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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제재에 놀란 중국, 미국 국채 줄인다! - 美국채 대량 투매로 보복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 판단 - 美국채 보유 최소화 전략, 대신 러시아 원유 등 비축 - 사실상 中보유 美국채가 中도발 막는 억지제 역할
  • 기사등록 2022-07-15 23:21:09
  • 수정 2022-07-16 07: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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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보유량 줄이는 중국]


최근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만 하더라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2.62포인트(0.46%) 하락한 3만630.17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11.40포인트(0.30%) 떨어진 3790.38에 장을 마쳤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61포인트(0.03%) 오른 상태로 거래를 끝내기는 했지만 최근까지 계속 하락 장세였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어두운 것은 경기 침체 공포에 투자 심리 악화가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초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와 달러화에 돈이 몰리게 된다. 경제가 이렇게 혼돈스러울 때는 그래도 미국 국채 매입이 가장 안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미국 재무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952억 달러(약 1239조원) 규모로, 2019년 10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의 국채 보유액은 석 달 연속 증가한 것인데, 이 추세라면 2019년 5월 이후 일본에 내준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자리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2767억 달러다.


그런 중국이 올해 다시 미국의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 미국의 국채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6월 중순 미 재무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34억 달러로 2010년 6월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다. 거의 1년새 1000억 달러 이상을 줄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은 왜 미국국채 보유량을 줄일까?]


사실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도 미국의 금융상황 때문에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3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넘어가자 빅스텝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대대적인 금리 인상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가게 되니 금융 원리상으로 보유 채권을 팔아치우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그러한 금융원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이 미 국채를 팔아야 하는 더 다급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은 3월초부터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국채를 팔아 확보한 달러를 환율 방어에 주로 투입했다. 한마디로 이유가 분명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미 국채를 팔아치울까? 단순한 금융원리 때문일까? 금융분석가들의 견해로는 중국과 일본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배경이 다르다고 말한다.


우선 중국은 외환 보유 형태를 다양화하려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국채를 판 돈으로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확보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대만 무력 침공 등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은 정상적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였던 이유?]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무역을 통해 번 돈을 미국 국채 구매에 쏟아 부었다. 그러다가 2008년 9월에는 드디어 일본을 제치고 미 국채 보유 세계 1위국이 되었다. 그러다가 2019년 6월 들어 1위 자리를 일본에게 내 주기는 했지만 아직도 중국은 제2위 보유국이다.


그런데 중국이 이렇게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① 미 국채가 최고의 안전자산이기 때문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는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물론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외환 당국 입장에서는 언제든 시장에서 팔아 현금화를 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이라는 장점 때문에 미 국채를 사들이는 것이다.


② 미국에서 중국 제품 구매 증진 위한 투자 성격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미국이 중국 제품을 사줘야 중국 경제가 잘 굴러간다. 다시말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임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베스토피디아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 제품을 계속 구매하도록 대출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렇게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게 되면 중국의 제품 수출도 늘어나게 된다. 이런 역학 관계 때문에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③ 막대한 대중무역 적자의 방패막이 역할


중국은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불만도 바로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다.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매달 250억~350억 달러에 이른다. 과거 트럼프 정부 당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것도 바로 엄청난 대중 무역 적자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미국에 우호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래서 통상 미중관계가 좋을 때는 미 국채 보유가 늘고, 관계가 악화하면 줄었다.


④ 대미 압박 수단으로 생각했던 미국 국채


사실 중국은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를 보유함으로써 미국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 미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팔면 달러 가치가 추락하면서 미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지난 2020년 12월, 미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SMIC를 포함한 중국 기업 80여 곳을 거래 제재할 계획을 밝히며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자 중국이 대미 보복을 다짐하면서 중국이 보유한 국채매각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바 있다.


실제로 시쥔양 상하이 재경대학 교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중국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미 국채 보유를 점진적으로 8000억 달러(약 951조원) 수준으로 낮출 것이다. 군사적 충돌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전량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를 투매하다시피 내다 팔아 미국 경제 자체를 완전히 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중국식 협박’을 한 것이다.


중국내의 이러한 논의에 대해 미국은 한마디로 코웃음을 쳤다. 당시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외환보유고에서 크라운 주얼(가장 가치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잃을 것이다. 마치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중국 정부를 파산시킬 것”이라 했다.


노스캐롤라니아대 경제학 교수를 지낸 칼 W. 스미스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오히려 미국이 이익을 볼 것”이라면서 “오히려 중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 단언했다.


인베스토피디아도 이와 관련해 “중국이 단기간에 많은 양의 미 채권을 팔아도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최악엔 달러를 찍어내 대금을 상환할 수 있다”며 “오히려 중국이 손에 쥘 자산 가치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대미 보복 수단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중국도 미 국채 투매를 통한 미국 보복 방안을 접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국에 던진 우려]


이렇게 중국은 당연히 미국의 국채를 가능하다면 많이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도 중국이 미 국채를 내다파는 데는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해외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2조 달러 정도 된다. 미 국채 보유액수가 1조 달러 가량 되니 순자산의 절반을 미국 국채로 보유하는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미국 국채의 보유 비율이 너무 높다보니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진영의 제재 효과를 분명히 목도했다. 만약 중국이 서방진영으로부터 그러한 제재를 받았다면 중국은 러시아가 받는 피해 몇 수십배 이상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 규모도 다르고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비율도 완전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국제금융보는 5월 23일 자에서 “미국이 금융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또한 유명 경제학자인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도 지난 5월 칭화대 주최 포럼에서 “미중 간에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의 해외자산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외환 보유액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만약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게 된다면 당장 국제사회가 대중 제재에 나서게 될 것이고, 그때 제재의 가장 우선순위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의 동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급격하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교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한한 최소로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면서 그 여윳돈으로 러시아 원유 확보와 해외 광산 매입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중국의 도발을 억지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으로 자칫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중국 경제 전체가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고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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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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