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푸틴의 치명적 실수 - 우크라전쟁 투입된 러시아 병사, 잘사는 우크라에 놀라 - 푸틴, 러 군인들에게 우크라의 잘사는 모습 노출시키는 실수 - 밤낮 정치선전에 '좀비박스' 된 러TV, 뒤늦게 현실 깨달아
  • 기사등록 2022-08-25 13:17:58
기사수정



[우크라 침공한 러시아군이 목격한 것은?]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오피니언 면에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자신들보다 더 잘 살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고문을 게재했다.


▲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오피니언 면에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자신들보다 더 잘 살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고문을 게재했다.


우크라이나군 의무병으로 참전한 예고르 피르소우(Yegor Firsov)가 쓴 이 글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다 준 또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피르소우는 지난 4월, 수도 키이우에서 60km 남짓 떨어진 안드리우카(Andriivka)에 우크라이나 방위군 중대원으로 진입했다. 그곳은 러시아군이 한 달 동안 점령했던 곳으로 철수 후 처음으로 진입한 부대였다.


포탄 포장지와 탄약 상자가 곳곳에 널려 있었고 집들이 모두 부서져 있었다. 한 주택 마당에는 불에 탄 러시아 탱크가 잔디밭 위에 널려 있었다.


이 지역에 진입했던 러시아군은 안드리우카 주민들을 살해하고 약탈했다. 그런데 그곳의 현지 주민들이 러시아군이 진입했을 때의 행태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줬다.


전기자전거와 자전거를 타고 마당을 돌다가 거리로 나가 평소 원하던 생일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들처럼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환하게 웃었다는 것이다.


악명 높은 학살이 벌어진 현장이었던 부차에서도 주목할만한 일이 있었다. 러시아군 정찰대가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때 그들은 주민들에게 여기가 키이우냐고 물었다고 한다.


부차 지역의 목가적인 공원과 주택들을 보고 우크라이나의 수도로 착각했던 것이다. 러시아 군인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돈과 싸구려 가전제품, 술, 의복, 시계 등을 약탈했다. 그런데 로봇청소기를 처음 본 그들은 놀라면서 한 대도 약탈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게 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또한 부차의 한 주민은 자기 집에서 러시아군에 인질이 됐을 때, 욕실이 2개인 것을 두고 러시아 군인들이 이 집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냐고 끈질기게 물었다고 했다. 자신들의 삶의 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에 놀랐던 것이다.


[푸틴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 기고문을 쓴 피르소우는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번 전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정리했다.


제재나 엄청난 전사자 및 장비 손실이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시골 출신 병사들을 우크라이나 전투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스크바나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 젊은이들은 전혀 투입되지 않았다. 가난하고 변변한 끈도 없는 시골 청년들이 주로 전선으로 보내졌다는 의미다.


이들은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가난하고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열등하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당연히 TV나 러시아 선전매체를 통해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젠 우크라이나의 진짜 모습을 보면서 실상을 깨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잘 살고 있다는 현실 말이다.


피르소우는 그러면서 자신도 전쟁을 겪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잘 산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 30년 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했을 당시 두 나라의 경제는 똑같이 지하 자원에 의존하고 있었고, 부패와 가난이 만연했었다. 외국에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일부로 생각했고, 우크라이나인들조차 러시아와 우리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두 나라가 다른 길로 들어섰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 도네츠크 지역 아우디우카 출신인 피르소우는 어릴 적 고열에 시달릴 때 할머니가 앰블런스를 불렀지만 오지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자 휘발유가 없어서 못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피르소우는 그 때 입원했던 병원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바닥의 러시아산 리놀륨이 낡아서 헤져 있었고, 사람들은 직접 수건을 가져와야만 했다.


