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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파죽지세 우크라이나. 그 다섯가지 이유? - 미국과 영국 등 서방진영의 전략적 개입 주효 - 게임체인저가 된 서방진영의 무기들, HARM 특히 인상적 - 확실하게 떨어진 러시아군의 사기, 싸울 의지 없어
  • 기사등록 2022-09-15 06: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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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반격…러군 밀어내고 격전지 수복 파죽지세]


러시아를 상대로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수복 지역을 파죽지세로 늘리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심야 화상 연설에서 “9월 들어 오늘까지 우리 전사들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서 6천㎢ 이상을 해방시켰다”며 “우리 군의 진격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지역은 서울 면적(605㎢)의 10배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8일 1000㎢ 상당의 영토를 되찾았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나흘 사이에 이의 6배 이상을 수복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수복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대거 항복을 선언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당국 관계자는 AP통신에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러시아 군인이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파격적 진격, 그 다섯가지 비결]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미군과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러시아가 이렇게 빠르게 (하르키우주를) 포기한 것에 놀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군의 패퇴와 관련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점령군이 우크라이나군 진격에 압박을 느껴 너무나 빠르게 달아나는 바람에 탄약고 전체를 놔두고 갔다”며 “이걸 적과 싸우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지난 한 주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탈환한 영토 면적이 러시아가 5개월간 점령했던 면적보다 1.7배 많을 정도로 탈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렇게 파죽지세로 러시아를 몰아붙일 수 있었던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이유 1: 미국과 영국 등 서방진영의 전략적 개입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파격적인 진격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진영의 전략적 개입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반격 작전을 수립하면서 미국 등 서방국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조언을 받아들였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반격에 착수하기 수개월 전부터 미국과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젤렌스키 대통령 주도하에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계획을 수립했는데 내부에서도 당초 계획에 대해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미국과 영국 등 군사정보기관에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미국은 특히 워게임을 통해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의 실효성을 검증했으며 여러 방안 중 가장 효율적이라 판단되는 작전 계획을 확정했고 이를 젤렌스키 대통령도 받아들임으로써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나섰다.


그런데 미군이 작전 계획을 세우는 도중에 결정적인 정보가 미군 당국에 입수됐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반격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동부 지역의 병력 보강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예군을 남부에 배치했기 때문에 러시아 점령지역 안에서도 공백과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전선 한 곳에 집중하여 반격을 하는 대신 남부 헤르손과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 등 두 군데로 나눠 러시아군을 공격하겠다는 계획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작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무기 재고 등의 파악에 나섰고 이에 따라 미국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비롯한 위력적인 무기를 공급하면서 파괴력을 점증시켰다.


이러한 미국 등 서방진영의 전략적 개입을 통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미국 입장에서도 미군이 수립한 작전 계획을 우크라이나군이 문제없이 수행할 정도로 작전 수행능력도 갖췄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유 2: 게임체인저가 된 서방진영의 무기들


우크라이나군이 파격적 진격을 하게 된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서방진영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전략 무기 덕분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군 지휘부와 무기고 등을 타격하고, 탱크로 빠르게 진격하는 속도전을 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사거리 80㎞의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외에도 지난 7월 호주·캐나다·미국 등이 보내준 M777 곡사포 100문, 폴란드와 체코가 지원한 T-72M1 탱크 230대 등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최신 무기들 외에 이번에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대공 레이더망을 찾아 파괴하는 ‘고속 대(對)레이더 미사일’(HARM: High-speed Anti-Radiation Missiles)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간) “항공기에서 지상으로 발사하는 공대지 미사일인 HARM이 최장 145㎞ 떨어진 곳에서 지상의 레이더파 발신지를 추적해 정밀 타격한다”면서 “대공 방어 레이더를 상시 가동해 제공권을 확보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HARM이 골칫거리”라고 보도했다.


왜냐하면 “레이더를 가동했다가 전파를 추적하는 HARM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반드시 전원을 켜야 할 때가 아니면 레이더 가동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어 러시아군에게는 작전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반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항공작전의 자유도가 훨씬 커지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HARM 탓에 러시아가 지금까지 누려온 제공권 우위가 훼손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군 파일럿들이 HARM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공 방어 레이더를 상시 가동하는 러시아는 지금 HARM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러시아군은 제대로된 대응도 해보지 못하고 퇴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 3: 확실하게 떨어진 러시아군의 사기


러시아군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러시아군의 사기와 직결되어 있다. 이번 작전에서 드러난 특이한 상황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군이 항전 의지 자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방의 언론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진격 작전을 펼치며 밀어붙이자 러시아 군인들은 탄약과 탱크 등 무기를 버리고 퇴각했다. 또한 마을 주민의 차를 훔쳐 타고 황급히 도주하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우선 이들에게는 우크라이나군과 싸워야 할 이유조차가 희미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선에 보내졌으며,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명분조차 알지 못했다. 여기에 전쟁 초기 징집병을 투입했던 러시아는 이후 사상자가 크게 늘자 민심이 동요할 것을 우려해 용병이나 수감자를 전장에 배치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러니 조국을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전투에 나서는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DW에 “러시아 군인들은 전쟁이 길어지자 지쳤고, 싸울 의지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 4: 우크라이나군의 기만전술


이번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패퇴시킬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러시아군을 속인 우크라이나군 지도부의 ‘기만전술’ 때문이었다.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은 하르키우주를 우선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남부 헤르손을 먼저 되찾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군의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통상 10~15 대대전술단이 주둔하던 헤르손에 병력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이렇게 러시아가 남부 전선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뒤, 동북부 전선에서 파상 공세를 펼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방식의 작전이 러시아에 결정타를 가했다는 분석이다.


*이유 5: 러시아군의 전략적 실패


러시아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러시아군의 전략적 판단 미스 때문이다. 이는 이미 전쟁 초기부터 불거진 것이지만 모든 결정을 모스크바에서 하는 바람에 현장 지휘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그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현대전의 경우 공군력을 충분히 활용해 기선을 제압하는 방식인데 반해, 러시아는 아직도 20-30년전의 전술, 곧 포병 등의 보병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채택하다보니 서방의 무기로 장착된 우크라이나군의 전술에 판판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타격 입은 푸틴, 좁아진 선택의 폭]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판단은 신중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우위를 좀 더 확고히 다질 수 있도록 추가 군사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우크라이나군의 압도적 승리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러시아 내부에서의 여론은 악화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푸틴의 사임 요구까지 나오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


그렇다고 푸틴이 쓸만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전시동원령과 핵무기 카드이나 이 둘 모두 ‘특수군사작전’이라던 그동안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서 푸틴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지금으로선 난망이다. 우크라이나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고로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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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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