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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리가 홍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 ‘경찰국가’로 전락한 홍콩, 새로운 차원의 탄압 본격화될 듯 - 홍콩의 주권 반환 25주년, 과거의 홍콩은 이젠 없다 - 홍콩의 중국화가 주는 의미, 기억하지 않으면 우리도 당한다
  • 기사등록 2022-06-08 13:52:57
  • 수정 2022-06-08 14: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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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가’로 전락한 홍콩]


6월 9일로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3주년을 맞는 홍콩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다. 특히 지금의 자유가 없는 홍콩을 만든 장본인인 존 리(중국명 리자차오·李家超·65)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당선인이 오는 7월 1일 취임을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맞는 날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때 경찰 수장이었던 존 리는 반정부 시위 관련자 1만명, 민주 인사 170여 명을 체포하고 언론사를 줄폐간하게 만든 국가보안법 집행을 진두지휘하면서 반(反)중국 민주화운동을 철저하게 탄압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한 자가 홍콩의 수반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홍콩이 그야말로 ‘중국화된 경찰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사실 존 리는 40년 넘는 공직 생활 동안 강력 범죄·공안 사범을 단속했을 뿐 경제·행정 분야 이력이 전혀 없다. 이번에 홍콩의 수장으로 임명된 것도 사실 민주화 운동 진압의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홍콩의 중국화, 그리고 경찰국가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에서 시민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이에 맞서 싸울 ‘스트롱맨’을 고른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차원의 탄압 본격화될 듯]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일국양제(一國兩制) 덕분에 그나마 자유를 누리던 홍콩 시민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최악의 암흑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존 리의 홍콩 행정수반 결정 직후인 지난 5월 11일 홍콩 경찰은 외국 조직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촉구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혐의로 90세 나이의 조셉 젠 추기경을 홍콩국가보안법 상 외세와 결탁 혐의로 체포했다. 또한 마거릿 응(74) 전 입법회 의원, 가수 데니스 호(45), 후이포컹 전 링난대 교수 등도 체포되었으나 모두 몇 시간 조사 후 석방했다. 다만 여권은 압류조치했다.


이에 대해 SCMP는 “문화혁명 기간 금지됐던 종교의 자유가 점차 회복된 이후 중국 땅에서 가톨릭 추기경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교황청도 성명을 통해 “추기경 젠의 체포 소식을 우려 속에 접했고 상황을 극도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 추기경에 대해 이렇게 주목을 하는 것은 그가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반정부 시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촛불 집회 등에 적극 참여하며 홍콩 민주 진영에서 목소리를 내왔고, 이로 인해 친중 진영의 공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SCMP도 “젠 추기경은 1949년 중국에 공산당이 집권한 직후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도망쳤으며 주교가 됐다”면서 “그는 중국 본토 주교 임명과 관련해 교황청이 중국 당국과 타협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고 오랜 기간 홍콩 민주화 운동을 옹호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홍콩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가톨릭의 추기경인 인물마저도 체포될 정도라면 홍콩에서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홍콩의 현실을 재확인하게 한 셈이었다.


2020년 6월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껏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70여명이 체포됐다.


[홍콩,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동안 한국인에게도 홍콩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의 하나가 자유였다. 그만큼 자유분방한 도시였고, 젊음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얹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홍콩의 이미지는 이제 차갑디 차가운 냉소의 도시로 변해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행정장관이 될 존 리는 최우선 공약으로 ‘홍콩판 국가보안법’ 강화를 내걸었다. 한마디로 홍콩의 중국화를 통해 중국 정부 당국이 원하는 내용들만 소통되는 그러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뜻이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 그래서 영국 BBC도 “리자차오의 임명은 중국이 홍콩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따라서 홍콩에서는 2014년 민주화 운동인 ‘우산 혁명’,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등을 이끌며 폭력에 항거한 20대 청년 ‘조슈아 웡’ 같은 활동가는 더 이상 만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홍콩에서 살려면 아무런 생각 없이 버텨야만 한다. 민주주의라든지 인권, 그리고 보편적 자유 같은 개념을 머리에 두었다가는 도저히 하루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의식있는 수많은 이들이 지금 홍콩을 떠나고 있고 또 이미 등을 졌다. 홍콩이공대 조교수 출신으로 저명 사회과학자인 홍콩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의 청킴와 부총재가 지난 4월 하순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은 후 영국으로 떠났다.


