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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딜레마에 빠진 중국 - '국뽕'은 성공했지만 대규모 군사훈련 이후를 고민하는 중국 - 중국의 위험한 국수주의, "당장 대만 공격하라" 요구 - 동요하지 않는 대만 모습에 당황한 중국
  • 기사등록 2022-08-08 06: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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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군사훈련 이후를 고민하는 중국]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의에 대만 방문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중국의 대규모 대만침공 실전훈련은 중국내 인민들을 소위 ‘국뽕’에 취하게 하면서 시진핑 3연임으로 가는 단결을 기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외교적으로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응한 중국의 대규모 군사력 과시를 더욱 강화하면서 위기를 심화시킬지, 아니면 주변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한 정책으로 돌아서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응한 중국의 대규모 군사력 과시를 더욱 강화하면서 위기를 심화시킬지, 아니면 주변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한 정책으로 돌아서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인 4일부터 본격화된 이번 군사훈련은 6일에도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전투기 14대를 보내는 등 대만을 향한 군사적으로 압박을 이어갔다.


6일의 무력시위에 대해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계획에 따라 계속 대만의 북부, 서남, 동부 해·공역에서 실전화 연합 훈련을 했다”며 “연합 작전 시스템의 지원 속에 함정과 전투기, 해안 미사일 담당 병력 등을 출동시켜 대육지 타격과 대해상 집중 타격 능력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고 밝혔다.


중국해사국은 또한 6일부터 15일까지의 일정으로 서해(중국의 황해) 남부 일부 수역에서 실탄 사격을 한다고 발표했다. 전체적으로는 군사훈련의 규모나 강도는 확실히 약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당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훈련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뽕’ 부양에는 성공했지만 반발도 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이번 훈련을 통해 중국내에서 ‘강한 중국 이미지’를 고양시키면서 소위 ‘국뽕’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이는 왕이 외교부장이 5일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6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중국 인민이 일치단결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고 조국통일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와 결심에 박차를 가하도록 촉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내 부동산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시진핑 3연임 분위기를 망칠 수 있었는데, 이번 대만 군사훈련으로 ‘시진핑 중심의 중국’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애국주의가 주는 문제도 생겨났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는 “왜 훈련만 하고 마느냐? 내친 김에 통일하자”는 성토성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SCMP도 5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중국에서 국수주의 감정이 솟아올랐다가 이내 실망감이 널리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관영 매체들이 요란하게 선전했으나 정작 그가 대만을 떠날 때까지 행동을 취하지 않자 이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에서 터져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SCMP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고조된 국수주의는 중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해칠 위험이 있다”며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국내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국수주의를 활용하는 데 능숙하지만 고조된 감정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치학자는 SCMP에 “국수주의로 인해 중국 정부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어려웠다”면서 “이는 양날의 검이다. 고삐를 죄지 않으면 그런 국수주의는 중국의 외교 의제를 탈선시키고,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서방 국가들을 향한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는 중국의 힘을 과장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했는데 이는 대중이 환상을 갖도록 했다”며 “정부는 산업적, 기술적, 군사적 힘을 과시하는 대신 중국의 위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진핑과 왕이의 ‘머리에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는 등의 대중 선동으로 중국인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기는 했지만 이러한 국수주의가 가져올 후유증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는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요하지 않는 대만 모습에 당황한 중국]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고민은 정작 방대한 규모로 실시한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대만 사회의 동요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4일 중국은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 정작 대만은 사이렌도 울리지 않고 조용히 지켜만 봤다. 이에 대해 중국의 언론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리나라 일부 언론들까지 “중국의 미사일이 대만 패트리엇도, 美이지스도 뚫었다”면서 “대만의 방공망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중국 인민해방군의 국뽕식 해석이다. 우선 이번 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관련된 모든 정보는 대만 신추산의 러산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에 의해 모두 포착되었고, 여기서 수집된 모든 정보는 즉각 미군과 일본자위대와 공유됐다. 중국의 도발을 감시하는 ‘인도-태평양뉴스’는 6일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러산의 초대형 레이더는 최대 사거리가 5000km이고, 유효사거리는 3000km”라면서 “중국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5일 대만 국방부는 “국군(대만군)이 감시 시스템을 통해 정밀히 파악한 결과 미사일이 동부 해역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고, 주된 비행경로가 대기권 밖이어서 광활한 지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에 방공 경보를 울리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문제의 둥펑 미사일이 대만 영공을 통과했다면 대만군이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영공의 고도 범위가 국제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통상 항공기가 날아다닐 수 있는 100㎞ 정도 고도까지 인정한다. 그 이상에 대해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영공 외'로 간주한다.


심지어 대만은 외딴 섬 진먼의 상공에 무인비행기 7대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격추하지 않았다. 다만 경고와 함께 쫓아냈을 뿐이다. 대만의 이러한 대응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벌이는 이번 군사훈련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맞대응을 최대한 자제해 중국에 추가 도발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대만의 차분한 대응에 오히려 중국이 당황하고 있어 대만을 향한 군사압박이 과연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국뽕은 성공했지만 외교적 딜레마에 빠진 중국]


중국은 또한 이번 대만을 향한 군사훈련을 하면서 해양 안보와 기후 변화 등 의제를 두고서도 미국과 소통선을 중단했다. 소위 말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중국이 먼저 한 셈이다.


문제는 중국의 대규모 군사적 도발과 외교적 보이콧 카드가 중국이 아시아 이웃 국가를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했으며, 중국이 참으로 미묘한 선택의 기로에 서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에 있는 미중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수랍 굽타(Sourabh Gupta)는 SCMP에 “중국을 둘러싼 주변국가들은 중국이 대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원한다”면서 “아시아의 모든 사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굽타 연구원은 이어 “(중국이 강력한 군사적 도발을 한 상황에서) 중국의 가장 현명한 접근법은 모든 아시아 국가에 특사를 보내 하나의 중국을 말하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중국은 외교는 너무 오만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닉 비슬리 호주 라트로브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 이후 중국의 매우 강력한 대응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했다”면서 “문제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중국을 압박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인데 만약 미국이 중국을 밀어내는 것을 느낀다면 사태는 급속도로 그리고 매우 위험한 방법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 부교수는 “중국이 올가을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정부가 점차 상황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고 SCMP에 전망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강력하게 분노하면서 당장 대만을 접수하기라도 할 것같이 대들었지만 이젠 그 분노를 잠재우면서 주변 눈치도 봐야 할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는 상황에서 시진핑 체면 손상되지 않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태세 전환을 하는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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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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