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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기사회생한 마크롱, 안도하는 유럽 - 차악의 선택, 마크롱 20년만에 첫 연임 성공 - 막판 르펜의 러시아 연계설이 결정적 패인 - 안도하는 유럽, "극우 후보 됐으면 어쩔 뻔"
  • 기사등록 2022-04-25 21:38:51
  • 수정 2022-04-26 0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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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악의 선택, 마크롱 20년만에 첫 연임 성공]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와 5년 만에 겨룬 '리턴 매치'에서 이겨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사실 이번 대선은 승리한 마크롱이나 패배를 한 르펜 모두 ‘차악의 선택’이라는 오명이 나돌았다. 그래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며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국민연합(RN) 후보 중 한 명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환멸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다시 말해 중도 진영의 마크롱과 극우파의 르펜 사이에 끼어 있는 좌파진영에서 마크롱도 싫지만 그렇다고 극우 르펜은 도저히 찍을 수 없다는 선택의 한계에 부딪친 선거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마크롱은 극우를 혐오하는 캠페인으로 차선의 선택을 강조하는 선거전략을 채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로인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국론분열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은 그대로 남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경제적 어려움이 르펜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곧 마크롱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내치보다는 외치에 신경을 쏟는 사이 르펜 후보는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마크롱을 맹추격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 적용하는 부가가치세를 인하한다거나, 생활필수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등의 생활 밀착형 정책들이 프랑스인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마크롱을 턱밑까지 쫓는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후보의 소속 정당 `국민연합`(NR)이 러시아 군수업체에 거액의 빚을 상환 중”이라고 보도했다.


[막판 르펜의 러시아 연계설이 결정적 패인]


막판 추격을 하던 르펜을 좌절시킨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은 선거 막판에 터진 르펜의 러시아 자금줄 논란이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후보의 소속 정당 '국민연합'(NR)이 러시아 군수업체에 거액의 빚을 상환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국민연합'(NR)이 2020년부터 2028년까지 러시아 항공기 부품회사 '아비아자프차스트'(Aviazapchast)에 대출 총액 1200만 유로(약 161억원)에 대한 원리금을 분기별로 상환 중”이라면서 계약서 사본을 공개했다.


‘아비아자프차스트’라는 회사는 러시아 군용기에 쓰이는 재생부품, 연료, 윤활유 등을 중동·아시아·아프리카 등에 공급하는 업체로 2020년 11월 이란, 북한 등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미 국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바도 있다.


'국민연합'(NR)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은행 '퍼스트 체코-러시아은행'에서 940만 유로를 빌린 바 있다. 당시 대출의 상환일은 2019년 9월이었는데, 아비아자프차스트가 2016년 이 대출에 대한 채권을 넘겨받으면서 상환일이 2028년까지로 거의 10년 가까이 미뤄졌다.


