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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15 13:59:12
  • 수정 2022-06-15 14: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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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니히우=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외곽에서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고 있다. 2022.04.14.


우크라이나 수도 북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은 완전히 철수했지만 러시아 국경에서 가까운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언제든 러시아군이 다시 침공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경에서 약 10km 떨어진 모슈첸카 마을 주민들은 매일 같이 인근 마을에 떨어지는 포성을 들으며 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러시아군에 점령돼 몇 주 동안 견뎌야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던 러시아군의 공포스러운 모습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매일 포격당하는 센키우카 마을을 떠나 모슈첸카의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는 카테리나 크라스노미로바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놀란다"며 "공포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초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해 국경 밖으로 몰아 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물러가도 안심하지 못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없다는 것을 빼면 이곳이 전장이 아니라는 징후는 전혀 없다. 우크라이나 경비대와 군인들이 국경을 계속 순찰하고 있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몇 km 간격으로 검문소가 설치돼 있다. 농지는 지뢰폭발 자국으로 파헤쳐져 있고 검문소마다 미로같은 참호가 여러 방향으로 파져 있다. 모슈첸카 마을 진입로에는 자작나무를 잘라 만든 대전차 장애물과 검문소 철조망이 가득하다.


포격을 피해 센키우카에서 이곳으로 온 올레나와 미콜라 칼리보슈코는 최근 숨진 주민의 집에서 살고 있다. 올해 65살인 올레나는 어제 하루 "포성이 14번 들렸다. 집에 가고 싶지만 언제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서 벌써부터 겨울용 땔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한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낸 올렉산드르 투르치노우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길 포기한 적이 없다. 그는 키이우를 점령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이어지는 한 언제든 다시 북쪽에서 수도를 향해 침공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북쪽으로 진입해 키이우를 점령하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많은 분석가들이 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붕괴시키는 것이 푸틴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한다.


현지 당국자들은 지난 2월의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키이우 북쪽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호로드냐의 부시장 볼로디미르 핀축은 "몇 주 간격으로 의사들이 모든 마을을 순회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언제라도 자신들 땅을 빼앗길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틀새 수천대의 러시아 탱크가 마을을 지나간 기억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공포는 심리적인 것만이 아니다. 러시아군이 소모전을 벌이는 탓에 우크라이나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모든 국경을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북쪽 체르니히우지역과 수미 지역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 남서쪽에서는 몰도바의 친러 반군이 있는 트라스니스트리아와 국경도 지켜야 한다. 동부에서는 전투가 벌어지는 전선이 남부 헤르손지방에서 북동부 수미지역까지 1200km 가량 이어진다. 1000km에 달하는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와 국경도 지켜야 한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


유럽국제관계위원회 분석가 구스타프 그레셀은 "러시아가 모든 지역의 우크라이나군에 위협을 지속함으로써 최대한 묶어두려 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가 오는 22일 군사훈련하는 것도, 러시아군이 체르니히우를 포격하는 것도,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군인들을 소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을 최대한 분산시키려는 것"이라는 것이다.


지방 경비대 책임자 세르히 호멘코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가 모든 지역에서 경계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 되면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면서 주의를 끄는 소그룹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국경 경비대와 군인들이 언론과 민간이 국경에 접근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다.


핀축 호로드냐 부시장은 북부 지역 주민들은 공포와 함께 슬픔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3국 국경이 교차하는 이 지역에는 1975년 설립된 기념비가 있다. "세자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기념비는 소련시절 3개 슬라브인이 결합하는 것을 기념한 것이다. 이곳 주민들 상당수가 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 벨라루스어가 뒤섞인 "수르칙"어를 말한다. 국가간 우호 기념관과 연례 축제가 이곳에서 열렸다.


센키우카의 세자매 기념관에서 26년 동안 일한 나탈랴는 "매년 수천명이 모여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며 스포츠를 즐기고 서로 사귀고 공연을 즐겼다"고 회상했다. 이 축제는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한 2014년 중단됐다. 그러나 주민들 다수가 여전히 양국 사이에 가족관계가 있다. 이에 따라 동지애가 해체됐다는 우울한 정서가 이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나탈랴는 울먹이면서 "우호국가들이, 우리 자매들이 어떻게 공격할 수 있나. 어떻게 전쟁이 일어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벨라루스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 일부는 벨라루스에 사는 친척집으로 피신했다가 전쟁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고 핀축 부시장이 밝혔다. "생각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돌아왔다. 오빠가 누이동생에게 실제 벌어진 일을 설명하지만 누이동생은 TV 선전 내용을 말한다. 사람들이 좀비가 됐다"고 했다.


센키우카에서 피신온 칼리보슈코스는 벨라우스와 키이우에 각각 아들이 하나씩 있다고 했다. 그는 벨라루스의 작은 아들에 대해 말하던 도중 "아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전쟁 소식을 전혀 모른다"며 슬퍼했다.


지난달 중순 우크라이나 지방 당국은 세자매 기념비를 파괴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다른 것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방 경비대 책임자 호멘코는 "저런 이웃이 있다면 벽을 세워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지뢰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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