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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전쟁 6개월, 기로에 선 러시아 - 한층 짙어지는 전운, 그러나 러시아는 반전할 카드가 없다 - 러시아군, 상상 초월할 엄청난 희생, 무기 실력도 드러나 - 러시아 경제마저 대추락 시작, "딥 다이빙 할 것"
  • 기사등록 2022-08-24 05: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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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쟁 개전 6개월, 한층 짙어지는 전운]


8월 24일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지 딱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이날은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31번째 독립기념일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보면 양측간 전면전 양상은 줄어 들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크름반도 공격과 러시아에 의한 자포리자 원전 피격,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푸틴의 정신적 지주이자 스승인 알렉산드르 두긴을 향한 차량폭발로 그의 딸 두기나가 숨진 사건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도대체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분석 1: 푸틴의 계산에서 완전히 벗어난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을 평가한다면 제일 먼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계산이 완전히 빗나간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정보전에서 실패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심각하게 오판을 했으며 동시에 러시아군에 대해 과대 평가를 했다.


결국 2월 24일 새벽,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 군사작전'을 선언하고 20만 명에 가까운 병력으로 전면 침공을 감행하면서 3~4일안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친러 괴뢰정부를 세우려 했다. 그러나 그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러한 판단 착오의 결과가 엄청난 군사력을 투입하고도 지지부진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객관적인 군사력으로만 본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비교하기 조차 민망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단순한 군사력 수치만으로 전쟁이 수행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8월 22일 현재 러시아군의 전사자수는 최소 4만 5400명 수준이라 밝혔다. 그리고 탱크를 포함한 전차 7200여대, 다연장 로켓시스템 266문, 러시아 방공망 145개소, 러시아군 전투기 234대, 헬리콥터 198대, 드론 815대, 크루즈 미사일 194대, 해군함정 15척, 주요군사시설 99군데를 손상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지난 8월초, 전사자와 부상자수를 합친 러시아군 사상자수는 8만여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의 전사자 수는 9천여명이라고 밝혔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22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밝힌 전사자수는 전사자 유족을 기리기 위해 열린 포럼에서 나왔다. 러시아군의 사상자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다.


[분석 2: 들통난 러시아의 실력]


그런데 이러한 수치 외에도 러시아가 입은 피해는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 일단 군사적인 면만 보더라도 세계 제2위의 군사대국 러시아라는 단어는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러시아군이 그야말로 종이호랑이였음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푸틴의 자존심이라 불렸던 60억원 짜리의 T-90탱크가 우크라 미사일에 산산조각이 난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 무기들의 허접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러시아 무기를 도입하려던 국가들이 손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 8월 15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인 '육군-2022' 포럼 개막식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러시아는 소형무기부터 장갑차와 대포, 전투기, 무인항공기까지 가장 현대적인 무기를 동맹국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무기 판촉에 나섰지만 이미 러시아제 무기의 실력이 낱낱이 드러난 마당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랑하는 신형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35의 불안정한 위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더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심지어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랑하는 신형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35의 불안정한 위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더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올렉시 그로모프 우크라이나군 부참모장은 지난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된 Su-35 전투기가 24대”라면서 “중국이 2015년 25억 달러에 구매한 Su-35 24대 가운데 겨우 9대 만이 문제없이 운용 가능한 상태로 공급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 100여 대의 Su-35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Su-35가 우크라이나의 낡은 전투기와 지상 부대들에게 일정한 피해를 주고는 있지만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SU-35기 구매에 목을 매던 인도는 프랑스와 미국으로 구매선을 돌렸고, 전통적 러시아제 무기 구매국인 알제리도 결국 SU-35구매를 포기했다. 이집트 역시 미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는 지금 러시아의 최신예 무기들이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그만큼 러시아의 국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추락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분석 3: 휘청거리는 러시아 경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러시아 경제에 대한 평가다. 에너지 무기화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러시아가 엄청난 흑자를 얻었는데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2분기에 4%p 넘게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이는 지난 2월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나온 경제보고서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3.5%였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반전”이라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2분기에 4%p 넘게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이는 지난 2월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나온 경제보고서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3.5%였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반전”이라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러시아 경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서방진영이 러시아의 에너지에 대해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러시아의 경제적 피해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면서 핀란드 은행의 경제연구소 수석 고문인 로라 솔란코(Laura Solanko)의 말을 인용해 “올해는 러시아 경제가 딥 다이빙을 할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아예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라 진단했다.


또한 세계적 국방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드 아널드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을 맞은 시점에서 향후 상황에 관해 “휴전은 우크라이나로선 용납할 수 없는 길이며, 러시아 경제는 제재 완화나 외부 도움 없이는 1년 내 붕괴할 위험이 있다”면서 “서방세계의 제재 효과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다.


[분석 4: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 러시아]


이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면서 품었던 원대한 구상 중의 하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극 체제를 러시아가 함께 선두에 서는 다극체제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미국은 지난 트럼프 정권 이후 서방진영의 리더 역할을 포기했고, 그럼으로 인해 미국의 영향력도 상당히 쇠퇴했다. 특히 나토에서의 미국의 지배력은 예전같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푸틴이 구상했던 나토의 분열은 완전히 빗나갔고, 역으로 나토가 더욱 굳건하게 단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그 나토에 중심이 다시 미국이 우뚝 서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시말해 러시아가 벌인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다시 ‘서방진영의 리더’로 복귀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뛰어난 정보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을 벌이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그와 관련된 러시아 핵심의 모든 정보들까지 모두 입수했다.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나토의 핵심 국가들인 독일이나 프랑스조차도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모든 것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되면서 미국의 리더십은 더욱 강건해졌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항하는 서방진영의 리더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과 대 러시아 제재를 미국이 확실하게 이끌게 되었다. 이는 푸틴의 구상과 180도 다르게 진전된 것으로 오히려 미국의 단극체제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미국의 뛰어난 정보력은 적재적소의 군사지원과 연결되면서 골리앗같이 막강한 러시아군을 다윗같은 우크라이나가 온통 흔들면서 러시아군을 무력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푸틴의 구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전쟁개시 6개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전쟁 개시 6개월을 맞는 8월 24일 이후, 러시아의 푸틴은 이 전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려 할까? 한마디로 러시아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에게 있어 가장 큰 타격은 안전지대라 여겼던 크름반도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폭격을 당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흑해함대마저 언제든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안게 되었다.


특히 러시아의 전자방공망이 완전히 뚫렸다는 사실은 러시아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다고 러시아군이 마땅히 대응할 방법도 없어 딜레마에 빠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일어난 푸틴의 브레인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의 사망 사건은 또다른 전기를 맞게 만들고 있다. 일단 러시아가 이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는 것은 전쟁 자체를 확전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전면전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과연 러시아가 그럴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가 걸려 있다. 분명한 것은 현 상황에서 과거 2월 24일 전쟁을 벌이던 초기의 무력대응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또다시 러시아군이 가지고 있는 재고 미사일들을 다 꺼내 폭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러한 폭격만으로 분풀이는 할 수 있을지언정 영토를 더 확대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을 한 지역의 배후를 잇달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래저래 푸틴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고, 러시아가 안고 있는 딜래마는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모스크바에는 이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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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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