문제는 '국민연합'(NR)에 대한 대출이 프랑스 정당의 통상적인 대출 상환 기간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WSJ은 “이 계약 덕분에 NR은 선거자금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르펜의 대선 출마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프랑스의 선거자금 감독기관은 “선거자금 간접 지원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기는 했지만 르펜의 '국민연합'(NR)이 그동안 친러시아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고, 또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찬성하기도 했으며, 이에 대한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반대 의견을 드러낸 바 있어서 이번 러시아은행으로부터의 자금 대출 문제가 르펜과 소속정당인 '국민연합'(NR)에 ‘친 러시아정당’이라는 낙인을 찍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도 투표를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열린 TV 토론에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르펜 후보의 밀접한 관계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푸틴의 정적이자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도 “르펜의 정당이 푸틴의 자금 세탁 조직인 제1 체코-러시아 은행에서 900만 유로(약 120억 원)를 대출받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것은 부패이자 푸틴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프랑스와 프랑스인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을 응원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바로 이 점이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는 것을 마크롱도 인정했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24일(현지시간) 오후 9시 30분 아내 브리지트 여사와 함께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을 둘러싼 샹드마르스 광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당선사례를 하면서 “여러분들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고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안도하는 유럽, "극우 후보 됐으면 어쩔 뻔"]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일단 유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이번 선거 결과에 안도할 것”이라면서, “르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는 서방 진영의 연대와 일치된 노력에 재앙을 안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르펜 후보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EU 탈퇴와 같은 과격한 공약은 철회했지만, 르펜 후보가 그동안 내세운 이민 정책이나 프랑스 국익 최우선주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혁의 후퇴 등은 EU와 미국의 지도자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르펜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프랑스 외교의 기조가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어서 심각한 혼란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스카이뉴스는 “르펜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세계정세에 지각 변동이 초래됐을 것”이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를 온 유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반길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스카이뉴스는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는 프랑스와 독일이 계속 유럽의 중추로 남고, 프랑스 대통령은 지속해서 유럽을 외교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담당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연유로 선거 결과가 마크롱 승리로 나오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우리의 탁월한 협력을 계속 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우리는 함께 프랑스와 유럽을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축하했으며,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에 “브라보 에마뉘엘”이라면서 “이 격동의 시기에 우리는 강력한 유럽과 더욱더 주권적이고 더욱 전략적인 EU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는 프랑스가 필요하다”면서 마크롱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또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라면서 “우리 두 나라와 세계에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계속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프랑스 유권자들은 오늘 유럽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줬다. 우리가 계속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마크롱에게 주어진 과제]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많은 과제들을 떠안게 되었다. 일단 5년전인 2017년 마크롱과 르펜의 지지율 격차가 32%였는데 반해 이번에는 그 절반 이하인 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그만큼 마크롱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결집이 떨어졌다는 것이고, 더불어 국민들의 분열도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직후 기권한 유권자와 르펜 후보를 뽑은 유권자들을 향해 “이제는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니라 만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르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분노에 대응책을 찾아내겠다”며, “프랑스를 통치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렇게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곧바로 다가오는 6월의 총선 때문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가장 경계가 되는 것은 르펜이 이끄는 극우층의 확대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원조 극우의 아이콘이면서 르펜 후보의 아버지였던 장마리 르펜이 국민전선(FN, RN의 전신) 후보로 결선에 진출한 2002년에는 552만5천 표를 확보해 17.8%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7년 대선 결선에 진출한 르펜 후보는 아버지보다 500만 표 이상 많은 1천34만 표를 득표해 33.9%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르펜 후보가 42%대의 득표율을 얻은 것이다. 지난 5년 사이 8%p 가까이 지지층을 늘린 셈이다.


이러한 르펜 지지층의 확대는 우선 르펜의 극우 지지자들이 늘어난 것보다 마크롱에 대한 실망감이 르펜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1차 투표 후 첫 주말 수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마크롱을 뽑자', '르펜을 뽑자'가 아닌 '르펜은 안 된다', '마크롱은 안 된다'는 구호가 중심에 있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는 6월 12일 1차 투표, 19일 2차 투표를 치르게 될 국회의원 선거가 당장 마크롱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이 선거에서 당연히 여당이 하원 의석 과반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프랑스의 정치는 대체로 대선 승리와 총선 승리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은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유럽의회 의장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당해야 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집권 여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하원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손발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하원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고 불편한 동거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흘러 나온다.


특히 지난 10일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1.95%로 3위에 그쳐 낙선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총리 자리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가 이번 대선에 출마한 좌파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LFI가 총선에서 승리해 하원 다수당이 된다면 멜랑숑이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하원이 여소야대로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의무는 없지만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역대 대통령들은 이러한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서 마크롱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다가오는 총선에서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 출마를 1년여 앞두고 창당한 ‘전진하는공화국(LREM)’은 대선 승리 한 달 뒤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기염을 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의 영광이 이번 총선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2020년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공화당, 사회당, 녹색당에 밀려 참패했고, 2021년 레지옹 단체장을 선출하는 광역 지방선거에서도 존재감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5년간 프랑스를 이끌어 가기에는 여러 난관이 다가올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마크롱이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이번 승리의 여세를 몰아 어떠한 전략을 펼치게 될지 주목된다. 그만큼 다가오는 총선이 마크롱의 미래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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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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