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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09 13:52:32
  • 수정 2022-06-09 14: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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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7일 대통령실 앞 용산공원이 공개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용산공원 시범개방에 앞서 공원 현황, 시범개방 취지 설명 등을 위해 기자단에게 현장 방문을 지원했다


서울의 중심인 용산 한복판이지만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50년대 미국 소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주택들과 영어로 적힌 표지판들이 수십년간 이곳이 미국의 땅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붉은 지붕의 장군 숙소들을 지나면 흰색 바람개비가 가득 달려있는 철창 너머로 넓은 잔디정원이 펼쳐져 있고 그 뒤에는 태극무늬 현수막이 걸린 용산 집무실이 한 눈에 보인다. 정원 앞에 미군들이 남겨둔 우리 옛 선조들의 석상들은 이곳이 원래 우리나라의 땅이었음을 다시 상기시킨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공원 부지 시범개방을 사흘 앞두고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개방 대상 부지를 미리 공개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간 서울 용산공원 부지 중 최근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사우스포스트 서쪽 일대 부지를 시범 개방한다. 용산공원은 이태원을 중심으로 남쪽에 있는 사우스포스트, 이태원 북쪽의 메인포스트와 캠프코인으로 나뉜다.


이번에 개방하는 부지는 미군 주거구역인 사우스포스트 중 올해 2월 반환된 신용산역 인근 장군숙소단지와 최근 반환 논의가 마무리된 대통령 집무실 남측 부지, 지난해 반환된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1.1㎞의 대규모 공간이다.


◆장군숙소부터 스포츠필드까지…일본군·미군 흔적 그대로


시범개방 코스는 과거 미군병원이 위치해 '호스피탈 게이트'라고 불렸던 14번 게이트 앞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1959년도에 지어진 장군 숙소들이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양쪽에 위치하고 있다.


붉은 지붕에 낮은 단층구조의 주택, 목재로 만들어진 전신주, 미국 소방관의 모자를 본뜬 소화전 등 50년대 미국 주택가를 연상케 한다. 주택마다 장군들의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개별 조성돼 있고 지붕에는 서양식 벽난로 연기를 내보내는 굴뚝들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한편에는 일제 강점기 당시 지어진 석축구조의 담벼락 등 일본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용산공원 부지는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일본군 병용으로, 주한미군 시절에는 용산 미군기지로 활용되면서 120여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왔다.


장군숙소를 지나면 개방구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10군단로'가 펼쳐진다. 10군단로는 6·25 당시 중동부 전선에서 활약한 알몬드 장관이 지휘했던 군단의 이름을 딴 도로로 오른쪽에는 미군들이 사용하던 야구장이, 왼쪽에는 헬기장으로 사용하던 공터가 나온다.


국토부는 이 헬기장 부지에 잔디를 넓게 깔고 바람개비 정원을 조성했다. 탁 트인 정원 뒷편으로 바로 대통령이 근무하는 집무실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야구장에 남겨져 있던 건물은 전망대로 활용해 대통령 집무실을 정면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시범개방되는 사우스포스트는 미군 주거구역으로 관사와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대형마트, 소방서, 호텔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고 한다. 특히 스포츠필드 내 농구장에서는 연습장소가 부족했던 대한민국 여자 국가대표팀이 연습을 한 뒤 1967년 세계 여자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고 한다.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용산공원 시범개방에 앞서 공원 현황, 시범개방 취지 설명 등을 위해 기자단에게 현장 방문을 지원했다. 2022.06.09. photocdj@newsis.com


◆경청 우체통 설치…시민 의견 반영해 9월까지 공원 조성


국토부는 이번 시범개방을 앞두고 장군숙소 앞 가로수길 곳곳에 벤치를 새로 설치해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대통령실 남측 구역 일부 도로에는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푸드트럭 등을 설치해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다과를 즐기며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또 바람개비 정원 앞에서는 오는 10일과 15일 의장대 환영행사를 진행한다. 야구장 인근에 위치한 접수처에서는 선착순으로 번호표를 배포해 15분마다 40명까지 대통령실 앞뜰에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고, 헬기와 특수 차량 등 대통령 경호장비도 관람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위치한 스포츠필드에서는 시범개방 기간 동안 피크닉이나 캐치볼 등을 즐길 수 있고, 푸드트럭과 간이의자, 화장실, 20m 길이의 초대형 그늘막도 조성된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국토부는 개방구역 곳곳에 '경청우체통'을 설치해 시범개방 기간 동안 시민들이 용산공원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시범개방 10일 동안 모인 의견은 주요내용을 추려 언론에 공개하고 오는 9월 임시개방에 앞서 공원 조성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개방 기간 동안 시민들은 방문 최소 5일 전에 용산공원 안내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온라인 예약은 지난 5일부터 진행 중이며 매일 5회차(9시, 11시, 13시, 15시, 17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최대 관람 인원은 회차별로 500명, 하루 2500명이다.


방문시 예약자 본인과 대통령실 앞뜰 방문 희망자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만 14세 이상 청소년 본인이 신청자인 경우 학생증을 지참해야 하며, 만 14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시 신분증 없이 입장할 수 있다.


◆토양오염 우려 여전…"저감조치 계속·오염지역 동선 제외"


당초 국토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시범 개방을 추진하려 했지만 발표 하루 만에 일정 연기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벤치 등 편의시설 설치가 미비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용산공원 일대 토양 오염이 심각하다는 환경단체 주장에 일정을 미뤘다는 말이 나왔다. 2시간으로 제한된 관람 시간도 장시간 체류시 오염물질에 위험수준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이날 "토양이 직접적으로 인체에 닿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사 피복 조치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이 된 곳은 (관람)동선에서 제외했다"며 "2시간 체류시간은 관람객들의 혼잡도와 일각의 우려를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뿐 (그 이상의 체류가) 인체에 유해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환경부에서 조사한 토양 오염 수치는 각 오염원 중 최고치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땅 위가 아니라 땅 속에 있는 것"이라며 "오염된 토양이 밖으로 나와 직접적으로 접촉되지 않게끔 토사 위에 잔디를 깔거나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치는 등의 저감조치를 하는데도 위해하다는 일부 주장은 많이 과장됐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학교 부지 위에서 일부 검출된 다이옥신의 농도는 1년간 (평균) 공원 방문일수인 12.5일씩 25년 동안 노출될 경우 1만명 중 약 3명 정도가 암에 걸릴 확률이 늘어나는 정도"라면서도 "이 또한 위해한 것은 맞기 때문에 다이옥신오염구역은 완전 정화 전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자체 용역을 통해 위치별 오염원을 조사하면서 동시에 임시 개방 전까지 세부적인 저감조치를 완료한다고 설명한다. 세부적인 저감조치로는 ▲미세먼지 등이 날아다니지 않도록 하는 (잔디·콘크리트 등) 피복 조치 ▲땅 속에 파이프를 꽂아 증기를 흡입·압착하는 토양 증기 추출 방법 ▲오염 위험도가 높은 장소 출입 차단 및 이용시간 제한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 이번 시범개방이나 9월 임시개방 동안에는 완전 정화 작업 없이 저감조치만 진행하되, 미군기지가 전체 반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3년 간 단계적 완전정화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공원 부지는 전체 300만㎡ 규모로, 이 중 앞으로 반환될 243만㎡ 중 현재까지 63만4000여㎡(약 26%)가 반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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