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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英 '철의 여인' 부활, 反中총리의 재등장 - 영국, 세 번째 여성 총리 트러스 등장 - 험난한 내치, 경제 살리기가 최대 현안 - 리즈 트러스 총리의 대 중국 외교, 강력한 반중의지 드러내
  • 기사등록 2022-09-06 1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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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 번째 여성 총리 트러스 등장]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1979~1990 재임), 테리사 메이(2016~2019 재임)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지난 2일까지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선거 투표를 마감했고, 5일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영국 제78대 총리에 당선되었다고 선포했다. 트러스 총리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의 격차를 두 배 가까이 유지해 왔다.


7살 때 학교 교내 모의 총선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역을 맡으면서 꿈을 키워왔던 리즈 트러스가 마침내 어린 시절의 꿈을 현실로 이룬 것이다.


그는 지난 3명의 총리 밑에서 6개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정계에서는 대체로 능력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의회 진출 2년만인 2012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돼 내각에 입성했고, 2014년 환경부 장관을 맡았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패배로 들어선 메이 총리 내각에서 법무부 장관에 기용됐다. 이후 존슨 총리 내각 초기 국제통상부 장관을 맡아 브렉시트 이후 무역협상을 이끌었고, 그 외교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외무·영연방개발부 장관과 브렉시트 협상 대표로 발탁됐다.


특히 그는 강한 보수성향을 내세워 당내 우익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강성 보수 성향의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와 비교되기도 한다.


[험난한 내치, 경제 살리기가 최대 현안]


지금 영국은 비상 상황이다. 따라서 리즈 트러스 총리의 앞날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긴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영국 경제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 영국이 인도에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또한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했다.


그래서 미국의 CNN은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에너지난 등 경제 현안 해결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고 임기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10%를 넘기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는 최우선적으로 경제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한 4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언한대로 취임 1주일 이내에 치솟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안정화를 기할 방침이다.


▲ 트러스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유력한 콰시 콸텅(Kwasi Kwarteng) 산업장관은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러스 정부는 친성장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강력한 재정 지원 정책을 예고했다.


일단 트러스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유력한 콰시 콸텅(Kwasi Kwarteng) 산업장관은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러스 정부는 친성장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강력한 재정 지원 정책을 예고했다.


콸텅 장관은 “가계와 기업이 이번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며 재정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독일을 제외한 다른 주요 7개국(G7)보다 낮기 때문에 과도한 재정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낡고 오래된 관리 통제 정책은 부진한 경제, 정체된 생산성과 함께 과거의 유산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자칫 대규모 재정 긴축은 이미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인 영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7월 10.1%를 기록했다. G7 중 가장 높으며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 물가 상승률이 22.4%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현재의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면 물가상승률이 13%대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개월 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 리즈 트러스 총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단연 겨울철을 앞두고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에너지난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신속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많은 이들이 궁핍 상태로 내몰리고, 심지어는 겨울철 사망자 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년 1월에는 요금 상한선이 연 5천 파운드(약 783만 원), 4월에는 연 6천 파운드(약 939만 원)를 넘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의 벤 자란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일반 가정,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라며 “(에너지값 급등에) 다른 분야 지출을 크게 줄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렉시트 '여진'도 리즈 트러스 총리가 해결해야만 하는 악재다.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에서는 구인난이 현실화하면서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적자는 2년 새 31만7천 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영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EU와의 교역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 예산책임청은 수입·수출 모두 장기적으로는 EU에 남아있을 때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렇게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 앞에 난제들이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남긴 잿빛 경제를 다시 소생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리즈 트러스 총리에게 주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 기대되는 것이 영국병을 고쳤던 대처의 리더십이다. 지금 영국은 리즈 트러스에게서 바로 대처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영국앞에 놓여 있는 난제들을 리즈 트러스 총리가 잘 해결해 나간다면 그는 제2의 대처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리즈 트러스 총리의 대 중국 외교]


리즈 트러스 총리에게서 가장 주목되는 외교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다. 트러스 총리는 외교장관 시절인 지난 8월 10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대만을 포위하고 봉쇄하는 훈련을 한 것과 관련해 주영 중국 대사를 초치해 “(중국은)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며 엄중 공개 경고한 바 있다.


주영 중국 대사는 이에 대해 “영국의 무책임한 언사를 단호히 거부하고 강하게 규탄한다”고 맞대응했지만, 이 사건은 앞으로 영국과 중국간의 외교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지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트러스 총리는 또한 “중국이 영국과 세계 안보에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대만이 독자적인 방어력을 구축하도록 서방이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렇게 리즈 트러스 총리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대중 강경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리즈 트러스 총리 취임에 당황하는 중국]


중국은 리즈 트러스 총리의 취임에 내심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여론조사상으로 리즈 트러스 총리의 취임이 분명해지면서 중국에서는 사전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5일 “새 영국 총리는 대중 강경 태도를 일상화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5일 “새 영국 총리는 대중 강경 태도를 일상화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러스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들먹이며 국방예산을 2030년까지 GDP의 3%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했다”면서 “‘철의 여인’이 되려면 시대의 발전 추세를 인식하고, 경직되고 낡아빠진 제국 정신을 바꿔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 트러스 장관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한 것을 비꼰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중국에 강경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일상화하기보다 국내 실용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지정학으로 장난을 치는 것이 주목을 받을지 몰라도, 영국 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트러스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동안에 자신이 총리가 되면 중국을 국가안보위협국가로 선언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다른 나라를 헐뜯는 것은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의 이러한 사설은 리즈 트러스 총리 취임으로 영국과 중국간의 관계는 더 이상 완전히 회복될 수 없는 단계로 진전될 것임이 분명하고 이는 나토와 중국간의 관계 역시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중국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리즈 트러스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ㅡ대한 개입도 더욱 강화할 것이고, 가장 주목되는 것 중의 하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이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평소에 대만의 중요성을 거론해 왔다는 점에서 나토의 동진 문제도 적극 거론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당연히 중국의 극한 반발을 불러 오겠지만 그것이 ‘제2의 대처’ 다운 행보라는 점에서 트러스 총리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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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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