘강한 중국’이라는 국내 정치적 메시지를 내세워 대외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이나 안보 문제에 있어서 물러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리커창 총리는 덩샤오핑이 주장했던 대로 2000년대 중반, 즉 2050년 정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미국과 맞설 정도로 아직까지 힘을 키우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이 도광양회를 폐기한 것 자체가 아주 중대한 오판이라 본다.


물론 미국과의 충돌 상황이 이미 지나치게 고조된 점도 있어서 돌이키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세계 무역의 중심으로 다시 들어가야 중국의 미래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개혁개방’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리커창은 왜 개혁개방을 연이어 주장했을까?]


이렇게 시진핑과 리커창의 노선은 완전히 다른 길이라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리커창 총리가 왜 개혁개방을 이렇게도 강조하고, 또 시진핑 면전에서까지 강력한 요구를 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리커창 총리는 내년 3월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3연임도 이미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 리커창 총리는 퇴임 이후를 생각하면서 몸조심을 하는 것이 맞다. 어차피 자신은 총리직을 그만두고 초야로 묻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말 한마디면 천하의 리커창도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식 숙청은 어느 것이든지 걸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을 리커창 총리가 모를리도 없을텐데 이렇게 시진핑 노선과 정면충돌하는 개혁개방을 주창하는데는 분명히 뭔가 있다는 분석들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 RFA) 중국어판은 4일 “리커창 총리가 하루에 세 번씩이나 강력하게 개혁개방을 주창했는데 이는 시진핑 노선과 전면 배치된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 RFA) 중국어판은 4일 “리커창 총리가 하루에 세 번씩이나 강력하게 개혁개방을 주창했는데 이는 시진핑 노선과 전면 배치된다”면서 “리커창 총리가 연속해서 개혁개방을 강조한 것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내에서 시진핑 3기의 정책노선으로 개혁개방적 노선을 선택할지, 아니면 폐쇄적 정책을 선택할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반증”이라 보도했다.


RFA는 그러면서 “10년 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퇴임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정치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문화대혁명의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중국의 개혁이 중대한 국면에 처하면서 원자바오 총리의 경고가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RFA는 이어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는 한 중국이 다시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리커창 총리가 더욱 더 강력하게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진핑 3기에서 리커창의 역할은?]


그런데 신화사통신은 이날 국경절 리셉션을 보도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마주보면서 잔을 들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희망의소리(Sound of Hope)’라는 인터넷 매체는 “리커창 총리의 도발적 행동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리커창 총리의 이러한 행동은 은퇴를 앞둔 관리가 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정치학 교수인 빅터 시(Victor Shih)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3기의 첫 상무위원회 구성시 리커창 총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리커창 총리가 상무위원회에 남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과거 원자바오 전 총리가 임기를 마쳤을 때가 70세였는데 리커창 총리는 이보다 3살이나 적은 67세이기 떄문이다.


그래서 리커창 총리가 시진핑 3기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의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판단하는 중요한 이유는 지난 8월의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가장 먼저 외부에 얼굴을 비췄고, 또 선전에 나타나 덩샤오핑 동상에 경의를 표하면서 개혁개방을 주창했으며, 그러면서 “황하와 장강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는 명언까지 남겼다는 점을 든다. 그 이후로 리커창의 행동반경은 더욱 확대되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데 리커창 총리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시진핑파에서 전혀 견제가 없다는 것은 베이다이허 화의에서 분명히 리커창 총리에게 뭔가의 역할 부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특히 시진핑 주석의 노선에 대해 외국의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리커창 총리가 계속 개혁개방을 띄우면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나온다.


하여간 리커창 총리의 개혁개방 강조는 당대회를 앞둔 지금의 중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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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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