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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좌절된 중국의 야욕, “남태평양 전략거점 불발” - 中, 남태평양 군사거점화 후 괌과 호주 공격 전진기지 야욕 - 中, 오커스와 쿼드 돌파카드로 남태평양섬 활용 의도 - 미크로네시아 대통령, "최악 경우 세계대전 가능성" 경고
  • 기사등록 2022-05-31 23:02:16
  • 수정 2022-06-01 07: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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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태평양도서국 안보협력 합의불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남태평양의 크고 작은 섬들을 중국의 손발로 쓰려던 거대한 시도가 결국 좌절됐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차이나머니를 바탕으로 태평양 섬나라들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체결하고 이들 나라들과 정치적·경제적·군사적 공동체를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일부 국가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중국은 30일(현지시간) 남태평양의 섬 피지(Fiji)에서 제2차 중국-태평양 섬나라 외교장관회의를 온·오프라인 결합 방식으로 중국과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니우에, 쿡제도, 미크로네시아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이들 국가들 사이에 안보와 경제협력을 아우르는 협정(정식 명칭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를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중국측이 제시한 ‘남태평양 섬국가들의 포괄적 개발 비전’ 초안에는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중국 공안을 파견해 해당 국가의 경찰을 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법 집행 협력, 참치 잡이를 포함한 어업 협력, 사이버 보안 문제 등 네트워크 협력 강화, 각국과의 정치적 관계 확대, 해도(海圖) 작성,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 공자학원(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중국어 및 중국문화 교육 기관) 설치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남태평양 10개국에 대한 중국의 수백만 달러 규모 지원, 중국과 남태평양 국가들 간 자유무역협정(FTA) 가능성,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 등이 담겼다.


이러한 중국측의 제안은 한마디로 '차이나 머니'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동시에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전략적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국가들이 우려를 표했고,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중국의 계획도 좌절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첸보 주 피지 중국 대사는 “일부 특정 이슈에 대해 10개국 중 몇몇 국가의 우려가 있었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절대 무언가를 강압하지 않으며, 개도국 친구들과, 작은 도서국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남태평양섬들과의 정치적 공동체 구상에 대해 몇개 나라가 이견을 밝혔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AP와 로이터 등 외신은 미크로네시아 측이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데이비드 파누엘로(David Panuelo)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중국의 이러한 남태평양 공동체 구상에 대해 “불필요하게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며 “자국은 중국의 구상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제시한 협정 초안에 대해 “우리 생애 중 태평양에서 게임의 판도를 가장 크게 바꾸는 단 하나의 합의”라면서 “잘하면 신냉전시대,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 니우에도 성명을 통해 “중국의 제안이 지역의 전략적 이익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련 버리지 못하는 중국]


남태평양 도서국들을 중국의 품으로 끌어 모으려는 중국의 시도가 일단 불발됐지만 중국 정부는 "계속 논의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각 측은 관련 문건에 대해 새로운 공동 인식에 도달했고, 합의 최종 도달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이어 “각측은 계속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토론을 해서 더 많은 공동 인식에 도달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사실상 남태평양 10개 국가들과 전략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개별 국가를 상대로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태평양 도서국들과의 공동체 협약을 위해 시진핑 주석도 직접 나서 “더욱 긴밀한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기를 원한다”면서 지원 사격을 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의 우의는 역사가 유구하고 장소를 초월한다”면서 “양측 간의 관계가 남남협력(개도국 간의 협력)과 호혜·공영의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왕이 외교부장도 이날 최종합의 실패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남태평양 도서국 접근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를 의식한 듯, “중국은 개도국들과 공동발전과 번영을 실현하고 세계를 더 공평하고 화목하고 안정되게 만들 것이기에 과도하게 초조해하거나 긴장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태평양 국가들과 공동체 구상하는 중국의 의도는?]


