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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13 23:42:09
  • 수정 2022-07-13 23: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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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 다리가 없는 새. 시드니에서 촬영됐다. [사진=Why Times]


내가 1994년에 중국 심양에 있는 요녕대학에서 외국인 교수로 근무할 때의 일이라 생각된다. 여름 방학이 되어서 잠시 귀국하여 휴식하고 있는데 내 학교 연구실로 손님들이 찾아왔다. 광주 ×× 수녀회에 소속된 수녀님 세 분이 오셨는데 광주시에서 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수녀회 소속 수녀님이라 했다. 그 중에서 수녀회를 대표하는 분은 외국인이었는데, 당시에 광주시에서 장애인 학교를 설립하여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수녀회에서 중국의 장애 학생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중국에서도 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싶은데 그 일에 협조를 부탁한다는 제의를 받았다. 이것이 내가 장애인 세계와 관계를 갖게 된 첫 번째 인연이었다.


나는 수녀님들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중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수녀님들이 중국으로 올 때는 수녀복을 벗고 일반인 옷으로 바꿔 입고 오도록 일러주었다. 얼마 후 심양 비행장에서 재회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초적인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나는 이미 친하게 지내고 있던 조선족 구청장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로 했다. 당시 심양시에서도 매 구마다 장애인 학교를 운영하였는데 부모들이 장애아를 집 안에 숨기고 키우는 경향이 높아서 학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조선족 청장의 소개로 심양시 시장을 만날 수 있었고, 시장에게 장애인 학교 운영의 필요성을 적극 권유하였다.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수한 장애인 교육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시에서는 학교 부지와 건물만 제공해 달라고 했다. 여러 차례의 협의 끝에 학교 기관을 대표하는 교장은 중국 측에서 맡고, 부교장은 한국 측에서 맡기로 했다. 한국의 교육지원기관이 종교단체인 수녀회에서 담당하는 것에도 합의를 보았다. 최종적으로 특정 구청에서 시범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로 하고 학교 건물과 부지는 기존의 학교를 제공 받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의 각 성()에는 종교국(宗教局)이라는 행정부서가 있어서 성()내의 모든 종교 활동에 대한 업무는 종교국의 허가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안에 대한 종교국의 최종 결론은 부결이었다. 이 학교를 빌미로 종교선교 활동을 하게 되면 시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각서를 쓰라는 것이었다. 시장은 그러한 서명은 할 수 없다며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오랜 동안 설득을 했지만 결국 장애인 학교 중국 진출 계획은 이렇게 접어야 했다. 이 이야기는 벌써 거의 30여 년 전의 일로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수녀원에서 중국에 장애인 학교를 운영한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나는 심양에서의 교환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 바로 광주전남 장애인재활협회의 이사로 가입하여 이들을 위한 재활 활동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몇 년이 지난 다음에 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활동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하였다. 집안에서 지내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태워서 무등산 보호단체 협의회회원과 함께 1인 등산객과 1인 장애인을 묶어서 매년 무등산에 올랐고, 산 정상에서 즐거운 행사도 개최하였다. 이런 행사에 장애인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다른 활동도 적극 기획하고 실천했다.


그 후 학교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사용기간이 만료된 컴퓨터를 기증 받아서, 체신청에 수리를 의뢰하여 중증 재가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당시 체신청에서 부품까지 교체해 주면서 컴퓨터를 무상으로 수리해 주었다. 재가(在家)장애인의 원활한 컴퓨터 활용을 돕기 위해서 각 대학의 봉사 동아리와 협력하여 매주 2회씩 직접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서 사용법도 지도했다.


나중에는 매년 국가의 국책사업에 선정되어 이동 가능한 시내 장애인 100여 명을 선발하여 중식 식비와 교통비를 지급하면서 전문 컴퓨터 요원을 양성하여 게임업계나 컴퓨터 회사에 취업을 알선하기도 하였고, 이들 중에서 개인 컴퓨터 업체를 경영하기도 했다. 또한 광양제철과 협의하여 제철소 안에 작업자들의 작업복을 세탁해 주는 장애인 중심 대형 세탁소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계획에도 적극 협력하기도 했다. 향후 세탁 전문업에서 작업화 수선 및 작업복 제조까지 업무를 넓히는 계획까지 수립했다.


