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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안 룰렛’ 싸움이 된 미중간 충돌 - 바이든·시진핑 날선 통화...“불장난·강력 반대” 충돌 - 러시안 룰렛 싸움이 된 펠로시의 대만방문 - 진퇴양난의 펠로시, 대만 방문 포기설도 나와
  • 기사등록 2022-07-30 05: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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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진핑 날선 통화...“불장난·강력 반대” 충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28일(현지시간) 2시간 넘는 긴 전화통화를 했는데, 대만 문제를 두고 분위기가 험악할 정도로 대충돌을 했다.


양국 정상간 통화가 끝난 후 백악관은 사후 보도자료 및 고위당국자 백브리핑을 통해 대만 문제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 다른 지역·국제적 문제. 중국의 인권 문제,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 문제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들이 다뤄졌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양국간 전화통화 내용에 대해 중국 입장에서 브리핑을 했다.


1) 대만 문제


*바이든 대통령: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중국의 시도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


*시진핑 주석: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세력의 간섭을 결연히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 세력에게든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는 것은 14억여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이다. 민심은 저버릴 수 없으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


*특기사항: 대만 문제에 관해 시진핑 주석이 ‘불장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양 정상의 영상통화에서도 나왔던 말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대화 때와 유사한 언어를 사용했다”면서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은유에 대해 분석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만 문제 논의시 분위기에 대해 “솔직하고 직접적이었다”고 전하면서 긴장감 있는 대화가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2) 남중국해 문제


두 정상의 남중국해 관련 대화에 대해 미 당국자는 “두 정상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면서도 “국제법에 근거한 질서에 반하는 중국의 활동에 대한 포괄적인 우려 표명은 있었다”고 밝혔다.


3) 경제 문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 등에 악영향을 주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 문제에 대한 우려를 거론했으나 미국의 대중국 관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미는 거시 경제 정책을 조율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글로벌 에너지와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등의 중대한 문제에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규율을 위배해가며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망 단절을 하는 것은 미국 경제 진작에도 도움 되지 않으며, 세계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강조하면서 반도체 동맹 등을 추진하는 것을 견제한 것이다.


4) 중국 인권 문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인권 문제를 제기했으며 중국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5번째 대화했지만 갈등만 되풀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4개월여 만에 대화에 나섰지만 미중 정상이 또다시 대만 문제를 놓고 불꽃 튀는 설전만 벌인 채 돌아섰다. 이번 전화통화로 모두 5번에 걸친 대화를 했지만 번번이 갈등만 노출하며 대만 문제 등 현안을 놓고 파열음만 터져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두 정상이 무엇 떄문에 대화를 나눴는지 그 목적도 불분명하고, 아무런 해법도 찾지 못한 무의미한 대화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두 정상이 2시간 20분에 걸친 대화를 했음에도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통화라 분위기는 더욱 거칠었고 험악했다. 그러다보니 양 정상이 하고 싶은 말만 다 꺼내놓고 합의점이나 공통된 인식에는 전혀 도달하지 못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안 룰렛 싸움이 된 펠로시의 대만방문]


이렇게 두 정상간 아무런 소득도 없는 독한 설전이 오고간 배경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얽혀 있다. 사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시진핑의 체면이 걸려 있는 중대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려고 하는 그 시점이 시진핑의 미래를 결정지을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중이라는 점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중국이 국방부와 외교부 등을 총동원해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도 결국 시진핑을 옹위하기 위한 결사적 항전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중간에 러시안룰렛 같은 게임이 되어 버렸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만류했지만 삼권 분립이 확실한 미국에서 펠로시의 대만행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펠로시의 몫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미중간의 관계를 고려해 펠로시가 대만 방문을 포기해도 문제고, 강행해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펠로시가 만약 대만 방문을 예정대로 시행한다면 아마도 중국은 이미 예고한대로 군사적 조치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중국 국방부의 탄커페이 대변인은 지난 26일 “미국이 고집을 부릴 경우 중국군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대변인의 경고를 재차 소개한 뒤 “중국인은 한다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을 군사훈련을 위한 비행 및 항행 금지 구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험악하다 보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 보도했다. “방문 계획이 알려진 후 중국이 연일 군사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데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어 “펠로시 의장은 대만행 취소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고, 미 의회에서도 중국에 굽히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분명한 것은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포기하면 중국은 더욱 의기양양해 질 것이고, 미국과의 외교전에서 승리했다고 자랑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의 미중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태를 불러 일으킨 펠로시 의장의 정치적 입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펠로시의 대만행 관련 설왕설래로 미국의 대 중국 입장만 난처하게 만들었고, 결국 포기함으로써 대중외교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독려하며 중국에 굴복하지 말라는 뜻을 보이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마저도 “지금은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지지했다.


일단 미군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가정하고 중국도발 대비 비상계획에 들어갔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시 중국이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항공기를 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각종 사고나 실수, 오해로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국방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AP통신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병력과 군사자산의 움직임을 늘릴 것”이라면서 “전투기, 선박, 감시자산, 기타 군사체계 등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비행과 대만 체류 기간 보호 목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 항모전단이 싱가포르 기항을 마치고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베트남의 군사전문가인 듀안당은 28일 “로널드 레이건함이 남중국해에 진입을 했고 그 뒤를 중국의 군함이 뒤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의 안보 학자 이안 스토리는 “중국 배들이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을 것으로 관측했다”면서 “대부분 그러한 상호작용은 안전하고 전문적이지만, 그들(미국과 중국 배)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대립이 일어날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항적을 봤을 때 앞으로 수일내에 대만 인근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이젠 포기할 수도 없고 강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러시안 룰렛이 되어 버렸다. 지금부터는 마음 약한 사람이 진다. 그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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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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