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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러시아를 동맹 아닌 동반자라 하는 이유? - 中환구시보, “중러관계는 화이부동…동맹 아닌 동반자” - 중-러, 서로를 결코 끝까지 신뢰하지 못하는 사이 - 美, 러시아를 테러지원국 지정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어
  • 기사등록 2022-09-11 05: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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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밀착행보 중·러]


중국과 러시아가 전례없는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나흘간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200여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참여해 돈독한 우의를 과시했다고 8일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리잔수 상무위원장은 지난 7일 동방경제포럼 본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은 사할린 지역 내 수소 플랜트 공동 건설 추진, 양국 간 교역에 초점을 맞춘 전문 거래 플랫폼 개발 등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그의 이번 방문을 두고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매우 높은 수준의 동반자 관계에 있으며, 중국이 러시아와의 협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러시아 주도의 다국적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에서도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육·해·공군 병력을 동시에 파견했다. 특히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훈련 기간 최신예 구축함 등을 동원해 동해에서 대잠, 대공, 대함 방어를 위한 합동훈련도 진행했다.


러시아 현지 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훈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미국을 향한 진지한 메시지"라며 "중국 등의 훈련 참가는 군사·정치적 측면에서 이들이 러시아의 외교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겉으로만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들어 부쩍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밀착이 군사적·경제적 전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관영 환구시보는 8일 `러시아와의 정당한 협력은 자제할 필요없다`는 제목의 사설애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 놓아 주목을 끌었다.


[“중러관계는 화이부동…동맹 아닌 동반자”]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불리는 관영 환구시보는 8일 '러시아와의 정당한 협력은 자제할 필요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일단 환구시보는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서 경제·무역·왕래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미국 등 서방은 중·러 협력에 대해 중국이 미국의 글로벌 노력을 파괴한다고 비난하는 등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데, 미국은 러시아와 다른 나라의 정상적인 협력을 막고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중국이 러시아산 가스 구매대금을 달러 대신 루블화와 위안화로 대체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한 사실을 언급한 뒤 “이미 여러 해 동안 추진된 것”이라며 “미국이 상상하는 중국의 보복이 아니고,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행동할) 여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중국이 러시아의 에너지와 식량을 구매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더 잘 생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태국·인도·베트남 등이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도 같은 논리”라며 “이러한 협력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로, 어떠한 국가의 위협도 두려워하지 말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이와 함께 “미국은 중·러를 하나로 묶는 여론을 통해 양국의 목표를 일거양득 방식으로 억제하려고 한다”며 “양국의 협력은 제3자를 배척하거나 겨냥하지 않는 개방적인 것으로, 두 독립 강대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고 동맹이 아닌 동반자여서 미국 등 서방 엘리트들을 곤혹스럽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화이부동은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고 말한 데서 비롯한 성어로,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러시아를 동맹 아닌 동반자라 한 이유?]


환구시보의 사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끌었던 부분이 바로 러시아를 동맹이 아닌 동반자로 불렀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는 기묘한 틈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단 러시아는 줄기차게 중국에게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일단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전면 거부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는 등 손을 잡고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일절 협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시베리아 극동 지역에서 ‘Vostok(동부)-2022 군사훈련’을 내밀하게 살펴보면, 역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러시아는 2013년 이후부터 매년 러시아 동-남-서-중부 전구 사령부 별로 방향성 이름을 부여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번 군사훈련이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일단 이번 군사훈련의 목적에 대해 태평양으로부터의 미국 등 미국 동맹국들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작전을 염두에 두면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의 위협을 가하는 상황 하에 중러 연합군사훈련을 실시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정작 이번 ‘Vostok(동부)-2022 군사훈련’ 실시를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과는 연계시키지 않으려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 등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번 군사훈련을 하면서도 러시아와 중국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군사훈련 내용도 미국과 나토간 훈련이나 인도-태평양국가들에서의 미군과 합동훈련 방식같이 진정한 연합작전이 아닌 각자 파견부대를 중심으로 각자 지휘소가 독립적으로 지휘하는 형태였다. 중국 언론들이 거창하게 보도하는 그런 훈련 방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보면 동반자는 돼도 동맹은 결코 될 수가 없는 어쩐지 거리가 있는 관계임이 드러나 보인다. 왜 그럴까?


사실 중국에게 있어 러시아는 한때 주적(主敵)이었다. 1969년에는 헤이룽장성 우수리강(러시아명 아무르강) 중류의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를 두고 서로 자국 영토라며 두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그 후 소련과 중국은 4380km에 이르는 국경선에 군 병력을 각각 81만4000명, 65만8000명 배치하면서 대치 상태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미국과 화해를 한 것도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2001년 7월 16일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영토 문제를 비롯한 각종 분쟁을 해결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장쩌민 주석과 푸틴 대통령간에 맺어진 조약이었다. 이렇게 때론 경쟁관계가 되기도 했고, 그러다가 또 미국에 맞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렇게 협력을 하면서도 군사동맹은 맺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러시아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 특히 공군력에 관한한 러시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주력전투기가 된 J-11B형은 러시아의 Su-27 기술을 전수해 중국이 만들어 배치한 것이다. 현재 약 440대 정도 생산하여 실전배치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결정적인 기술은 중국에게 전수해 주지 않는다. 중국을 온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동지인 듯 보이지만 언제든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이 러시아로 하여금 중국에게 항공기 엔진 등의 기술 전수를 막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넘어 독재체제를 굳히면서 푸틴과 나란히 새로운 동반자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 말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러시아를 배려한 발언일 뿐이지 중국은 결코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러한 관계를 맺는 순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해 3월 1일 “중국은 미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선언한 것이고, 러시아의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 역시 “양국이 동맹을 맺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양국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여기서 ‘제3자’란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동맹과 동반자는 격이 분명히 다르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그저 국익에 따른 행동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의미다. 전략적 협력 수준을 유지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 시절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으면서 소련연방이 해체되었던 트라우마가 있고, 중국 또한 언제든지 중국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손쉽게 동맹의 길로 가기 꺼려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자제하고 있고 특히 의회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테러지원국 지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노쇠해 버린 러시아를 구태여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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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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