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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동의 드론전쟁 - 푸틴, 이란 방문해 이란제 드론 수백대 도입 요청 - 러시아산 드론은 품질 낮아 전장에 사용 못해 - 이란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 중심 중동국 손잡아
  • 기사등록 2022-07-23 21:16:20
  • 수정 2022-07-24 0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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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중동발 드론 전쟁, 이유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사용하기 위한 이란산 드론 도입에 힘을 쏟고 있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을 방문해 에너지와 식량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런데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국외 출장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굳이 이란을 방문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들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푸틴의 이란 방문 배경에 드론(무인기) 제공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6일, “러시아 대표단이 전투용 드론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미 이란을 두 차례 방문했다”고 밝혔다.


설리반 보좌관은 지난 11일(현지 시각)에도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러시아에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수백 대의 무인항공기(UAV, 드론)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CNN은 “미국은 러시아가 드론 물량을 보충하기 위해 이란으로 눈을 돌렸다고 믿고 있지만, 이란제 드론이 얼마나 정교하고 효과적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① 이란이 생산한 드론이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길래 러시아까지 나서서 도입하려 하는가?


② 지난 2021년 11월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 및 방위산업 대표자 회의에서 “우리 군은 2000대가 넘는 드론으로 무장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의 적용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었는데 그 엄청난 양의 러시아산 드론은 제쳐두고 왜 이란제 드론을 수입하려 하는가?


③ 이란이 첨단 드론을 생산한다면 반드시 이스라엘 역시 이에 대응하는 뭔가를 할텐데 이스라엘과 나머지 중동국들의 대책은 무엇인가?


[① 이란제 드론, 도대체 어떤 수준이길래?]


일단 러시아가 이란산 드론을 수입하려 하는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는 독자적인 드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란의 드론은 지난 4개월 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많은 손실로 거의 소진되어 당장 러시아 무기 체계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가 추가로 드론을 제작하려 해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첨단 부품 등을 수입할 수가 없어 별 수 없이 우방국인 이란제 드론을 수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푸틴대통령까지 이란으로 날아가 드론 구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압도적인 포병 우위를 점하고도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정찰기와 공격용 드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방해없이 드론을 들여올 수 있는 나라로 이란을 꼽은 것이다. 이란은 최근 무인기 개발 시장에서 주요 제조사를 배출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란은 지난 6월1일 자국 국영TV를 통해 자그로스 산맥 수백 미터 아래에 있는 '비밀 드론 기지'를 공개하면서 전략 드론 100기를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NYT는 이와 관련해 “샤헤드-129 드론의 경우, 해외에서 군사 및 대테러 작전에 사용되는 미국의 공격용 드론 MQ-1 프레데터와 매우 유사하다”면서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몇 년 전 이란에서 추락한 프레데터를 역설계한 복제품이라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이란이 그런대로 수준이 높은 드론을 개발해내자 중동의 안보지형이 술렁거리고 있다. 우선 이란으로부터 무인기를 공급받는 이란 동맹국들과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이 최근 드론을 이용한 공격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이던 지난 15일(현지 시각)에도 국영 IRIB 방송을 통해 해군의 ‘드론 전단(戰團)’ 훈련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사실상 미국을 향해 무력 시위를 한 셈이다. 이 영상에는 다수의 드론이 이란의 잠수함에서 출격하여 해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모습이 나왔다.


일단 이란의 드론 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0여 년 전부터 드론을 핵심 비대칭 전력(상대방이 대응하기 힘든 무기)으로 키워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이란의 ‘카만22′ 등 이란의 일부 모델은 작전 반경이 3000㎞에 달해, 숙적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수니파 아랍 국가들을 모두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란의 드론은 사실 아주 위험한 정치적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란제 드론이 같은 시아파인 예멘 후티 반군과 이라크 내 친(親)이란 민병대, 시리아 정부군, 레바논 헤즈볼라 등의 손에 들어가 지역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들 무장 단체들은 드론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요르단 등 주변 국가에 지속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 3년여간 동안에 드론 공격으로 테러를 일으킨 사례는 확인된 것만 해도 30여건에 달한다.


[② 그 많던 러시아산 드론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개월 전에 푸틴 대통령이 자신있게 자랑했던 2000여대의 러시아산 드론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숫자만 많았지 수준이 형편없어 사실상 폐기처분됐다고 보면 된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 전쟁을 치르면서 조지아가 운영하던 이스라엘산 드론의 성능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그때부터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드론 개발에 들어갔다.


부랴부랴 드론 기술 개발에 착수했지만 2014년의 크름반도 병합사건으로 서방의 기술제재가 시행되면서 제대로 된 드론 개발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철저하게 국산화된 드론 제작에 착수했지만 생각대로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푸틴이 자랑했던 드론은 성능 자체가 형편없이 떨어져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줄줄이 추락한 것이다.


대신 우크라이나가 지난 2020년 튀르키예(터키)에서 도입한 중형(中形) 무장드론 TB-2(Bayraktar)만 돋보인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③ 이란제 드론에 대한 이스라엘과 중동국들의 대응은?]


이란의 드론 기술이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이스라엘의 드론 기술이나 무기체계는 이란을 훨씬 압도한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가장 많은 군사용 드론을 운용하는 동시에 최대 드론 수출국이기도 하다. 또한 이스라엘은 그동안 표적 암살 등에 무장 드론을 사용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스라엘의 드론 기술이 이렇게 뛰어나다보니 이란과 그 동맹국, 그리고 무장단체들이 이란제 드론을 적극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서둘러 손을 잡으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곧, 이란 드론의 공격을 받는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정치·군사와 정보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안보 공조에 나섰다. 전통적 적대 관계마저 뛰어넘은, 대(對)이란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NYT는 “이스라엘은 이미 여러 무장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아 왔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요르단 등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 국가들 간에 이례적인 ‘이면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들이 이렇게 이스라엘과 손을 잡는 것은 이 국가들이 보유한 방공망과 대공 방어 무기가 전폭기나 미사일 등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작고 느린 드론 방어에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NYT는 “실제로 (요르단 등) 다른 국가가 미처 발견 못한 드론을 이스라엘이 해당국 상공으로 날아가 요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이스라엘제 드론이 이들 국가들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은 이를 계기로 범(汎)중동 공동 방공망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지난 2020년 ‘아브라함 조약’으로 해빙 무드를 맞은 이스라엘과 UAE를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도 참여시켜 이란과 친이란 무장 조직에 대한 ‘대공 포위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공동 방공망 시스템에는 드론을 잡는 데 최적화된 ‘안티 드론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이란제 드론을 러시아가 입수한다면?]


아마도 러시아는 곧바로 이란제 드론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프레데릭 케이건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소장은 “러시아 군이 보유한 정밀 무기가 고갈되고 있다는 다양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란이 제공하는 무인정찰기(UAV)가 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금보다는 우크라이나 깊숙한 곳까지 정밀 공습할 수 있는 능력을 러시아가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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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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