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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국가부도내고 해외로 도망친 스리랑카 대통령 - 사임 의사 밝혔던 대통령, 싱가포르로 도피 - 2년전 IMF지원 받았어야 하나 중국의 당근책으로 좌절 - 스라링카 국민들은 고통, 대통령 가문은 엄청난 부 축적
  • 기사등록 2022-07-14 15:00:49
  • 수정 2022-07-14 15: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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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스리랑카 대통령]


올해 세계에서 첫 국가 부도를 맞은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73)이 반정부 시위를 피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웃나라 몰디브를 거쳐 싱가포르로 도피했다.


지난 9일 사임 의사를 밝힌 고타바야 대통령은 사임 절차도 밟지 않고 13일 새벽 공항 인근 공군 기지에 피신했다가 군용기를 타고 인근 몰디브로 도피한 것이다. 그러나 몰디브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또 싱가포르로 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고타바는 원래 아들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도피하려 했지만 미국은 고타바야 대통령의 비자 신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나라를 버린 대통령에 대한 스리랑카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리안해도 고타바야 대통령 일가의 부패 및 무능에 대한 국민 불만이 가득했는데 사임 의사를 밝혀놓고도 사퇴절차도 밟지 않고 도피한데다가 대통령 대행으로 현직 총리를 선임까지 했기 때문이다.


사실 현 총리인 라닐 위크레메싱게는 지난 9일 고타바야 대통령과 함께 사의를 표했지만 도망친 고타바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임명하자 사의를 번복하고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겠다고 밝혔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고타바야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당초 스리랑카 정계는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 2순위인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추대한 뒤 오는 20일 국회에서 새로운 대통령과 총리를 뽑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권력 승계 1순위인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대통령에 추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러한 집권여당의 움직임에 국민들은 즉각 반발하면서 스리랑카 국기를 몸에 두르고 정권 퇴진을 외치며 콜롬보 시내에 있는 총리 집무실과 관저까지 행진했다.


시위가 격해지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대통령 권한을 발동해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콜롬보 일부 지역에는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또한 경찰은 총리 집무실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몰려드는 시위대를 막아섰다. 또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고 여기저기에서 부상자가 나왔다.


그러나 시위대들은 물러서지 않고 강력하게 저항했다. 최루탄을 뒤집어쓴 시민들은 물과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다시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일부는 담을 넘어 총리 집무실 앞마당으로 진입했다.


경찰들은 처음에는 시위대들을 저지하는 듯 싶었지만 시위대의 숫자도 늘어나면서 경찰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처지로 몰리자 결국 경찰도 물러서면서 시위대에게 집무실을 내주고 말았다. 물론 그 현장에 총리는 없었다. 스리랑카 경찰은 지난 9일의 시위때도 시위대를 막아섰지만, 시위가 격화하자 길을 내준 바 있다.


스리랑카 국영 TV인 루파바히니 방송국에도 시위대가 들이닥쳤고, 방송국은 생방송 송출을 중단한 뒤 녹화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시위대는 또한 대통령 집무실을 점거했다. 그곳에서 시위대는 또 한번 분노를 폭발했다. 지나치게 화려한 수영장에 그의 사치행각이 도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에 시위대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고타바야 대통령과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대행은 성명을 통해 국가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의 지원을 확대할 것을 요청하면서 시위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대행은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하면서도 시위대를 '파시스트'로 규정한 뒤 “일부 정당들이 그들과 손을 잡았다”고 비난했다.


[부패의 온상이었던 고타바야 대통령 가문]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불교도 싱할라족 유력 가문인 라자팍사 일가는 2004년부터 2016∼2018년을 제외하고 총 15년간 스리랑카를 주물렀다. 현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77)는 2005∼2015년 재선 대통령을 지내며 고타바야를 국방장관, 형 차말(80)을 관개부 장관에 앉혔다.


그리고 형 마힌다에 이어 2019년 대통령이 된 고타바야는 형 마힌다를 총리, 동생 바실(71)을 재무장관으로 기용했다. 국책 사업 허가 때마다 최소 10%의 이권을 챙겨 ‘미스터 10%’란 별명이 붙은 바실 전 재무장관 역시 스리랑카를 떠나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4형제가 대통령, 총리, 장관 등을 주고받으며 국가경제를 마음대로 주물렀으며 이로 인한 부패가 만연하면서 결국 국가부도를 촉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가 결국 국가부도를 내고 대통령까지 해외로 도피하게 된 이유는 물론 대통령 일가의 부정부패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던 것이 국가 부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년 가까이 라자팍사 가문이 스리랑카를 집권하는 동안 스리랑카에서는 중국이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됐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함반토타 항구 건설이었다. 함반토타는 라자팍사 일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엄청난 빚을 지고 지은 함반토타항에는 입항하는 배도, 찾는 사람도 없다. 멀지 않은 곳에 최대 도시 콜롬보 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생긴 14억 달러(1조8284억원)의 빚을 갚지 못해 중국항만공사에 99년 동안의 운영권을 넘겼다. 이를 통해 중국은 인도양에 전략적 거점을 확보했다.


또한 함반토타에서 18㎞ 떨어진 곳에 중국으로부터 2억 달러(2612억원)의 대출을 받아 건설한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이 있지만 공항 운영은 전기요금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적자다.


이와 함께 수도 콜롬보에서는 두바이와 같은 금융 중심지를 목표로 하는 665에이커(269만1159㎡) 규모의 인공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이 프로젝트 또한 중국이 14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인공섬 프로젝트가 ‘숨겨진 부채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스리랑카 내 싱크탱크인 아드보카타 연구소의 무르타자 자페르지 이사장의 말을 빌어 “수십 년에 걸친 재정 낭비와 악한 통치로 스리랑카는 곤경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스리랑카의 외환 보유고가 산더미같은 부채로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국가부도의 위험이 증가하자 일부 관리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했지만 긴축조치를 꺼려한 당국이 중국으로부터 또 부채를 얻어 위기를 모면하려다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산더미같은 부채로 스리랑카의 외환 보유고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국가부도의 위험이 증가하자 일부 관리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했지만 그로인한 고통스러운 긴축조치를 꺼려한 스리랑카 당국은 채권국인 중국에서 또다시 돈을 빌려 부채를 갚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만 중국으로부터 30억 달러의 빚을 추가로 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렇게 빚을 내 빚을 갚는 방식으로는 일시적인 어려움만 피해가는 것이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WSJ은 “스리랑카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스리랑카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결국 엄청난 부채와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물품을 수입할 달러가 없어서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WSJ은 “스리링카 당국이 어쩔 수 없이 지난 4월에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지만 스리랑카 경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해 회생 가능성마저 의심스러울 정도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알리 사브리(Ali Sabry)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아무리 늦어도 최소 1년전에는 고통을 감수하고 IMF에 갔어야 하지만 중국의 당근책이 결국 스리랑카의 구조조정 노력을 좌절시켰으며 그것이 스리랑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이렇게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동안 라자팍사 가문은 9000만 달러(약 1170억 원)의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나라를 병들게 만든 라자팍사 가문은 아직도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몰염치가 2200만 스리랑카 국민들을 고통속으로 빠져들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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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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