그러나 중국이 남태평양 국가들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접근하고 더불어 차이나머니를 쏟아 붓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다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들 국가에게 접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맞서기 위해 남태평양의 바닷길을 확보하고 호주를 비롯해 태평양으로 직접 나가는 군사적 진출로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중국 견제를 위해 뭉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에 대한 돌파 카드로 쓰려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남태평양 섬나라들과의 협력에 대해 “제삼자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남태평양 국가들과 '공존 공생'하려는 것이지 다른 나라를 경계하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중국은 이미 솔로몬제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안보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중국 군대를 보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키리바시에 대해서도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중국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여기서 솔로몬제도는 호주 북동쪽에서 약 2천km 떨어진 2만8천400㎦ 크기의 섬나라로 인구 40만 명의 솔로몬제도가 미국의 태평양 군사 거점인 괌의 남쪽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군은 괌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DF-26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있기 때문에 호주 북동부 다윈기지를 중국을 견제할 군사 거점으로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솔로몬제도가 호주와 괌의 중간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솔로몬제도를 군사기지화 함으로써 미국의 태평양 전력 중심인 괌과 호주 다윈 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단계까지 가려면 솔로몬제도를 중국의 세력권 안에 넣어야 하고, 또한 솔로몬제도에 중국의 해·공군력을 확장해야만 한다.


어찌되었건 중국의 목표는 확실하다. 중국이 일차적으로 솔로몬제도를 군사기지화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물론이고 오커스와 쿼드의 급소를 찌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구상의 완결판으로 남태평양 섬 10개 나라까지 중국의 세력권으로 확장시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솔로몬제도의 제1섬인 과달카날은 태평양 전쟁 때인 1943년 2월 미군과 일본군이 첫 육상전을 벌인 곳이다. 과달카날섬의 핸더슨 비행장을 두고 6개월간 벌어진 이 전투에서 패한 일본은 패망의 길로 갔다. 그만큼 전략적 요충지라는 의미다.


또한 왕이 외교부장이 이번에 방문했던 키리바시도 주목할 지역이다. 왕이 부장의 키리바시 방문을 계기로 2차 세계대전 기간 미국이 키리바시 캔턴섬에 건설한 약 2천m 길이의 활주로를 개조하는 작업을 중국이 지원하기로 했다. 키리바시는 인구 11만에 면적은 제주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4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로 양국 협력이라기보단 중국이 일방적으로 원조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과 키리바시 간 협력의 핵심은 칸톤섬에 위치한 활주로 개선 프로젝트”라고 분석했다. 일단 키리바시 당국은 “활주로는 (군사 목적이 아닌) 민간 상업용”이라며 유사시 중국의 사용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칸톤섬은 인구 100명이 채 되지 않아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키리바시와도 안보 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기적으로는 이곳에 하와이를 겨냥하는 중국 군 부대가 배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또한 인구 27만 명 수준의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 군사 기지 건설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양국은 모두 부인했지만 중국이 바누아투에 우주 관측 기지를 지어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경계하는 호주와 미국]


중국의 이 같은 남태평양 도서국 진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는 호주이며, 또 호주와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일 것이다.


미국의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가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방문해 다양한 협정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에 “중국과의 합의를 조심하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중국으로부터 치안 병력을 들이는 게 이들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는 긴장을 부채질하고 중국 내부 안보기관을 태평양으로 확장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역시 중국의 남태평양섬에 대한 전략적 접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21일 실시된 호주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노동당이 집권당인 자유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던 이슈도 바로 솔로몬제도와 중국과의 안보협정 체결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노동당은 자유당 정권의 무능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집중 공격했으며 이 이슈는 총선의 핵심 쟁점이 되기도 했다.


일단 호주 정부는 페니 웡 신임 외무장관을 피지로 급파해 외교전에 나서는 한편 그동안 정책적으로 소홀했던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웡 장관은 피지의 수도 수바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안보 협약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면서 “다른 태평양 섬들이 그러하듯 우리는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지역내 안보는 그 지역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중국의 주요 포섭국 중의 하나였으며 이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의 수장을 불러 회의를 진행했던 피지는 남태평양 도서국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적극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렇게 중국을 포위하면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미국과 이를 회피하며 역으로 미국과 호주를 측면에서 공격할 루트를 개척하려는 양 진영간에 건곤일척의 대결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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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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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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