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잘 나가던 中 은행, 전 세계가 손절하는 이유? - 中 정책금융기관 채권 대거 매도, 2차 제재 우려 때문 - 美블링컨, 中 왕이 만나 러시아 지원 계속 할 경우 2차제재 경고 - 중국 국책은행에 2차제재 가해지면 혼란 불가피
  • 기사등록 2022-07-15 05:39:11
  • 수정 2022-07-15 05:41:01
기사수정



[中 정책금융기관 채권 대거 매도]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중국의 정책금융기관 채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거 중국 채권을 손절하고 있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 투자자들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70억달러(약 35조5000억원) 상당의 중국 정책금융기관 채권을 매각했다”면서 “중국 정책금융기관들이 그동안 러시아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줬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리스크가 떠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 투자자들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70억달러(약 35조5000억원) 상당의 중국 정책금융기관 채권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이는 국제 투자자들이 보유했던 중국 정책금융기관 채권의 6분의 1 수준(16.7%)에 달한다”면서 “최근의 위안화 표시 채권 매도세를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는 같은 기간 매각된 위안화 표시 채권(610억 달러)의 약 44.3%에 달한다. 한마디로 중국의 정책금융기관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급락하면서 펀드 매니저 등 민간 투자자들에게서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책금융기관 채권을 대거 매도하는 이유?]


그렇다면 이렇게 중국의 정책금융기관들의 채권을 대거 매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WSJ은 “중국개발은행이나 중국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발행한 위안화 채권은 중국 국채만큼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년간 국제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투자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들이 중국 정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이 해외의 댐·도로·공항 건설 공사에 돈을 대기 위해 발행한 채권을 마구 사들였다. 위안화 표기 채권은 거래가 쉽고 중국 국채와 마찬가지로 안전하면서도 금리가 높은 손쉬운 투자대상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정책금융기관들이 러시아에 막대한 돈을 빌려준 사실이 국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고 있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제재를 지켜야하지만 중국 정부는 “제재는 문제 해결에 효과를 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각종 경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자에까지 칼을 겨누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2차 제재)'을 결정할 경우, 중국 금융기관들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적 요인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2017년 제정된 미국의 법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당사자와 거래하는 제3자까지 제재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중국의 금융기관들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면 달러 송금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고강도 경제제재를 앞세우면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중·러 간 유착이 긴밀해질수록 발동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러시아와의 자본거래 규모가 큰 중국 금융기관들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노출된다면 당연히 엄청난 손실과 함께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잠재적 위험을 고려해 이들 채권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은 “특히 문제가 되는 중국 3대 정책금융기관 중 중국농업개발은행을 제외한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이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무원은 1990년대 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농업개발은행 등 정책 은행 3곳을 설립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익이 나지 않는 국내의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왔다.


이중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러시아 국영 기업과 금융기관에 모두 730억 달러(약 95조9000억원)를 대출해 줬으며, 이중 500억달러(약 65조6400억원)는 지금도 대출돼 있다. 두 은행은 지난해 말에도 합동으로 25억4천만 달러(약 3조3천억 원)를 러시아의 북극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은행들은 전쟁 발발 뒤 이같은 사실이 불거지지 않도록 조심해왔지만 모두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투자회사 애버딘의 상하이 지점장 에드먼드 고는 “중국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주된 이유를 ‘지정학적 위험’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반(反)자본주의적 규제도 중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개발은행 채권 상장지수펀드에 61억달러(약 8조93억원)를 보유한 블랙록이 최근 중국 정책은행 3곳이 발행한 채권 자산의 절반을 매각했다. 이 펀드 가격은 지난 5월에만 거의 3분의 1 가량 하락했다. 블랙록과 같은 민간 투자자들에 비해 정책은행 채권보다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한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은 매도세가 약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금융기관 채권의 팔자 분위기는 러시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위안화 표시 채권에 대한 팔자 분위기를 조성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미스 세일즈의 수석 애널리스트 보주앙은 “정책금융기관 채권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 때문이었다”면서 “하지만 위안화 약세 및 미국과의 금리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인한 수익률 격차 축소가 위안화 표시 채권 매도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미 재무부 채권 금리는 3.10%인데 비해 중국 국채는 2.83%, 중국개발은행 채권은 3.08%였다.


[중국에 대한 2차제재 가능성 커]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향하여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지지할 경우 그에 따른 ‘후과(consequences)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시진핑이 세계 무대에서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크라이나와 미국 편을 들 것”이라며 “시진핑이 올바른 선택(the right choice)을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사전 경고를 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중국은 러시아 상품 구매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의하면, 중국이 5월 러시아에서 수입한 상품 규모는 97억 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56.3%나 늘었다. 이렇게 수입하는 러시아산의 품목은 원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곡물들이다.


특히 중국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가격에 도입해 물가 상승 압력 완화 등 실리를 챙기는 한편 동맹에 준하는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러시아와의 교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물론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무척 경계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이 베이징 올림픽 몇 주전 만나 두 초 강대국 사이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고 선언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서 푸틴과의 우정보다 정치적 고려가 더 우선한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가 이렇게 보도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게 군사지원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푸틴으로부터 러시아 방문 요청을 받았지만 거부한 점 등을 근거로 한 것이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은 늘어났지만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부터의 세컨더리보이콧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쟁 장기화를 막으려는 미국 및 동맹국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난 중국과 러시아 외교장관간의 회담에서 드러난 양국간의 밀월은 서방진영의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었다. 더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던 중국이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 러시아의 기세가 역방향으로 교차한다고 판단해서인지 기세등등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토니블링컨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만남은 상당히 큰 의미를 던져준다. WSJ은 9일(현지시간)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대해 블링컨 장관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강대국간의 관계를 아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이 부장을 만난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잔혹한 전쟁이 시작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 편”이라면서 “중국은 러시아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왕이 부장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했다”면서도 왕이 부장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에 대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 할 수 있는 경고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계속해서 러시아편을 든다면 그때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감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엄청난 경제적 혼돈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당연히 그러한 문제는 시진핑의 3연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결말이 어떻게 흐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221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