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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악재 만난 중국 반도체, 내우외환에 ‘산 넘어 산’ - SMIC, 12인치 웨이퍼 국산화 실패 - 반도체 산업 지원 위한 대기금 관련 부패 줄줄이 드러나 - 대만 폭스콘의 중국 칭화유니 투자 철회도 악재
  • 기사등록 2022-08-12 06:22:18
  • 수정 2022-08-12 07: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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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악재 만난 중국 반도체]


중국 반도체가 초대형 악재를 연거푸 만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그것도 중국 내부와 외부 양쪽에서 거친 악재가 터지면서 과연 중국 반도체의 미래가 있겠는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악재1: SMIC, 12인치 웨이퍼 국산화 실패]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7월 26일 캐나다 반도체 분석업체인 테크인사이츠를 인용해 SMIC가 7㎚ 공정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SMIC의 7㎚ 공정개발 성공설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7월 26일 캐나다 반도체 분석업체인 테크인사이츠를 인용해 보도한 것이었다. 테크인사이츠는 중국 비트코인 채굴업체 마이너바의 채굴 기기에 내장된 칩을 분석해 SMIC가 7㎚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7㎚ 공정개발에 필수적인 EUV 장비는 어떻게 들여왔을까? SCMP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몰래 들여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어 왔었다.


SMIC는 지난 2019년 미국에 의해 블랙리스트로 지정되면서 미세 공정에 필요한 외국산 첨단 장비를 구하지 못해 구형(숙련) 기술인 28나노미터 반도체 생산에 집중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SMIC가 12인치 웨이퍼 제조 공정 국산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관측이 중국 내부에서 제기됐다. 중국 뉴스 포털 신랑왕(시나닷컴)은 지난 8일, “SMIC가 건설 중인 베이징 공장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국산화 프로젝트가 잇단 기술 개발 실패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SMIC는 지난해 초부터 베이징에 76억 달러(약 10조 원)를 들여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원료인 둥근 원판)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4년 1단계 가동을 시작해 월 10만 장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추게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신랑왕(시나닷컴)은 “현재 건설 중인 베이징 공장의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시스템 개발을 맡은 곳이 상하이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사 FA소프트웨어(상양소프트웨어)”라면서 “FA소프트웨어가 개발자 100여 명을 투입해 SMIC가 쓸 CIM 시스템 자체 개발을 진행했지만 SMIC가 요구한 기술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진전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신랑왕(시나닷컴)은 “SMIC가 FA소프트웨어에 추가 투자와 해결책을 찾을 시간 6개월을 줬으나, 이미 FA소프트웨어의 개발팀이 해체돼 고위급 기술자 상당수가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SMIC의 12인치 웨이퍼 제조가 벽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FA소프트웨어는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그 답변은 그렇게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FA소프트웨어가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14년부터 3천429억 위안(약 66조원)을 투입해 만든 일명 빅펀드(국가집성전로산업투자기금)가 투자된 회사라는 점이다.


[악재2: 반도체 산업의 총체적 부패]


중국 반도체 산업에 닥쳐온 또 하나의 악재는 바로 중국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부패 문제다. 지난 7월 29일 중국의 경제 매체 차이신이 60조원대에 달하는 중국의 국가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 책임자가 비위 혐의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준 바 있었는데. 9일에는 '반도체 숙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사정 기구인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는 9일 류양 총경리, 두양 전 총감, 양정판 부총경리 등 화신투자관리 전·현직 고위 관계자 3명을 당 기율 및 위법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화신투자관리란 중국의 국가 반도체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 운용을 전담하는 국유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그동안 대기금은 소유·관리 분리 원칙아래 자금 조성과 중요 전략적 판단은 자금을 조성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주식회사가, 일상적 투자 관리 업무는 대기금 운영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화신투자관리가 담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문제는 대기금의 자금을 집행하는 화신투자관리에서 총체적 부패 혐의가 발견되면서 사실상 수뇌부 대부분이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화신투자관리의 가오쑹타오(高松涛) 전 부총재가 비위 의혹으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7월 하순에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의 딩원우(丁文武) 총재가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신투자관리 전·현직 고위 관계자 3명까지 또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이와 벌개로 반도체 등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현직 장관인 샤오야칭 공업정보화부장이 비위 의혹으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반도체 산업 지원과 관련된 비리와 부패가 어디까지인지 전망 자체가 안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은 왜 이렇게 중국 반도체산업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 회사들에 대한 수사를 집중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지금의 중국 반도체 산업이 중국 당국이 생각하고 계산한 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원인 분석을 놓고 부패 문제가 불거진 것이 아닌가 보인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10여%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율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올리겠다는 광대한 계획으로 이러한 반도체산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굴기를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목표치의 절반도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보여 미중 반도체 전쟁 국면을 맞이하면서 책임자 처벌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악재3: 대만 폭스콘의 중국 칭화유니 투자 철회]


중국 반도체 산업에 덮쳐오는 또 하나의 악재는 대만 안보당국이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기업인 폭스콘에 중국 반도체 기업 투자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대만 당국이 폭스콘의 중국 핵심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淸華紫光)에 8억 달러(약 1조482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것에 대해 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대만 당국이 폭스콘의 중국 핵심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淸華紫光)에 8억 달러(약 1조482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것에 대해 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대만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양안(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대만 국가안보 고위 관리는 “이 투자는 절대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정부가 아직 이번 투자를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았으나, 국가안전회의(NSC)와 대(對)중국 담당 당국인 대륙위원회의 관료들은 이 투자를 막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정부 관료들이 이 문제를 국가안보 문제 수준으로 격상해 승인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다가 최근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 악화로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고 FT에 말했다.


이에 앞서 폭스콘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칭화유니에 53억8천만위안(약 1조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폭스콘의 중국 내 자회사인 폭스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이 칭화유니를 소유한 '베이징 즈광신(智廣芯) 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폭스콘은 이번 투자와 관련한 보고서를 대만 정부에 제출했다며 정부 관료들과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친중 성향의 대만 거부 궈타이밍(郭台銘)이 창업한 폭스콘은 중국 본토를 중요한 사업 기반으로 삼아 성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에 속했던 칭화유니는 반도체 설계·제조사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대만 정부의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제재 또는 억지조치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사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대만의 지원 없이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의존적이다.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사실상 대만의 TSMC 출신들이 주름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핑계로 중국인민해방군이 실시한 대만 포위 및 봉쇄 작전은 대만에게 중국과의 협력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를 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대만 정부는 반도체 첨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에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또한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경계해 최근 중국의 반도체 기술 탈취를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이런 점에서 대만 정부가 중국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만 행보가 주목된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카드가 바로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칩4동맹의 출범이다. 이렇게 중국 반도체는 지금 내우외환에 ‘산 넘어 산’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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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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