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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칩4동맹’에 중국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 - 지정학(地政學) 아닌 기정학(技政學)의 시대 - 반도체가 국가의 안보이지 국방이며 경제인 시대 - 칩4동맹 출범에 두려움 가득한 중국
  • 기사등록 2022-07-25 22:06:22
  • 수정 2022-07-26 07: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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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칩4동맹’ 출범]


요즘 중국이 좌불안석인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일본-대만과 한국이 참여하는 이른바 ‘반도체(칩)4 동맹’의 출범이다. 반도체 분야 특장점을 지닌 국가를 모은 글로벌 협력체인 ‘칩4동맹’ 자체가 중국 견제 의도가 분명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초집중하면서 이의 출범을 가로막으려 하고 최소한 한국이라도 그 칩4동맹에 합류하지 못하게 하려고 별별 압박과 위협, 그리고 회유를 하고 있다.


이 칩4동맹은 반도체 설계에 강점을 지닌 미국, 소재와 장비의 일본, 생산 능력의 한국과 대만의 4개국이 모여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공급까지 아우르는 전략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미 한국 정부 측에 칩4 동맹을 위한 반도체 공급망 실무회의를 열겠다고 통보했고, 이 회의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칩4동맹의 출범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단지 어떤 조건으로, 또 앞으로 한국이 피해를 덜 보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할 일들만 남은 상태라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중국 이상으로 중요한 시장인데다, 반도체 원천 기술과 장비 등에서 대(對)미 의존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요구하는 칩4동맹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칩4동맹에 있어 중국이라는 걸림돌]


그런데 칩4동맹 참여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중국이라는 존재다. 지난해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이 한국 반도체 수출액 중 39%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채택 중인 홍콩까지 합하면 6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시설이 중국에 있어서다.


문제는 칩4동맹이 본격 출범하면 반도체와 관련된 중국 투자 제한조치뿐 아니라 대 중국 수출 중단 문제들이 검토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게는 엄청난 충격파가 다가올 수가 있다. 미국만큼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당장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에 있어 중요 시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이 있는데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낸드가 삼성전자 전체의 40%, 글로벌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상당한 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중국에서 14조860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미국의 16조6852억원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여기서 생산하는 D램이 SK하이닉스 전체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며, 전 세계 생산량의 15%를 점유한다.


SK하이닉스는 또 우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공장도 있고, 다롄에서는 낸드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지정학(地政學) 아닌 기정학(技政學)의 시대]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의 외교를 가름하는 중요한 단어가 바로 ‘지정학(地政學)적 요인’이었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바로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었다. 한국이 속해 있는 지정학적 요인이 중국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고 중국을 무시하고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미중충돌로 글로벌 패권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는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었고, 그러면서 21세기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역시 중국과의 디커플링 소재가 되었다. 사실 반도체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죽고사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그만큼 중요한 국가의 기간산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반도체의 핵심기술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반도체 동맹을 결성하여 공동체를 만든다면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기정학(技政學·tech-politics) 요인인 것이다.


지금 시대는 반도체를 쓰지 않는 기기가 없고 반도체가 없으면 전쟁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그러다보니 반도체가 곧 국방이자 안보요 외교의 핵심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지정학의 시기에서 기정학이 대세가 된 지금, 한국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도 명확해진다.


[칩4동맹 출범에 두려움 가득한 중국]


이렇게 반도체산업이 사실상 그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대에 칩4동맹이 출범한다는 것은 결국 글로벌 패권의 가장 중요한 축이 탄생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바로 그 칩4동맹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국이나 러시아같은 불량국가와는 담을 쌓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이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고 칩4동맹의 출범을 저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일본-대만은 이미 칩4동맹의 참여를 결정했고, 아직 한국만 최종 판단을 앞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국이라도 절대 칩4동맹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8일 논평 격인 'GT 보이스'를 통해 “미국의 정치적 압력 아래에서 한국이 (칩4 동참 요청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 미지수이지만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임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19일에는 중국 외교부가 직접 나서서 견제구를 던졌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칩4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주장을 했다.


21일에도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칩4 동맹을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구성 시도로 규정하면서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중국이라는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면서 최대 시장과 핵심 공급원으로서 한중간 상호 의존성이 큰,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의 단절은 중국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받을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중국이 이렇게 칩4동맹의 출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건드릴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와 군사 두 핵심 영역에 걸친 미중전략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데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의 강자인 한국과 대만, 반도체 제조 설비 분야 강자인 일본과 반도체 동맹을 결성하게 되면 중국의 '급소'를 겨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중국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나 시장이 어느 수준이길래 중국이 이렇게 전전긍긍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도 만만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말은 일부는 맞다. 어차피 10나노 이하의 미세공정기술을 중국이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4나노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3천500억 달러로 중국 전체 수입액의 1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액 기준으로 원유와 전체 농산물 수입액보다도 많다. 그만큼 반도체 분야 대외 의존도가 아직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기술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장비, 재료의 대중국 기업 판매 금지, 자국 투자자의 중국 기업 투자 금지 등 다층적 제재를 활용해, 중국의 여러 반도체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고, 칩4동맹 출범으로 이러한 압박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반도체 경쟁에서 칩4동맹 그룹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지난 21일 '신랑(新浪·시나) 재경' 온라인판에 올라온 '미·일·한·대만 반도체 동맹, 중국 반도체 산업을 완전 봉쇄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글은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글에서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전자·디지털 자동차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수요는 세계 1위”라며 “수요는 거대한데 반도체 제조기술은 낙후해서 반도체는 목을 조이는 약세 산업이 됐다”고 썼다.


이 글은 이어 “만약 미·일·한·대만이 반도체 동맹을 구성하면 글로벌 프리미엄 반도체는 거의 미국 일가가 틀어쥐게 되는 것”이라며 “(중국에) 강력한 장벽이 될 것인데 이는 중국이 선진적이고 완벽한 국산 반도체 산업망을 완성해야 칩4 봉쇄를 뚫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아무리 칩4동맹이 출범해도 단기간 내 대중국 공급망 단절을 시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도 그 기간동안에 반도체 자립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반도체 시장은 지금 국가의 생존을 건 거대한 전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무역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칩4동맹에서 동시에 중요한 축을 어떻게 맡아갈 것인지 고민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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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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