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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에너지 무기' 휘두른 러시아, 푸틴에게 부메랑! - '에너지 무기화' 러시아, 폴란드·불가리아 가스 끊어 - ‘러시아 에너지 0’ 시대 구상 가속화하는 유럽 -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 기사등록 2022-04-29 13:53:43
  • 수정 2022-04-29 14: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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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무기화' 러시아, 폴란드·불가리아 가스 끊어]


러시아가 서방의 우려대로 '에너지 무기'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27일(현지시간)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상대로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면적으로는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러시아가 실력행사를 한 날이 바로 미국과 독일 등 40여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다음 날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인 가스를 지렛대로 삼아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가즈프롬(Gazprom)은 “두 국가가 가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면서 “루블화 결제에 동의할 때까지 공급 중단을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원래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외국 기업이 러시아산 가스를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중단된다”는 내용의 법령에 서명을 했고, 이 명령은 4월 1일부터 시행되었지만 그동안 EU의 국가들이 이러한 명령대로가 아닌 러시아산 가스 대금으로 달러 또는 유로로 결제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가 가스대금의 루블화 강제에 대해 독일이 항의하자 푸틴은 “계속해서 유로화로 결제해도 좋다”고 승인까지 해준 바도 있다. 그런데도 유독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콕 찍어 가스 공급 중단 조치를 취한데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EU는 보고 있다. 다시말해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을 겨냥한 자원 무기화 조치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니콜로프 불가리아 에너지 장관도 이날 “현재 전쟁에서 가스가 정치·경제적 무기로 활용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Rystad)의 애널리스트들도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에너지를 무기로 휘두르는 러시아가 서방에 첫 반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으며,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의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업체”라고 강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반발하는 폴란드와 불가리아]


러시아의 가스 수출 중단 조치에 대해 폴란드와 불가리아 모두 러시아의 조치가 ‘계약 위반’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두 국가는 2020년 기준 전체 가스 수입량 중 러시아산의 비율은 폴란드가 약 40%, EU의 최빈국 불가리아가 77% 정도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의회에서 “가스 수입을 다른 나라로 돌리려고 여러 해 동안 노력해온 덕분에 폴란드는 에너지 위기로부터 안전하다”면서 “폴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협박'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데르 니콜로프 불가리아 에너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불가리아는 압력 아래 고개 숙이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체 공급처가 있으며 EU 차원에서도 대체 경로와 공급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러 '에너지 무기화' 비판]


러시아의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조치는 그리안해도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를 논의하고 있던 유럽연합(EU)의 분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가스프롬의 결정이 유럽 소비자들에게 가능한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할 것”이라면서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이제 EU 이웃 국가들로부터 가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오늘 크렘린궁은 또 한 번 유럽인들 사이에 분열을 심으려는 시도에 실패했다”면서 “유럽에서 러시아 화석 연료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앞선 성명에서는 “유럽 내 고객들에 가스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한다는 가스프롬의 발표는 가스를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러시아의 또 하나의 시도”라면서 “부당하고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다시한번 가스 공급자로서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 준비돼 있다”면서 “가스 조율 그룹 회의를 통해 러시아의 조치를 무력화시킬 것”이라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또한 “EU 수입 업체들에 공급 계약서에 러시아 루블화로 표시된 경우가 아닌 한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는 것은 제재 위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압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내비친 것이다.


[‘러시아 에너지 0’ 시대 구상하는 유럽]


결국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유럽사회의 러시아 의존도 완전 탈피라는 역 보복 성격의 카드를 꺼내들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일단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가스 수출 중단을 했지만 이 조치가 다른 나라들에게도 확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0 정책’ 추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현재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 중에 가스의 40%, 원유 25%가량이 러시아산이다.


그런데 EU는 일단 러시아산 석유는 올해말까지 수입을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며,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의 3분의 2를 다른 공급원에서 대체하고, 2027년까지 대러 가스 의존도를 0%로 줄일 계획이다. EU는 당장 올겨울에 앞서 가스저장시설의 80%를 채워놓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EU는 미국이나 중동, 노르웨이,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들여오는 등 러시아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수급선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에 반대하면서 EU 차원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그 독일마저도 “수일안에 러시아 에너지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됐다”면서 “러시아 석유 수입금지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유회사 로스네프트 대신 폴란드 그단스크항을 통해 석유공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 가스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역시 러시아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LNG 터미널 건설에 대한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45%를 러시아에서 가져오는 이탈리아도 이미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달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절반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대신 알제리, 이집트, 앙골라 등과 가스 공급량을 늘리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접촉에 나섰다.


[러시아 에너지 추방에 힘 보태는 미국]


미국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자체 수출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미 에너지부는 이날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2곳에 하루 5억 세제곱피트(약 1천415만㎥)의 LNG 수출을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에 250만 가구가 난방을 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번 조처는 에너지부가 지난달 하루 7억2천만 세제곱피트(2억388만㎥)의 천연가스 추가 수출을 허용한 데 이은 것이다. 당시 에너지부는 LNG 생산업체 셔니어 에너지가 유럽 전체를 포함해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어떤 국가에도 수출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달 미국이 유럽연합과 함께 에너지 확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한 사실을 소개하고, 유럽을 강압하기 위해 에너지를 이용하는 러시아의 능력과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줄이기가 성공한다면 러시아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가스 수입은 러시아 정부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EU는 러시아의 주요 가스 시장이기 때문이다.


▲ WSJ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에너지 금수조치는 곤경에 처한 러시아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도박을 감행한 것”이라 보도했다.


WSJ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에너지 금수조치는 곤경에 처한 러시아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도박을 감행한 것”이라면서 EU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시장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한 도미닉 라브 영국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은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가스공급 중단 결정으로 국제사회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더 버림받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정치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점점 더 따돌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 부총리는 이어 “가스 공급 중단은 러시아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며 “러시아 스스로에 끼치는 손해가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벌써부터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출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4월 접어들면서 유럽의 러시아산 경유 수입량이 대폭 줄어 하루 약 77만배럴(bpd)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 반면 아시아와 중동,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경유는 2019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76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러시아 최대의 에너지기업 로즈네프트가 원유 판매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WSJ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의 에너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로즈네프트는 지난주 원유 3천800만 배럴을 판매하기 위한 국제 입찰을 시행했지만 낙찰자가 없어 거래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세계 최대의 원유 중개업체로 꼽히는 비톨도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제 에너지 업계의 분위기도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더불어 “유럽 대륙에 6개의 정유소를 소유하고 있는 엑손(Exxon Mobil)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러시아 에너지의 엄청난 고객이었던 엑손의 결정은 러시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내다봤다.


WSJ은 또한 “원유저장시설이 부족한 러시아는 원유를 팔 수 없게 되면 원유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하고, 이는 향후 생산 능력에도 부정적인 연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2020년의 경우 러시아 예산의 5분의 1인에 해당하는 320억 달러(약 40조 원)를 로즈네프트가 세금으로 납부했는데 이 회사가 휘청거리면 러시아 경제 역시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0년 기준 러시아 국방 예산의 절만 정도에 해당한다.


이렇게 러시아의 생명줄인 에너지의 수입은 “우크라이나 학살의 공범이 되는 길”이라는 오명까지 덧입혀지면서 러시아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푸틴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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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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