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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아베, 참의원선거 그 후... 일본, 판이 바뀌고 있다! - 개헌 추진 세력 확보한 기시다 총리, 권력 굳히기 나설 것 - 평화헌법 개정시 일본자위대의 한반도 개입도 가능 - 굳건한 한미동맹 바탕으로 일본 제어하면서 협조해야
  • 기사등록 2022-07-13 05:22:29
  • 수정 2022-07-13 05: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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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피격, 그리고 참의원 선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뜻밖의 총기 피습을 당했다. 그리고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아베 피격의 충격은 컸다. 역대 최장수 총리였고, 또 강경 우익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일본내 파문도 컸지만 국제적으로도 그의 영향력 때문에 ‘아베 그 후’라는 타이틀이 전 세계 언론을 뒤덮을 정도였다.


▲ [도쿄=AP/뉴시스] 일본 여당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0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 공천자 게시판에 당선한 후보를 축하하는 붉은색 장미 조화를 붙이고 있다. 2022.07.11


곧 이어진 참의원 선거는 아베 전 총리의 피격으로 인한 보수 결집이 이루어지면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은 물론 일본 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 개헌세력은 전체 의석 중 3분의 2(166석)를 넘는 압승(177석)을 이뤄냈다. 반면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등 70년 넘게 개헌을 막아온 야당들이 참패해 존재감을 잃거나 몰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일본 평화헌법의 수호자’로 불리는 사회민주당은 충격적인 선거 결과를 받아야만 했다. 정당 설립요건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 그 후 1: 개헌 추진할까?]


아베 피격사건이 영향을 준 참의원 선거 결과는 우선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개표 직후 평화헌법 개정 추진 가속화를 선언했고, 11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안 발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식화했다.


사실 기시다 총리는 개헌을 ‘필생의 숙원’으로 여겼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달리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면서 “아베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아마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기 위한 개헌의 호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안의 핵심은 자위대를 공식적으로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다. 이는 전쟁 포기, 육해공군 등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을 담은 평화헌법 9조 1, 2항을 고쳐 자위대가 ‘위헌 조직’이라는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미다.


이와는 별개로 기시다 정권은 올해 말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국가안보전략에 명시하려 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탄도미사일 공격 등 일본을 향한 무력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 보유”를 적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적의 공격 여부 판단을 정부가 한다는 점에서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공격받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방위력을 행사하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을 위협한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지 일본이 직접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개헌까지 이뤄진다면 일본 군대가 선제 공격을 포함해 유사시 한반도에 개입할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일본국민들의 개헌 여론도 이미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일본내 여론이 이렇게 개헌 쪽으로 반전된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안해진 국제정세가 한몫했고, 여기에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위협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참의원 선거 당일인 10일 NHK방송의 출구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헌법 개정 지지’ 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헌법 개정 반대’(25%)보다 20%포인트 높았다. 지난해의 경우 ‘개헌 찬성’(45%)과 ‘반대’(44%)가 비슷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물론 개헌 추진 과정에서 여러 논란들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아베 전 총리의 피격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개헌을 추동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유훈이 일본 사회내 개헌 분위기에 훈풍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미다.


[선거 그 후 2: 기시다의 권력 굳히기]


아베의 사망과 참의원 선거에서의 여당 압승, 특히 자민당의 과반수 의석 점유는 기시다 총리의 입지를 강력하게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할 점 중의 하나는 자민당내 강경파였던 아베파벌의 흡수 여부이다. 기시다는 당 내에서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당내 최대 파벌은 강경 보수 성향 '세이와카이'로 아베 전 총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그런데 아베의 사망으로 과연 '세이와카이' 파벌이 일정 부분 와해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그동안 온건 성향을 보여왔지만 만약 강경 보수 성향의 일부 아젠다들을 받아들이면서 아베 파벌인 '세이와카이'를 흡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가 피격됐을 때 기시다 총리는 땀방울과 눈물이 범벅 된 얼굴로 TV 화면에 등장했다. 그는 충격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게 아베 전 총리의 의지를 이어받아, 특히 그가 정열을 쏟은 납치 문제나 헌법 개정 등에 적극 나서겠다”며 “그는 탁월한 리더십과 행동력으로 일본을 이끌어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아베의 유산을 충실하게 이어받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더구나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무려 74%에 달한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이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세력을 흡수하는데 큰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 자민당내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했을 때, 아베파는 95명, 모테기파는 51명, 아소파는 50명, 니카이파는 42명, 기시다파는 42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사실상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9월 총리에 취임했을 때만 하더라도 기반이 취약했다는 의미다. 지난 총리 선거 때는 아소 파벌(수장 아소 다로 부총재)과 모테기 파벌(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그를 총리로 밀었다. 물론 아베 파벌도 간접적으로 기시다를 지원했다.


이렇게 기시다 총리는 당내 3개 파벌의 지원하에 총리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입지가 강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당내 최대 파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함으로써 흔들리는 아베 파벌들을 상당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아베 파벌에서는 내부 결속을 이끌 총리급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최대 파벌이 흔들리면 당내 역학 관계도 크게 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계심 가득한 중국]


일본내 여당의 압승을 바라보는 중국은 지금 경계심이 가득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연립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일본은 아베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기치 아래 평화헌법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일본이) 향후 개헌에 성공하면 일본은 평화헌법의 제약이 없어서 해외 전쟁 참여가 가능하고, 공격적인 다자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가입할 수 있고, 군사 대국화를 추구할 것이며 이는 전 세계는 물론 일본과 아태지역에도 지극히 해로울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이 경고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중국의 전문가들은) 일본 사회의 보수적 태도가 더 강화될 것 같다면서 이는 일본 주변국들과 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12일에도 “일본 연립여당과 우익세력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서 개헌을 위한 장애물이 기본적으로 제거됐고, 개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면서 “개헌은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주변국과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헌법 9조에 자위대 내용이 포함된다면 일본은 전후 역사와 평화 발전의 길을 부정하는 위험한 신호를 이웃과 아시아 전역에 보내는 것”이라 경고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도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일본의 헌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희망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왕 대변인은 이어 “역사적 원인으로 일본의 개헌 문제는 국제사회와 아시아 이웃 국가들로부터 고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일본이 평화적 발전의 길을 견지하고, 실제 행동으로 아시아의 이웃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그렇다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추진이 한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미 언급한 대로 일본의 방위전략 수정이나 개헌은 북한의 도발 등으로 인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도 진입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를 미국도 적극 지원한다. 특히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로까지 증액하면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넘어 ‘세계 3위 군사대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 전범국이었던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주변국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를 막을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뚜렷한 상황에서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고 더욱이 우리의 동맹인 미국의 지원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에게 과거의 침략역사에 대해 용서와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하고 미국 역시 일본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요구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결국 한미일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공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본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는 점이다. 이는 또다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공동의 적을 눈앞에 둔 한국과 일본이 과거와 미래라는 투 트랙 외교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를 형성해 가야 할 것이고, 그러면서도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 국방을 튼튼하게 지킬 수 있는 힘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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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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