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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은 왜 푸틴의 방러 요청을 거부했을까? - 생일축하 하면서 러시아 와달라 요청, 시진핑 거부 - 시진핑, 유럽과의 관계 의식해 푸틴 요청 거절 - 중국의 최대 고민, “EU와의 관계를 사수하라!”
  • 기사등록 2022-07-06 11:50:30
  • 수정 2022-07-06 12: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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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 하면서 러시아 와달라 요청, 시진핑 거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으나 시 주석이 ‘어렵다’면서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4일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월 15일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전화회담 당시 시 주석의 69세 생일을 축하하면서 러시아 방문을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 대책을 이유로 가까운 시기에는 방문이 곤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4일,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월 15일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전화회담 당시 시 주석의 69세 생일을 축하하면서 러시아 방문을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 대책을 이유로 가까운 시기에는 방문이 곤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때 중국으로 건너가 회담을 했고, 이때 두 정상은 “양국간 협력에는 정해진 제한이란 게 없다”면서 돈독한 우의를 과시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이에 대해서도 시진핑 주석은 푸틴의 침공에 대해 암묵적 지지를 보냈으며, 사실상 직접적인 지원을 시진핑 주석이 지시할 정도로 튼튼한 유대를 과시해 왔었다.


[시진핑은 왜 푸틴의 요청을 거절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정중하게 요청했음에도 시진핑 주석이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다는 것은 분명 두 나라 사이에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하는 분석들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제적인 고립을 타파하려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푸틴이 중국을 방문했다면 외교 관례상으로 시진핑 주석도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전체적인 판단으로는 당장 중러간 강한 연대가 흔들린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올 하반기 3연임을 결정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당장 중국을 비우고 러시아로 날아갈만한 여유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에 처리할 현안이 산더미같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19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 발생 이후에 한 번도 외국에 나가지 않았다. 다만 홍콩의 중국 반환 25주년 기념행사인 이달 1일 홍콩을 방문했지만, 이때도 홍콩에서 숙박하지 않고 중국 본토로 돌아와서 묵었다. 또한 홍콩의 반환 25주년 기념행사에 갔으면서도 홍콩의 관리자들과 악수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중국을 비울 수 없는 그러한 이유 말고도 러시아로 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시 주석으로선 러시아를 방문했을 경우에 중국과 미국-유럽간 대결 구도가 심해질 것이고, 이를 피하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를 방문해 괜히 미국·유럽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최대 고민, “EU와의 관계를 사수하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는 더욱 밀착되었지만 반면 유럽과는 어쩔 수 없는 거리두기가 불가피했다. 그 여파는 지금 중국에게 태풍이 되어 몰려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유럽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면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특별한 영향력’을 꿈꿔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EU는 중국에게 적극적 역할론을 요구했으나 중국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중국과 EU와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시진핑 주석과 화상대화를 마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귀머거리의 대화같았다(dialogue of the deaf)”면서 비난을 했겠는가?


바로 이 점이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지역이 지정학적 긴장도 덜하고 또 미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었고, 유럽 또한 중국이 대규모 투자 잠재력을 갖춘 강력한 파트너였다.


그러나 대만 문제로 리투아니아에 대해 중국이 무역 보복을 단행했고, 동시에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EU의회 의원들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이 제재를 가하자 유럽사회는 들끓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국과 EU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중국과 EU와의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보인다.


지금 상황을 보면, 분명히 중국은 유럽을 잃었다. 단순하게 경제권만 잃은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에서 맹주가 되려던 그 꿈마저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그야말로 끈끈했던 독일과의 관계마저도 완전히 붕괴된 듯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월 10일 “중국과 독일의 끈끈했던 경제 관계가 중국의 신장 인권유린 의혹, 제로 코로나 정책, 공급망 문제로 변화할 것”이라면서 “독일 의원, 기업가, 분석가들은 여러 문제가 결합해 독일과 중국의 관계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취임할 때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의 경제 관계를 상호 신뢰와 존중에 근거해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 후 양국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SCMP는 진단했다. 역시 그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결국 그렇게 중국과 깊은 유대관계를 보였던 독일마저 중국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중국의 외교당국이 유럽 달래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는 듯 보인다. 지난 6월 28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이임을 앞둔 니콜라스 샤퓌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유럽은 동반자이지, 적수가 아니다”면서 “중국과 유럽은 세계의 중요한 두 개의 역량으로서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동반자 관계를 확고부동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유럽의 반응은 차가웠다.


바로 그 다음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는 신(新)전략개념을 사상 처음 채택해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럽의 변심에 대해 중국은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아직도 유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유럽사회를 달래고 이를 통해 다시 유럽과의 통상도 확대하려는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중국의 외교당국은 끊임없이 유럽에 구애를 던지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사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끝낼 수 있도록 중재할 가능성이 있다면 백번이라도 푸틴의 요구를 수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안다. 본인에게 그러한 능력도 없고, 러시아를 설득할만한 대안도 전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일단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 거절에 대해 러시아의 푸틴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아마도 푸틴은 시진핑의 행동을 보면서 “역시 중국은 러시아와 동맹국이 될 자격은 없다”고 또다시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러시아와 중국은 지금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현실이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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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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