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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돼지고기가 시진핑을 흔든다? 전전긍긍하는 중국 - 돼지가격 폭등, 피그플레이션으로 옮겨갈 가능성 우려 - 중국 돼지고기 가격 폭등, 정치적 안정 및 경제성장 방해 -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한국경제에도 영향
  • 기사등록 2022-07-15 13:22:00
  • 수정 2022-07-15 13: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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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돼지고깃값, 3년전 대란 재현 우려]


중국의 생활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돼지고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당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4개월 만에 100% 급등했기 때문이다.


13일 중국 농업농촌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농산품 도매시장의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당 30.39 위안(약 5천900원)으로, 전날보다 2.4% 또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이 ㎏당 30위안을 돌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13일에도 ㎏당 가격은 30.24위안으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30위안대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은 지난 3월 중순 15위안(약 2천900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배가 오른 셈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물가 관리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4일 대형 돼지사육업체와 도살업체 관계자들을 소집해 돼지고기 재고를 쌓아두지 말고 정상적으로 출하하라고 지시하기도 하고, 최근의 가격 급등이 비이성적인 돼지고기 비축 때문이라며 시장 규제를 강화하며 공황 심리 조장 행위를 엄정 단속하겠다는 경고도 했지만 최근의 돼지고기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이러다간 3년 전 돼지고기 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인플레이션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른바 피그플레이션(Pig-Inflation)이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중요한 이유?]


중국인에게 있어서 돼지는 그야말로 필수불가결한 가축이자 음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돼지가 없으면 집이 완성되지 않는다(无豕不成家)”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자로 집을 가르키는 ‘가(家)’도 사람이 사는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형상을 그리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또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돼지는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인들의 농경문화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집에서 길렀고, 또 이를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애용해 왔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는 지금의 14억 중국인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음식이 되었고,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제1순위에 꼽히는 요리 재료가 되었다.


이렇게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보니 중국은 전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양이 세계 전체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인구는 전 세계의 5분의 1인데 돼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중국이 엄청나게 돼지고기를 먹어 치운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의 소울푸드(soul food)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돼지고기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민심을 잡으려면 반드시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도 생겨났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중국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 부르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CPI내 식품비중은 30%로, 이 중 돼지고기 가격 편입비중이 9%에 달한다.


사실 이 정도면 중국의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 동향이 중국은 물론 글로벌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돼지고기 관련 산업 종사자 수도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민심도 흉흉해지면서 정치 문제로 비화되고 심지어 정권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


그렇다면 지금 중국에서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올해 들어 급등한 국제 사료 가격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사료 가격 폭등에 부담을 느낀 양돈농가들이 조기 처분에 나서 사육 돼지가 줄어든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국제사료 가격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내 사료 생산도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CNN Business는 13일(현지시간) “최근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내몽골(內蒙古)자치구, 허베이(河北)성 등 북방 지역 여러 성(省)에 엄습한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옥수수, 콩, 밀, 목초지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돈 산업에 필수적인 사료의 주원료 콩, 옥수수 등의 생산이 급감함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농·축산종합기업인 신희망(新希望) 그룹을 비롯한 대다수의 주요 사료 생산 업체들은 콩지게미와 옥수수, 밀 가격 상승 요인이 뚜렷한 만큼 양돈, 양계, 양어 등에 활용하는 사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실제 “중국 내 사료 가격 인상은 지난 주부터 시작됐다”고 CNN비즈니스는 전했다.


두 번째로는 최근 중국 남부를 강타한 홍수로 인해 돼지 출하가 차질을 빚은 것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 당국은 이러한 요인보다 추가 상승을 기대한 대형 사육업체들과 도살·유통업체들이 출하를 늦추면서 급등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 폭등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3년전인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여파로 사육 돼지 수가 급감해 돼지고기 가격이 1년 만에 100% 이상 오른 바 있었다. 당시 돼지고깃값 급등에 따라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으면서 민생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만큼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런데 올해도 2% 이내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과 5월 각각 2.1%를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는 2.5%로 확대돼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중국 당국이 목표로 삼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3% 이내 유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장 민생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지면서 중국내 정치 상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중국 정부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하반기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안정적 물가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당장 중국 정부는 국가 비축분을 시장에 내놓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한국경제에도 영향을 준다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우리 정부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산 돼지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나라인데도 왜 그렇게 중국 돼지고깃값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일까?


가장 간단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중국의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 수준을 유지해왔었는데, 돼지고기 가격 급등세가 장기화한다면 중국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리스크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안해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도시봉쇄로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진다면 당연히 소비 심리 위축에 경기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렇게 중국이 돼지고기발(發) 인플레이션을 만나 경기 활력이 더 떨어진다면 이는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된 한국 경제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우리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중국산 돼지고기를 사가던 나라들이 수입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산 돼지고기에 손을 뻗게 되면서 덩달아 국제 수입 시장에서의 가격 폭등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또다른 주름살을 안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중국내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은 내부적으로는 중국내 민심 악화와 함께 중국내 정치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심지어 시진핑 3연임에도 짙은 안개를 드리우게 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전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주목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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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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