계속해 내가 재직하는 대학교에 장애학생 특례입학 준비를 위하여 전담 기구를 새로 만들어 장애학생 특례입학 제도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의 모든 시설을 장애인 이동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시설을 전면적으로 재보수를 해야만 하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서 장애학생 특례 입학문제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장애인재활 기금 마련을 위해 장애인 사랑 전국 마라톤 대회도 운영하였고, 지역의 예술인의 협조로 예술 작품 100여 점을 기증 받아 장애인 재활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 광주 장애인재활협회에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장애인 관련 기관 종사자들의 자격교육과 각종 심리검사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한 계획서를 건의하기도 했지만 중앙 부처에서 승인을 하지 않았다. 특히 나는 장애학생을 중심으로 합창단과 무용팀을 조직하여 장애학생 이해를 돕는 홍보는 물론 광주광역시에서 격년마다 개최하는 비엔날레 행사를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싶었지만, 이 단체를 조직하여 지도하고자 하는 재능기부 자원봉사 예술인을 찾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장애학생을 위한 대학 설립과 장애인을 위한 전문 종합병원도 설립하고 싶었다. 전라남도에서 운영의 위기에 처했던 대학을 인수하여 장애인 전문대학을 설립하고자 교육부와 협의를 했다. 당시에 정부에서 평택시에 장애인 전문대학을 시범 운영하고 있었는데 시범지역을 호남에서도 확대 운영할 것을 교육부에 강력하게 건의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답변은 냉담했고 부정적이었다.

회장의 임기를 얼마 남지지 않고 장애인전문 종합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수들과 협의를 했다. 5.18관련 장애인들도 많았기 때문에 장애인 종합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나의 기본적인 취지에 크게 환영하였다. 군복무를 대체할 의사들에게 일정기간 장애인 치료와 재활을 위한 전문병원에 근무하도록 하는 계획을 설명하니 공익요원으로 시내에서 근무하도록 하면 의사들의 지원율도 높을 것이라 했다.


러나 장애인 종합전문병원 설립계획도 결국 나의 장애인재활협회장 임기 만료로 끝나고 말았다. 장애인들을 위한 종합전문병원 설립 계획안을 후임 회장에게 인계했으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짧은 회장직에 있으면서 정부 허가 사항인 전국 규모의 큰 계획은 실행하지 못했지만, 몇 가지 회장의 임의적인 결정사항인 작은 계획들은 알차게 실행했던 아름다운 기억들이 있다. 광주지역이 타향인지라 함께 추진할 인맥을 찾지도 못했지만, 그 만큼 규모가 큰 계획을 추진할 만한 나의 능력이 미치지 못했다.


나의 이러한 장애인들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장애인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장애인의 수가 매년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과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인 기반시설들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현실도 이해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선천적인 장애인보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장애인이 훨씬 많고 누구나 순간적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음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장애인은 인격체를 담당하는 뇌의 모든 기관의 기능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뇌는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기능을 담당하는 수많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장애는 그 중에서 한 두 개의 담당 기능이 저하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특정 영역의 기능이 저하되면 반드시 보상행위가 나타나서 다른 쪽 뇌의 특수 영역이 발달하여 보상 행위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언어적 능력을 잃게 되면 그의 보상행위로 음감이 뛰어나서 천부적인 음악적 소질을 가질 수 있다. 장애인이나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이런 특별히 발달한 보상기능을 일찍 발견하여 계발해 주려는 노력을 공개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들도 긍정적이고 당당하게 사회에 함께 참여하여 일반인들과 더불어 어울려 함께 살아 갈 수 있다. 장애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며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는 선진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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