피르소우는 공장에서 일하는 이웃 사람도 생각난다고 했다. 돈을 벌지 못한 공장에서 임금을 닭으로 줘서 수많은 닭들이 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피르소우는 2014년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이 아우디우카 동부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으로 선포하면서 아우디우카를 떠났었다. 당시 도로는 온통 큰 구멍이 나 있었지만 보수하는 사람이 없어서 사람들이 난방용으로 태우고 남은 석탄재로 구멍을 메웠다. 그러다보니 구멍이 커서 자동차가 망가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피르소우는 이번에 돌아가는 길에 키이우에서 아우디우카까지 약 740km를 10시간 동안 달리는 동안 도로가 완벽했다고 했다. 상전벽해의 현장을 또다시 직접 목격한 것이다.


피르소우가 병원에 갔을 때 서유럽의 작은 마을 병원에 온 느낌이었다고 했다. 건물은 완전히 새로 단장했고 장비들도 모두 새것이었다.


2015년 포격에 파괴됐던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깨끗이 새단장됐고 최신식 컴퓨터가 교실마다 설치돼 있었다. 이 병원과 학교는 최근 러시아군에 의해 다시 완전히 파괴됐다.


피르소우는 우크라이나가 도로와 학교, 병원을 재건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2017년부터 유럽연합(EU)에 비자 없이 갈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9년 신인 정치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반부패 친유럽 정책으로 대통령에 당선하자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즉각 물러났다.


피르소우는 물론 지금도 우크라이나는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부패가 심하고 사법제도가 완벽하다고 할 수 없으며, 법원은 독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전쟁 전까지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폴란드 등 다른 나라로 갔다. 피르소우는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 문제들은 러시아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 피르소우의 생각이다. 푸틴이 20년 동안 집권한 러시아에서 선거는 전혀 의미가 없다. 러시아 전국의 도로는 엉망이고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로 투옥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고 밝힌 지역의회 의원 알렉세이 고리노프가 7년형을 선고 받은 것처럼 말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10년전 유럽챔피언 축구 경기를 보며 러시아인들과 맥주를 함께 마셨다. 당시는 우크라이나가 발전하고 있고 러시아는 퇴보한다는 걸 몰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자유의 길에 나섰고, 러시아는 국영 TV와 석유 달러로 소련 시절로 회귀하고 있었다. 결국 두 나라는 멀어졌고 단절됐다.


피르소우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매일같이 우리가 이룬 것을 지키다가 부상한 우크라이나 사람을 옮기는 일을 해왔다. 침략자들도 이제서야 우리가 이뤄낸 것을 보고 있다. 그들은 이런 진실을 가지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밤낮 정치선전에 '좀비박스' 된 러TV]


지금 러시아인들은 한마디로 ‘우물안 개구리’다. 오직 러시아 정부 당국이 전하는 소식만 듣고 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외부의 진실된 뉴스를 접할 기회가 없다. 이미 러시아 당국이 원하지 않는 뉴스는 퇴출된 지 오래다.


심지어 서방의 언론조차 직접 볼 수 없도록 폐쇄조치를 취했다. SNS를 통한 통제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상당수 러시아 TV 시청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국영·관영 방송의 보도 태도에 염증을 느끼고 TV에서 멀어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상당수 러시아 TV 시청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국영·관영 방송의 보도 태도에 염증을 느끼고 TV에서 멀어졌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모스크바의 독립 연구소인 '로스미르'의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 2월 제1채널, 로시야-1(러시아-1), NTV 등 3개 주요 채널을 전체 주민의 86%가 시청했으나 지금 그 비율이 65%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 선전전 비용을 3배나 늘렸는데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국영·관영 방송을 '좀비 박스'로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정체 국면에 빠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내부내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균열되는 러시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정체 국면에 빠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내부내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크름반도가 공격 당하면서 러시아 영토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크렘린궁에 대한 러시아 내 정치적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그 실체와 진실을 잘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면서 일어나는 풍파들일 것이다.


지금 러시아는 전쟁에 투입해야 할 병력이 태부족이지만 대대적 징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징병책이 자칫 러시아 사회 전체에 전쟁으로 인한 불안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러시아는 지금 하루하루가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가 더 잘 산다는 진실, 그리고 이번 전쟁이 푸틴의 침략전쟁이었다는 진실이 널리 퍼지는 것이 가장 두렵기 때문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262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