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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펠로시 대만 방문 이후, 中 군사적 모험 시도할까? - 홍콩 명보, "펠로시 대만 방문은 위기의 서곡에 불과" - 스인홍 교수, "중대한 군사적 충돌 위험으로 가지 않을 것" - 시진핑 체면 고려, 군사도발 직전의 위협상태까지는 갈듯
  • 기사등록 2022-08-04 06:50:44
  • 수정 2022-08-04 06: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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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우회해 대만 도착한 펠로시…긴장의 7시간]


중국의 강력한 경고 속에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결국 2일 대만 땅을 밟았다.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일행을 태운 C-40C(편명 SPAR19) 전용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이륙한 후 무려 7시간 비행 끝에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남중국해 여기 저기에 설치된 중국의 군사시설을 피해 우회했기 때문이다. 이는 통상 비행시간 5시간보다 2시간여가 더 소요된 것이다.


▲ 대만 쑹산공한에 도착한 펠로시 하원의장 일행 [사진=펠로시 트위터]


펠로시 의장이 탄 전용기의 항적에 대해 전 세계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플라이트레이더24’에 동시에 접속해 SPAR19편의 운항 정보를 지켜봤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활용해 전용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 도착한 후 트위터를 통해 “대만을 여행함으로써 우리는 대만의 자유, 그리고 모든 민주주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유에 대한 것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내가 대만 (의회) 대표단을 이끄는 이유”라는 글에 잘 나타나 있다. 펠로시는 이 글에서 “미국과 우리 동맹은 우리가 결코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만과의 연대는 대만 국민 2300만 명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억압받고 위협받는 수백만 명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각에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미중간 불필요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대만 방문의 정당성에 대해 길게 설명한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펠로시는 이어 “중국 공산당의 가속하는 공격에 맞서 우리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미국이 우리 민주주의적 파트너인 대만이 자국과 그 자유를 수호하는 상황에서 대만과 함께한다는 명백한 표시로 보여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펠로시 의장은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천안문 사태와 홍콩 및 티베트, 위구르족 탄압 등을 거론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권력 장악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최악의 인권 기록과 법치주의 무시는 계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격랑속의 대만해협,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지금 최고의 관심사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가만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중국의 대응이다. 심지어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에 대한 격추설까지 나왔던 터라 온 세계가 중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2일 “미국이 대만과 관련한 문제에서 신의를 저버리고 멸시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 신용을 더욱 파탄나게 할 뿐”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동안 외교부와 국방부 대변인 등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을 비난했지만, 외교 사령탑인 왕이 부장이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대응 같은 강력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며, 또다시 대만을 향한 겁주기와 무역보복 같은 시덥지 않은 대응만 할 뿐이라는 점을 역력히 보여준다. 그것이 사실 중국이 대응할 수 있는 한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핑계 삼아 대만에 대한 위협을 강화하기는 할 것이다. 실제 공격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격 직전의 상황까지 연출하면서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 홍콩 명보는 3일 사설을 통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경고를 고의로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이번 위기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홍콩 명보는 3일 사설을 통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경고를 고의로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이번 위기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명보는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5일 연속으로 대만 주변 6개 지역에서 대만을 봉쇄하는 것과 같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려먼서 명보는 “대만 해협의 상황이 한동안 요동칠 수 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결과는 모든 당사자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며칠 동안 있을 중국군이 대만을 겨냥해 벌이는 군사훈련에 미국이 약하게 대처하면 대만을 정말 지지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낳을 것이고, 군사적 행동을 취하면 대만 해협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익명의 대만 전문가는 명보에 “실제 위험은 펠로시가 대만을 떠날 때나 떠난 후에 발생할 수 있다”면서 “순전히 추측이기는 하지만 "비행기 충돌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이 아니라 중국과 대만 간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 연합조보(Zaobao)의 생각은 달랐다. 이 매체는 3일 중국 인민대학교 스인홍(时殷弘) 국제관계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심각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중대한 군사적 충돌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은 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이 떠난 이후의 중국 대응에 대해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연합조보(Zaobao)의 생각은 달랐다. 이 매체는 3일 중국 인민대학교 스인홍(时殷弘) 국제관계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심각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중대한 군사적 충돌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은 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인홍 교수는 이어 “더 불길한 징후에도 불구하고 대만 문제의 근본적인 상황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만-중국 전략예측협회 사무총장 겸 연구원인 지에종(揭仲)도 “대만해협의 상황이 매우 긴박하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은 대규모 무력 과시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며, 대규모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등 대만을 공격할 준비가 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의 대만 해협 상황은 병력과 보급품이 남동해안으로 수송되는 흐름도 전혀 보이지 않아 사실상 전쟁 직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연합조보에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민에 대한 시진핑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군사적 위협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후 중국군의 대응이다.



‘중국의 거친 입’으로 불렸던 환구시보의 후시진 전 편집장은 2일 트위터를 통해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중국의 대응에 군사행동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올린 트윗 글에서는 “중국 국방부가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빈말이 아닐 것”이라며 “미국의 매파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중국의 이익이나 대만 관련 레드라인을 넘을 수 없으며, 넘게 되면 강력한 보복을 받게 되고, 얻고자 했던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시진 전 편집장이 말한 군사적 대응이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직후인 4일부터 7일까지 예고된 '대만포위' 실사격훈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구역의 위도 및 경도를 소개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구역의 위도 및 경도를 소개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중국군이 선포한 작전구역을 보면 완전히 대만을 포위한 형국으로 지난 1996년 위기 때와 비교해도 크게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산둥성 해사국은 2일 보하이해 웨이팡항 주변 일부 수역을 지목하면서 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3시부터 10일 오후 11시까지 실탄 사격이 예정돼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는 사실상 대만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지역이어서 쌩뚱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의도다. 이와 관련해 중국군이 말레이반도 남부와 수마트라 섬 사이에 있는 말라카 해협을 통하는 수송망 차단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이를 계기로 대만이 실효 지배중인 외딴 섬을 점령하는 군사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만 국가정책연구재단의 제중 부연구원은 “중국군은 본질적으로 무력 위협을 할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미군·대만군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려고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짚었다. 한마디로 겁만 주는 것이지 이 훈련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결국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에 나서겠지만 이는 심리적 압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자칫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했다간 모든 것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이 올린 트윗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위기만 풍기고 며칠 후면 또다시 조용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1일 마오쩌둥이 과거에 말했던 “미국은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려워할 게 없는 종이 호랑이”라며 “종이 호랑이는 비바람을 견디지 못한다. 난 미국이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잇따라 트윗했지만 아마도 날이 가면 갈수록 그 ‘종이 호랑이’가 누구인지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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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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