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푸틴, 경제전쟁에서도 지고 있다!” - “최근 러시아의 기록적인 무역흑자는 착시현상” - 이미 러시아 국민 일상을 파고든 제재 효과 - 1980년대로 되돌아간 러시아 경제, 과연 푸틴은 극복할까?
  • 기사등록 2022-05-22 17:19:36
  • 수정 2022-05-23 14:21:24
기사수정



[노벨상 석학의 경고, 의미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러시아의 기록적인 무역흑자는 착시현상”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해 주목을 끌고 있다.


▲ 크루그먼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최근 러시아의 기록적인 무역흑자는 착시현상”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해 주목을 끌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러시아산 원유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금수조치는 아직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한 후 그 이유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퇴출했지만, 다른 국가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대로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로 하루에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출에는 아직까지 큰 지장이 없는 데다가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수익이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무역흑자가 수개월 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러시아의 무역 흑자가 착시현상”이라고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필요한 물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무역흑자가 늘어났다”면서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로부터 수입하는 액수는 지난 3월 현재 53%나 급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러시아가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45%나 떨어졌다”면서 “한국이나 일본, 미국의 부품에 의존해 물건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라면 러시아에 물건을 팔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도와주는 모양새를 보이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다시말해 “러시아 경제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들이 수입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치상의 무역흑자는 의미가 없다”고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금융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전산망에서 퇴출당한 것도 러시아가 필요한 상품을 수입하지 못하는 원인”이라면서 “러시아 은행이 수출입과정에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러시아 수입업체들이 외국 업체와 거래가 힘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러면서 “(지금 시대는) 100달러짜리 현찰이 가득 찬 서류 가방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지는 군사적인 전쟁과 함께 경제 전쟁에서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경제가 전공 분야인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미 중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경제]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 그대로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에도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중병을 키우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연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제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끝내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러시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재무부 관리들은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러시아가 올해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어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강조하는 루블화 안정, 무역흑자 증가와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 제재가 부과되자 루블 가치가 떨어져 금융위기설까지 나돌았으나 회복에 성공하면서 제재의 충격이 금융위기를 통해 소비자에게 눈에 띄게 바로 전가되는 사태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측면에서 “푸틴 대통령은 루블화 가치 안정화를 지목하며 제재 충격에 자신 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자평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태는 겉모습일 뿐이며 세부 지표를 보면 실물경제가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방은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퇴출하고 러시아에 핵심 부품이나 기술을 팔지 못하도록 제재했는데, 이 여파가 상상외로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달 11일 보고서를 통해 루블 가치 상승은 서방 제재의 충격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면서 “보고서는 제재와 외국기업들의 거래 중단 탓에 수입이 줄었다고 했으며, 가뜩이나 통제를 받는 시장에서 외화 수요가 그 때문에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러시아 은행 오트크리티예의 최근 설문결과를 보면, 러시아인 58%는 매점에서 식료품 부족을 목격했으며 33% 정도는 사재기에 나섰다고 답변했다”면서 “독립적인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인 85%는 비싼 물품 구입이나 대출을 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답변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이는 10여 년 만에 최악으로 관측된 소비심리 위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올해 4월 자동차 판매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80% 줄어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고 말한 블룸버그는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소련 시절 브랜드를 부활시켜 자급자족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전방위 제재 속에 부품을 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러시아 중앙은행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경제가 '산업화 퇴행'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면서 “앞으로 러시아인들이 1990년대처럼 떼를 지어 중국이나 터키로 건너가 의류 같은 소비재를 사서 자국에 되파는 '보따리 장사'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러시아 경제 분석가인 스콧 존슨은 “제재의 전체적 타격 현실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러시아 경제는 재편을 거쳐 더 불량하고 더 느리게 성장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미 러시아 정부도 러시아 경제의 악화를 깊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탈리 사벨리예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아스트라한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방의 제재로 자국 내 물류가 사실상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블룸버그는 “진짜 위기는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오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을 통해 하루 10억 달러(약 1조2천700억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원유, 천연가스 수입 금지를 목표로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원을 확충하며 수입처를 대체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유럽사회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러시아의 경제가 속으로 곪아가는 상황에서 결정타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고통이 가시화하더라도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멈출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충격을 우크라이나 점령을 위해 감수해야 할 고통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올해 2월 24일 침공일에 러시아 재벌 37명을 크렘린궁에 불러 경제 타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도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국가 존립을 위한 서방과의 건곤일척으로 보고 경제적 비용에 신경을 안 쓴다”고 러시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분석가 존슨은 “가계와 기업이 떠안게 되는 고통이 크렘린궁의 대외정책에 어떤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일”라고 말했다.


[이미 일상으로 파고든 서방의 제재]


문제는 이렇게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인해서 러시아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의 1천개의 외국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했다”는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진단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에브게니야 마르셰바(33)씨는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는 '자라'나 '마더케어' 등 많은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싸거나 비싼 러시아 제품만 고를 수 있다”면서 “소련 시대에는 제한된 상품만 고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들었지만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지 생각지 못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단순히 소비현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도 이어진다는데 있다. “러시아 제4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인쇄회사를 운영하는 블라디미르 쿠쿠슈킨씨는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됐으며, 잉크와 종이 가격 상승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이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막히면서 사업 홍보도 어렵다”며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해 마리아 샤기나 핀란드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예컨대 러시아 내 빵집의 90%는 유럽산 설비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기술 제품이나 반도체 등을 대체하기는 특히 어려울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은 1980년대로 되돌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방세계로부터 수입할 수 없는 품목이 너무나 많아 요즘같은 최신형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에어백부터 자동차에서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이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최소 8%에서 12%가량 축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경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종종 사용하는 지표인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4월 약 80% 감소했다. 이는 감소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8~23%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문화적 고립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소외감과 함께 심각한 좌절감을 안겨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극장에서는 디즈니나 소니 등 서방 영화사들이 러시아 내 신작 개봉을 중단하면서 오래전 영화를 재상영하거나 중국 액션 영화들만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 중심부의 한 유명 극장 매니저는 “2013년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재상영 중인데,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영화를 5번째 보기 위해 극장에 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올가을까지도 문을 닫지 않는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 말했다.


또한 텔레그램에서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는 카티아 페도로바도 “나에게는 문화적 고립이 경제적 고립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러시아 경제는 막장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푸틴은 겉으로 드러난 에너지 흑자만을 보면서 희희낙락해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러시아 경제도, 또 러시아 국민들의 삶도 골병들고 있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166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