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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서열 3위 리잔수가 한국에 오는 이유? - 리잔수, 시진핑 방한 논의하려 한국 오는 듯 - 지난 정권동안 시진핑 방한 이루어지지 않아 - 중국의존형 외교때 중국은 한국을 우습게 본다
  • 기사등록 2022-09-02 0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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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열 3위 리잔수 이달 15~17일 한국 온다]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오는 15일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한국을 찾은 장더장(張德江) 전 상무위원장에 이어 중국 권력 서열 3위가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셈이 된다.


[리잔수가 한국에 오는 이유?]


일단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외견상으로 보면 지난 2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방중한 데 대해 답방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리잔수 위원장은 방한 기간 카운터파트인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 한·중 수교 30년을 기념하고 한·중 관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진짜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으로 혁명원로 가문 출신인 리잔수 위원장은 지난 1983년 허베이(河北)성 우지(無極)현 서기를 지낼 당시 정딩(正定)현 서기였던 시진핑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리 주임은 허베이성 산시(陝西)성 부서기, 헤이룽장(黑龍江)성 성장,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를 역임하다가 지난 2012년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발탁되면서 비서실장인 중앙판공청 주임에 올랐고, 정치국 위원과 중앙서기처 서기를 겸직했다. 그만큼 시진핑 주석의 핵심측근이자 복심이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리잔수 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있을 양국 간 대면 정상 회담을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 주석이 취임 뒤 한국을 국빈 방문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4년 7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물론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아니더라도 올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국(G20) 회의나 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현지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또한 리잔수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강화되면서 한중관계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협의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중 대사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한·중 외교장관의 칭다오 회담,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양국 정상 간 친필 축하 서한 교환 등 한·중 양국은 고위급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계속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리잔수 만날까?]


중국의 서열 3위인 리잔수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당연히 대통령 예방 일정이 잡히게 된다. 장쩌민 전 총서기의 정치적 라이벌이기도 했던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995년 전인대 상무위원장 자격으로 최초로 방한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마주 앉은 이래, 리펑(李鵬) 전 상무위원장(2001년), 우방궈(吳邦國) 전 상무위원장(2003년)이 방한해 각각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리펑과 우방궈는 당시 국무원 총리보다 높은 당서열 2위였다. 심지어 지난 정권때는 중국 서열 25위인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에 왔을 때도 당연히 대통령을 예방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8월 3일 방한한 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 때 휴가를 이유로 만남 대신 전화통화로 대신한 탓에,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한 때 외교부와 대통령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대폭 좁아졌다.


‘대만 문제’ ‘칩4 동맹’ 등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나지 않은 윤 대통령이 리잔수 상무위원장과 마주 앉을 경우, 당장 동맹 홀대론이 불거질 것이고 또한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특히 미 하원의장의 방한은 2002년 데니스 해스터드 이후 무려 20년 만이었다. 아무리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한국에 왔다는 이유로 대면 회담이 아닌 전화면담으로 마무리한 것은 외교상으로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반면 리잔수 상무위원장의 방한은 한중수교 30주년에 맞춰 중국 최고위층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또 허투루 넘길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퇴임이 예상되는 리잔수 상무위원장을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그렇기 때문에 리잔수 위원장의 원래 방한 이유인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방중에 화답하는 성격이라면 그 수준에 맞게 의전을 치르면 된다는 뜻이다.


특히 당시 박병석 의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을 조율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은 미국을 비롯한 우방들의 외교적 보이콧이 벌어졌는데 이를 무릅쓰고 사실상 특사 개념으로 중국을 방문했음에도 홀대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대중 저자세 외교실패’라는 지적도 나왔었다.


또한 지난 2019년 5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방중했을 때도 시진핑 총서기와의 면담은 불발됐다. 그래서 문희상 전 의장은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 주임(중앙정치국원)과만 만난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러한 전례를 본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굳이 리잔수 위원장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원래의 방한 성격에 맞게 국회가 주관하는 의전을 치르면 되고, 만약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 논의한다면 외교부가 나서면 될 일이다.


[시진핑은 왜 한국을 방문하려 할까?]


사실 지난 정권 동안 시진핑 주석은 애써 한국방문을 하지 않으려 했다. 한국 정부가 그렇게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매달린 이유는 중국을 통해 북한과의 평화회담이든지 남북간 관계를 풀어나가려는 의도가 컸었다.


그러나 결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는 모두 한·중 정상 간 상호 교차방문이 이뤄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베이징올림픽(2008), 상하이엑스포(2010), G20서울정상회의(2010), 서울 핵(核)안보정상회의(2012), 한·중·일 정상회의(2012) 등 한·중 양국에 국가적 행사가 많았던 터라 전례 없이 활발한 한·중 간 셔틀외교가 이뤄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후진타오 전 총서기가 국빈방문과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세 차례 한국을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14년에는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서울을 국빈방문했다. 당시 시진핑 총서기의 방한은 201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이래 전통적 우방인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각인됐다. 시진핑 총서기의 집권 후 첫 북한 방문은 이보다 5년이나 늦은 2019년에 성사됐다.


그런데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중 성사된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역대 대통령 임기 중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를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때가 처음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때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방중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지난 2019년 12월에도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시진핑 총서기와 마주앉았다.


한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중국을 방문했으면, 외교 관례상 시진핑 주석이 당연히 한국을 방문했어야 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그러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이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진핑 주석이 굳이 한국을 방문하여 외교적 교섭을 벌이지 않아도 중국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국을 방문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면, 중국이 안달이 날 정도로 한국과 친해지려고 애를 쓴 시기는 한미동맹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서 중국과는 약간의 틈이 생길 때였다. 그때는 중국도 한국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한국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과 외교적으로 논의할 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이고, 과거 정부와는 달리 한국을 달래고 또한 한국을 중국에 붙잡아 두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도출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중국에게 있어서 한국의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도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먼저 머리를 조아리는 저자세 외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당당한 외교,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익을 중시한 외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행히 대통령실은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지 않는 한 중국으로 건너갈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다. 지금부터라도 중국의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뜯어 고쳐야 한다. 한국이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소신 가득한 외교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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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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