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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러군사훈련 강행, 고민에 빠진 중국 - 러 주도 다국적훈련에 中 최신예 구축함·전차 참여 - 중-러의 군사적 밀착, 일본 무장강화 및 미국 강경대응 초래 - 중국의 딜레마, 러시아와의 군사밀착에 내부 경계 고조
  • 기사등록 2022-09-06 06: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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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주도 다국적훈련에 中 최신예 구축함·전차 참여]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국적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방)-2022' 전략 지휘 본부 훈련이 지난 1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는 7일까지 일주일간 러시아 극동의 군관구 지역 7개 훈련장과 동해·오호츠크해 해상과 연안 등에서 진행하는 훈련을 위해 이날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함정들이 동해와 오호츠크해 해역에 배치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재 50척 이상의 군함과 보트, 잠수함 등이 동해와 오호츠크해 해상 전투 훈련 지역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훈련에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 벨라루스, 타지키스탄 등 13개국이 참가했다. 참가 병력은 5만명 이상이며 항공기 140대와 군함 60척 등도 동원된다.


그런데 이 훈련에 중국은 러시아가 주최하는 단일 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육·해·공군 병력을 동시에 파견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육·해·공군 병력 2천여명, 300여대의 군용차량, 군용기와 헬기 21대, 군함 3척 등을 파견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1일 보도했다. CCTV가 공개한 영상에는 99형 주력 전차, 04형 보병전투장갑차, Z-19 공격용 헬기, J-10 전투기, 055형 구축함인 난창함이 보인다. 아마도 미사일 호위함인 옌청함, 보급함인 둥핑후함도 이번 훈련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수량 1만t인 055형 구축함은 함대공·함대함·함대지 미사일과 대잠 어뢰를 장착했으며, 중국의 차기 항모전단의 핵심 전력으로 개발됐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이번에 언급된 모든 항공기, 군함 등은 중국의 주력 무기인데, 특히 055형 구축함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함 중 하나로 꼽힌다”며 “이처럼 강력한 군사 장비들이 훈련에 동원된 점은 러시아와 중국 간 군사 분야 협력의 폭과 깊이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해 북부 해역에서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연해주 방면에 있는 지상군 지원과 해상 항로 및 해상 경제활동 영역 방어 등을 위한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인근 동해서 중·러 해군 사격훈련]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의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는 지난 3일 오후 홋카이도 서부 해안 가무이곶에서 서쪽으로 약 190㎞ 떨어진 해역에서 러시아 해군 프리깃함 3척과 중국 해군의 구축함 1척, 프리깃함 1척, 보급함 1척이 활동 중인 것을 일본 해상자위대가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들 군함은 기관총 사격을 실시하기도 했고, 4일 오전 홋카이도와 사할린 사이의 소야해협을 통과해 오호츠크해 쪽으로 이동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사격한 수역은 동해이며, 일본 정부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규정하고 있는 해역 바깥쪽”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호위함, 미사일정(艇), P-3C 초계기를 보내 중국과 러시아 군함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일본의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예전에는 일본에게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 북한이었는데 최근들어 중국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요미우리신문이 이달 2∼4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이 일본의 안보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72%였는데, 중국이 일본의 안보 위협이라는 답변은 81%를 기록하는 등 북한보다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본의 경계감은 방위비 대폭 증액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딜레마, 러시아와의 군사밀착에 내부 경계 고조]


일단 중국 인민해방군이 러시아와의 합동군사훈련을 하면서 대외에 위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모스크바와의 군사적 관계 심화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관계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중국은 지금 러시아와의 군사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균형잡힌 관계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관계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중국은 지금 러시아와의 군사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균형잡힌 관계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중국인민해방군이 러시아군과의 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1979년 베트남과의 전쟁 이후 전투 경험이 전혀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실전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하는 것인데, 과연 러시아군으로부터 그러한 경험을 습득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중국이 과연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중국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블라디보스톡의 극동연방대학교 아트욤 루킨(Artyom Lukin)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고려 사항이 중요해지면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관계에 더욱 신중해졌다”면서 “중국이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대외적으로 군사훈련도 같이하고 영원한 맹방처럼 외교적 수사도 화려하게 사용하지만 그 속내는 일정한 거리두기를 중국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를 ‘침공’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러시아가 사용하는 대로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면서 러시아에 동조하는 듯 보이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군사적 지원 등을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루킨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군사적으로 더욱 심화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SCMP에 밝혔다.


루킨 교수는 이어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미국 경제 및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이 다음 달 당대회를 여는 입장에서 미국과의 적대시 정책을 강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독일 키엘 대학교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안보센터 사라 키르히베르거 소장은 “미국, 영국, 호주 간의 동맹은 오랫동안 여러 경험을 통해 쌓아온 진정한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반면 독재정권들의 경우는 이익을 공유할 때, 동맹으로서 어느 정도 협력할 수는 있겠지만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짜 동맹의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가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전략적 오판과 군사 및 기술의 열악한 성과로 인해 중국은 러시아를 ‘문제가 있는 파트너’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키르히베르거 소장의 진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키르히베르거 소장은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이려 하기보다 러시아의 실수로 인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분석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제 무기 도입을 줄이고, 자체 개발을 선택했다고 SCMP는 전했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의 데이터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의 무기 수입의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왔지만 수입량은 10년 동안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군사 전문가인 니 렉시옹(Ni Lexiong)은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군사적 관계에서 동등하지만 그동안 러시아 무기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모스크바에 ‘심리적 우월성’을 주었다”면서 “중국이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더 나은 발전된 군사기술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더더욱 난감해하는 것 중의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친밀한 군사적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군사기술을 결코 중국에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드론과 같은 분야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보다 앞선 기술을 갖는 분야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젠 러시아도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견제와 제재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아무리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 유대를 대외적으로 강조해도 그 둘의 관계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너무 가까워져서도 안되고 또한 가까워질 수도 없는 그러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은 일본의 중무장화를 부추기면서 또다른 혹만 키운 셈이 됐다. 이것이 지금 중국이 안고 있는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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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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