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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합의 파기한 러시아, 능구렁이 같은 푸틴 - 우크라 곡물수출길 열기로 합의한 다음날 또 미사일 공격 - 우크라 항구 공습 일제히 규탄한 국제사회 - 젤렌스키, 러시아는 '향유고래' 푸틴은 '구렁이'에 비유
  • 기사등록 2022-07-25 13:53:49
  • 수정 2022-07-25 2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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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우크라 곡물수출 길 연 러시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동시에 흑해 봉쇄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을 막으면서 글로벌 곡물 위기가 길어지자 지난 두달여 넘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 끝에 결국 이를 풀기로 합의했다.


AFP와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협상 참가 4개 대표단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유엔이 제안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최종 서명했다.


협상 주체들은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하고 이곳을 지나는 수출입 선박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흑해 항로로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러시아는 곡물과 비료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날 BBC방송이 보도한 합의안에도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운송선이 오데사항 기뢰 부설 해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함정이 항로를 인도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우려하는 무기 밀반입·반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튀르키예가 수출입 선박을 검사하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데사를 비롯한 3개 항구에서 곡물을 선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4개국 주체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공동 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에 무기가 실리지 않았는지를 감독하기로 했다.


공동조정센터는 무기 적재 여부뿐만 아니라 곡물 수출입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으며, 23일부터 즉각 설립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4개국이 22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합의문에 서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애초에 이런 (수출 봉쇄) 상황이 만들어져선 안 됐다.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면서 “러시아의 합의 이행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4자 합의로 전 세계 식량난이 해결될 단초가 마련됐지만, 러시아가 합의를 깨지 않고 이행할지 지켜보겠다는 일종의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 회담을 주도한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실은 22일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리는 합의 서명식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주재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대표단은 지난 14일 이스탄불에서 4자 협상을 열고,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 이튿날에 우크라 오데사 항구 공격한 러시아]


그런데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곡물의 수출 협상이 타결된 바로 그 다음 날인 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합의문에도 명시된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한 곳의 기반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로 우크라이나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사상자 발생 여부나 항구의 구체적 피해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데사 지역 하원의원인 올렉시 혼차렌코도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 항구 주변에서 6번의 폭발이 있었고 항구에 불이 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방공대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일부 격추했으며, 전투기가 공중전을 벌이고 있으니 대피를 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우크라 항구 공습 일제히 규탄한 국제사회]


우크라이나 곡물수출과 관련된 합의 바로 다음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항 오데사를 공격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을) 분명히 규탄한다”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터키)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EU는 오데사 항구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합의가 이뤄진 지 하루 뒤에 곡물 수출에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한 것은 특히 비난받을만하고 다시 한번 국제법과 약속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무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가 오데사항에서의 곡물수출을 허용하기로 해놓고도 바로 그 오데사항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는 점에서 곡물 수출 합의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이날 착수하기로 한 협상 4자간 공동조정센터 설립 작업부터 제대로 진행될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우려대로 합의 파기한 러시아]


러시아군의 오데사항 공격으로 이번 곡물수출 합의가 완전히 파기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는 없다. 오데사항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러시아 외교부의 합의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군부의 반발일 수도 있고, 외교적 합의 내용이 군부에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아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러시아군의 오데사항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튀르키예 국방부의 훌루시 아카르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최대항구인 오데사 항이 전 날 폭격을 당한 것은 우리와 전혀 무관하다”고 튀르키예 정부에 알려왔다고 말했다.


아카르장관은 “우리가 러시아 정부와 연락해본 결과, 러시아 측에서는 오데사항의 공격은 자신들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러시아 정부도 그 사건에 대해서 면밀하게 세부 사항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를 보면 러시아 외교부와 국방부간에 우크라이나 곡물수출에 대한 합의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거나 군부가 외교부의 합의 사항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오데사항을 콕 찍어 공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올린 비디오 영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흑해로 수출하기 위한 양국과 유엔, 튀르키예 간 4자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오데사항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이유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러시아 권부내에서도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는 점이다.


또 하나, 이유가 무엇이었건 간에 러시아는 역시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또다시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 후에도 지정학적 확장 정책을 추구한 옛 소련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은 러시아군에 휴식을 제공할 뿐이라며, 러시아군 점령지를 모두 되찾기 전에는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도 결국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


다시말해 러시아에 외교적으로 양보하라는 국제 사회 일각의 요구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양보는 (에너지·식량 등) 글로벌 시장을 다소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러시아 군의 일시적 휴식을 준 뒤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 말한 대목에서도 그 이유를 읽을 수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침공 당시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민스크 협정을 체결하며 휴전한 바 있다. 두 차례 걸쳐 이뤄진 민스크 협정은 '즉각 휴전과 러시아 병력 철수',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돈바스 재건'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그 약속대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세력이 집결해 내전이 확대됐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이 선포됐다. 결국 러시아는 이들 지역을 '해방'하고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단행했다.


이렇게 국제사회와의 협약을 전혀 지키지 않는 러시아를 또 믿고 영토의 일부를 내주는 휴전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변인 것이다.


그래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유고래와 구렁이는 2~3년 이내에 2개 지역을 더 점령한 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 100%”라면서 “그들은 계속 더 멀리 가려할 것”이라고 이번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것이다. 러시아를 '향유고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렁이'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구렁이는 비단뱀처럼 입을 열었고, 그 앞에 놓인 우리는 단순한 토끼일 뿐이라 생각됐지만 우리는 토끼가 아니었다”며 “그가 우리를 삼킬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삼키려 했다가 (오히려 입이) 찢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을 국제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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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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