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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거리두기, 고립된 푸틴 - 7개월만에 만난 푸틴 만난 시진핑, 우크라 전쟁에 우려 표명 - 우크라 불리한 전황, 중러관계 및 외교에 부정적 영향 - 시진핑, 우크라 전쟁 패배가 중국에 악영향 미칠 것 우려
  • 기사등록 2022-09-17 06: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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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만에 만난 시진핑-푸틴]


서방과 대치중인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개월만에 처음으로 직접 만나 양국간 협력을 약속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는 달리 외교적 성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미묘한 간격까지 벌어지면서 앞으로의 중러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다시 만났다”면서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 않았던 시진핑은 이번이 약 2년 반만에 첫 해외 순방이었다”고 보도했다.


▲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다시 만났다”면서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 않았던 시진핑은 이번이 약 2년 반만에 첫 해외 순방이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회의 전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 사태와 미국 등 서방의 제재, 대만에 대한 미중 갈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어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고수한다”며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의 도발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푸틴의 모두 발언에 이어 시진핑 주석은 우크라 사태는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경제적인 문제 등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발언했다.


[푸틴과 거리두기한 시진핑]


그러나 푸틴을 향한 시진핑의 속내는 이후 이어진 비공개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진핑은 푸틴에게 상당한 거리두기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당시 푸틴을 만났을 때 “양국간 우정에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면서 ‘무제한 우정’을 강조했었다.


이러한 ‘무제한 우정’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200일을 넘은 지금 무기 부족으로 심지어 북한에게서 조차 무기를 구입하려는 러시아에 대해 중국이 당연히 지원을 하면서 개입하는 것이 마땅하나 이번 양 정상 만남에서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심지어 우크라 사태를 계기로 강화된 서방의 제재를 반대한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특히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고 말한 대목은 크게 주목할만 하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푸틴에게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이고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내비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발언을 푸틴이 직접 공개했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러시아를 돕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묻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발언을 그러한 감정이 묻어있는 레토릭(외교적 수사)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우려 언급을 인정한 점이 놀랍다”고 NYT에 밝혔다.


중국 정부가 정상회담과 관련해 자국 언론에 배포한 보도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언급을 쏙 빼버린 점도 또 다른 형태의 의사표시로 읽힌다. 이에 대해 NYT는 “중국 정부 발표의 행간을 읽는 학자들은 이날 보도문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묵시적인 비판으로 해석한다”고 보도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NYT에 “두 나라의 전략적 관계와 관련해 시진핑이 자기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매우 신중하고 억제된 발언을 내놓은 것은 몇 년만”이라며 “중국 정부가 분명한 의도를 갖고 이런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세르게이 라드첸코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NYT에 “중국은 러시아가 대국처럼 행동하지 않고 있으며,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하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라드첸코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이번 전쟁이 자국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가 중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난감하다. 미중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나선다면 당장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와 제재를 받아야 하는데다 중국이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유럽연합(EU)과도 직접 부딪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을 염두에 둔 발언도 하지 않았고,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국면에서 수시로 발언했던 ‘제재 반대’ 발언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1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비판하면서도 군사 작전을 지지하거나 지원하지 않는 등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고 짚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서방의 제재 때문에 첨단 기술 제품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어 있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군사물자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주요 수출 품목인 원유·석탄·가스 수출도 원활하지 못한데다가 이달 들어서는 원유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6월말 32조원이던 흑자가 8월말에는 3조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와 관련해 CNN은 15일(현지시간)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으며 7개월 동안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징후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러니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국의 무제한 우정’에 기대해 보지만 중국 역시 ‘제 코가 석자’라 지원해 줄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에서 압도적 승리를 이루면서 세계 질서를 푸틴이 주창했던 것처럼 단극화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면 시진핑도 적극 ‘무제한 우정’에 호응할 수도 있겠지만 전쟁 상황은 오히려 푸틴의 계획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도 시진핑이 푸틴을 손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시진핑, 푸틴과의 회담보다 중앙아시아 국가가 더 중요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32개월만에 해외 순방을 개시하면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찾은 것은 사실 푸틴과의 정상회담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 확대가 주목적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하루에만 8개국 정상과 잇달아 만나 협력 확대를 다짐하는 등 우군 결집에 총력전을 벌였다. 시 주석은 각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무역 협력 심화와 함께 중국 기업의 진출 지원, 농산물 및 천연자원 수입 확대 등 차이나 머니를 통한 지원을 약속했고 각국 정상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등으로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이들 정상들에게 공통으로 양국간 협력 심화를 제안하며 해당국의 독립·주권·영토 보존 수호에 대한 지지와 함께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런데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사실 러시아의 주권개입 및 영토 분쟁을 우려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어찌보면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토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경고성 발언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에반 파이겐바움(Evan Feigenbaum) 전 국무부 차관보는 WSJ에 “베이징이 모스크바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립된 푸틴]


이번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푸틴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과의 이견 노출은 푸틴에겐 치명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시진핑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만약 러시아가 치명적 패배를 당한다면 그 여파를 고스란히 중국이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푸틴에게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소속 알렉산더 가부에프 선임 연구원은 “아마도 시 주석이 ‘이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도 ‘중국의 우려’ 표명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푸틴은 이제 중국으로부터도 버림받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나이젤 굴드 데이비스 선임 연구원도 “러시아는 전황뿐 아니라 외교 측면에서도 불리해지고 있으며, 이는 중·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렇게 외교적으로 고립된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반격을 가할 수 있을까? 사실상의 외교적 동력을 상실한 푸틴에게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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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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