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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 5월 9일 종전설’의 허구 - 헝가리 총리, “푸틴, 5월 9일 전쟁 끝낼 것” - 5월 9일 종전보다는 전면전 선언 가능성 더 높아 - 푸틴의 전면전 선언은 사실상 현실 회피 위한 꼼수
  • 기사등록 2022-05-03 17:37:36
  • 수정 2022-05-04 07: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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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총리, “푸틴, 5월 9일 전쟁 끝낼 것”]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러시아가 오는 9일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오르반 총리와 만났을 때 러시아가 오는 9일 전쟁을 모두 끝낼 계획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사실이길 바라며, 최근 긴장 고조 속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가 오는 9일 전승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1일 바티칸시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유럽연합(EU) 지도자 중 가장 친러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뿐만 아니라 크름반도, 오데사,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까지 없애고 있다”면서 “난 비관적이지만, 우린 전쟁을 멈추기 위해 모든 걸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면서 “푸틴이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난 모스크바에서 그(푸틴)를 만나고 싶다”며 “지금 나는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두고 “평화를 위한 충분한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월 1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한 국제 현안과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고, 지난 4월 6일에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풀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9일’, 푸틴은 과연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가 말한 푸틴에 의한 5월 9일 종전설의 근거는 사실 확실하지 않다. 우선 푸틴 대통령은 5월 9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마리우폴에서 승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돈바스의 완전한 장악과 마리우폴 및 남부 주요도시들을 점령하고 사실상 러시아 영토화를 마무리해야 한다.


일단 오르반 총리의 5월 9일 종전설은 이러한 사전 계획을 교황에게 거론했을 가능성이 있다. 오르반 총리가 지난 4월 21일 교황을 만났다는 것도 이러한 가정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그때만 해도 푸틴의 러시아가 구상하는 계획들이 착착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상황은 푸틴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돈바스 지역에서의 러시아군 진군은 현격하게 늦춰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인해 모든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돈바스의 일부 지역을 점령하기는 했지만 또다시 우크라이나군에게 밀리는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아직도 낮은 사기와 보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러시아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면서 5월 9일 전승절에 남부 주요 도시들을 러시아 영토로 합병하면서 전쟁을 끝내려던 계획도 물 건너 갔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오르반 총리가 교황에게 전달했던 5월 9일 종전설은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는 평가다.


[5월 9일의 전면전 선포설은?]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교황에게 5월 9일 종전설을 꺼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오히려 가능성이 높은 것은 5월 9일 전승절을 기점으로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전환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식이 되었건 세계 제2차 대전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의 전승절은 모스크바에서 크게 행해질 것이다. 당연히 푸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도 할 것이다. 그런데 석 달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단순하게 제2차 세계대전만 말할 수 없고 당연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미 부여와 함께 승리로 인한 종전이든, 아니면 또다른 방향의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만큼 전승절의 상징성과 선전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는 시나리오가 초반 고전에 흔들린 침공 정당성과 명분을 반전시키기 위해 새 비전을 제시해 장기전을 치르기 위한 내부적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리 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를 규정할 근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5월 들어 남부 및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지만 이는 어찌보면 우크라이나를 괴롭히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이를 통해 완전한 점령으로 가기까지에는 시간도 없고 러시아의 전력도 충분치 않다.


결국 3개월여를 끌어 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새로운 명분을 러시아 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 전쟁의 당위성 부여와 함께 대대적인 선전전에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를 향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이제부터 본격화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그러한 제재에 대응하는 경각심도 불러일으켜야만 한다.


이런 차원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공식적인 전쟁 선포와 군사행동을 강화할 가능성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라는 말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그저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불러 왔을 뿐이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특별군사작전'의 명분도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였다. 그래서 푸틴은 친서방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면서 친러시아 괴뢰정권을 수립하려 했지만 이미 확실하게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자신의 초기 목표가 실패한 것에 대해 그 이유를 서방의 개입 때문이라 해명하면서 이제는 서방 세계까지 포함해 탈나치화를 위한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러시아인들을 선동할 가능성이 높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지난 주 영국 LBC라디오에서 "푸틴이 '특별작전'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월리스 장관은 “푸틴이 나치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은 군인이 필요하다면서 본격적인 전쟁 선포와 함께 전 러시아에 계엄령을 내리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CNN도 2일(현지시간)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접고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면서 예비군을 총동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푸틴의 전면전, 과연 성공할까?]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이다. 푸틴은 명분도 잃고 실리마저 완전히 잃는 대 패배를 당했다. 그렇다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실패했다는 말은 결코 할 수 없다. 그 말은 본인의 실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사실 벅차다. 이미 러시아군의 최소 20%, 많게 보면 40% 정도가 전쟁 능력을 상실했다. 그렇다고 전쟁 물자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5월 9일까지 동남부 점령을 마치고 승전 선언을 하면서 마무리를 지으려 했지만 이 역시 실패하면서 푸틴은 뭔가의 전환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푸틴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실패를 인정하고 물러서는 방법이다. 최소한 돈바스 지역이라도 완전하게 점령하고 병합하기만 해도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크라이나가 용납하지 않는다. 미국 역시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푸틴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푸틴은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려가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하려면 당장 병력의 대대적인 충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전쟁 선포와 계엄령 선언이다. 그래야 강제로 병력을 충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은 병력이 충원되는 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흑해 진출로를 틀어막아 경제를 흔들고 국가의 인프라를 파괴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동남부를 점령하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주민 투표를 통해 강제 병합하는 절차를 밟아갈 것이다.


미국도 러시아가 5월 중순 주민투표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병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방식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와 같은 것이며 이미 점령된 헤르손, 마리우폴뿐만 아니라 향후 점령지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러시아는 그러한 점령과 주민투표를 통합 합병을 구소련 독립국인 몰도바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동쪽 러시아에서 서쪽 몰도바까지 우크라이나의 남부를 완전히 러시아 영토로 확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러시아 푸틴의 계획이 성공한다는 전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세계의 공격용 무기로 점점 더 군사력이 강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는 “5월 중순이 넘어서면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이 오히려 러시아를 압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공격에 그저 당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 빈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NYT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 빈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러시아 본토 공격설'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확인도 부인도 안 하는 'NCN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참모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측 평화협상단장의 말을 인용해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집단 학살하고, 평화롭던 사람들을 탱크로 짓밟기로 했다면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할 날이 온다”며 “살인자들의 무기 창고를 해체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업보는 가혹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군이 이렇게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을 택하는 것은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공식 인정하는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러시아 국민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점, 특히 정보가 통제된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만 크게 부각되고, 이에 따라 푸틴에 대한 지지세가 더 결집할 수 있다는 점들이 고려 요인이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더 이상 방어에만 급급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전면전 선언은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러시아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래저래 푸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어떤 방식이든 교황이 던진 ‘5월 9일 종전설’은 현재로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교황도 오르반 헝거리 총리의 말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5월 9일에 전면전을 선언한다는 것 역시 지금의 실패를 숨기기 위한 정치적 꼼수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장기전이 성공할 가능성도 사실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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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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