청킴와 부총재는 “오늘날 홍콩에는 진실한 말이 설 자리가 없고 거짓만이 허용된다”면서 “이제 나는 임의대로 움직이는 '레드 라인'이 어느 날 나를 겨냥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청킴와 부총재는 홍콩의 명보에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은 채 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홍콩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위의 맨 선두에 섰던 많은 이들이 홍콩을 떠났다. 2019년과 2014년 홍콩 민주화운동을 이끈 홍콩의 민주화 인사 네이선 로(羅冠聰·29)와 서니 청(張崑陽·26) 씨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 전후 각각 영국과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들이 홍콩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홍콩 당국이 이들에게서 말할 수 있는 자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 선각자들이 홍콩을 떠나면서 홍콩의 민주화는 더 요원해졌다. 아예 희망이 없는 도시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홍콩은 더 이상 과거의 홍콩이 아니다. 또다른 중국이기 때문이다.


[대만에게 큰 교훈 안겨준 홍콩]


민주주의가 사리진 홍콩은 대만에게 큰 교훈이 되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대만을 일컫는 양안관계의 진전에 대해 미련을 갖는 이들이 많았으며, 대만이 중국과 통일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홍콩의 민주화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공산당의 폭력성과 자유말살 정책은 대만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홍콩의 중국화를 보면서 중국의 본모습을 대만인들이 깨닫게 되었으며, 중국이 생각하는 민주와 자유라는 개념과 대만인들의 가치관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다시말해 중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만의 독립 의지는 더욱 강해졌고, 그래서 차이잉원 총통으로 대표되는 대만의 독립세력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홍콩의 주권 반환 25주년, 과거의 홍콩은 이젠 없다]


오는 7월 1일은 홍콩의 주권 반환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아마도 이날에는 대대적인 홍콩주권 반환 기념 행사를 열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홍콩 지도부가 이달 말 일주일간 '폐쇄 루프'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SCMP는 7일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고위 관료들, 존 리 신임 행정장관 당선자 등이 일주일간 가족과 떨어진 채 외부인을 만나지 않고 '폐쇄 루프'에서 생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SCMP는 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고위 관료들, 존 리 신임 행정장관 당선자 등이 일주일간 가족과 떨어진 채 외부인을 만나지 않고 `폐쇄 루프`에서 생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 SCM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홍콩 방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반 동안 중국 본토를 벗어나지 않았었는데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홍콩을 찾게 되면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 밖을 나가게 된다. SCMP는 “홍콩 완차이 지역 최고급 호텔인 르네상스 하버뷰와 그랜드 하얏트가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객실 예약을 받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방문해 주권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면 아마도 ‘일국양제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시진핑의 생각은 한마디로 ’눈 감고 아웅‘하는 것으로 궤변에 다를 바 없다.


홍콩의 중국화로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는 이미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말로는 홍콩인에 의한 홍콩 운영이라 하지만 사실상 중국 공산당에 의한 홍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콩의 미래는 그동안 홍콩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찰국가로서의 공안통치 체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홍콩의 민주화를 외쳤던 이들은 통곡하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가 주는 의미, 기억하라!]


홍콩 민주화 운동가였던 조슈아 웡은 과거 ‘언프리 스피치(Unfree Speech)’란 책에서 “홍콩은 신냉전 속 전체주의 강대국의 위협을 저지하거나, 적어도 속도를 줄이기 위한 제1방어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홍콩의 민주화가 무너졌다는 것은 중국이 건너서는 안될 강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도 유사하다. 국제적인 약속도 저버리고 전체주의 독재자들의 마음대로 국가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지금 홍콩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독재자의 한계선 침범이 과연 홍콩과 우크라이나에서 끝날 수 있을까? 홍콩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시위대의 최후 주둔지였던 홍콩이공대 벽면에는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경계하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당신일 것이다.”


우리가 홍콩의 민주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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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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