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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마리우폴 최후 근거지, 푸틴이 공격을 포기한 이유? - 푸틴, 마리우폴 최후 항전지 '공격 대신 봉쇄' 지시 - 아조우스탈, 벙커버스터 포함 엄청난 폭격했지만 점령 실패 - 아조우스탈 저항, 러시아에게는 엄청난 부담될 것
  • 기사등록 2022-04-22 13:46:54
  • 수정 2022-04-23 07: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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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마리우폴 최후 항전지 '공격 대신 봉쇄' 지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2단계 작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21일(현지시간) 선언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의 나머지 지역은 해방됐다”고 보고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러한 내용의 보고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마리우폴 해방작전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고 말한 뒤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저항지인 아조우스탈을 공격하는 대신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아조우스탈 공격을 취소한 것은 러시아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틀 전만 해도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근거로 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통해 반드시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SBU)이 19일(현지시간) 제철소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 주둔한 한 러시아군 지휘관이 아내와 통화한 내용을 도청하여 공개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이곳(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3t짜리가 하늘에서 날아올 거야. 지상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이곳을 지키는 아조우연대 프로코멘코 사령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러시아 점령군과 그 대리자인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재래식 폭탄, 벙커 버스터 등 온갖 폭탄을 다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 중”이라며 “민간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 시설물 타격을 목적으로 관통력과 폭발력을 높인 무기다.


또한 마리우폴 함락의 선봉에 서고 있는 체첸 자치공화국의 용병부대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Ramzan Kadyrov)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음성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21일 점심때까지 아조우스탈을 완전히 점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군도 저항중인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제철소에서 스스로 나오는 우크라이나 군인은 생명을 보장하고 적법하게 대우할 것”이라면서 “21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8시)까지 투항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그럼에도 결국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축출하지 못하고 포기한 채 봉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저히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점령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확보하려면 러시아군의 희생이 너무나도 클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그들(러시아군)은 물리적으로 아조우스탈을 점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곳에서 큰 손실을 보았다”며 “우리의 방어군은 계속해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아조우스탈을 힘으로 점령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러시아군은 왜 아조우스탈을 장악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군은 왜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저항 근거지인 아조우스탈 점령을 하지 못했을까? 이미 도시의 다른 지역들은 완전히 초토화시키면서 거의 50일 넘게 아조우스탈 장악을 위해 엄청난 공격을 해왔으면서도 결국 포기하게 된 배경은 한마디로 아조우스탈이 난공불락이기 때문이다.


유럽 제철소 중 최대 규모인 아조우스탈은 아조우해 해안가에 건설되어 있는데, 11㎢ 부지에 용광로, 철로, 굴뚝, 지하터널 등 생산설비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서울의 여의도(8.9㎢) 전체 면적보다 넓은 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조우스탈의 지하에 최대 깊이 30m, 길이 20㎞가 넘는 터널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오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 터널은 원래 제철소 건물 사이에 장비나 원자재 등을 쉽게 옮기려는 목적으로 설치된 것인데 이곳에는 의료시설, 원예원, 카페, 거주공간 등도 있다고 한다.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의 얀 가긴 보좌관은 최근 러시아 국영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터널에 대해 “핵전쟁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핵전쟁에 대비해 식량이 다량 비축돼 있어 장기간 '버티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또 건물 상당수는 두께 수m짜리 벽체를 지녀 철통 방어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긴 보좌관은 “제철소 지하에 아예 다른 도시가 하나 더 있는 셈”이라며 “폭격을 견뎌내고 침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NYT 등은 “아조우스탈 내에 통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에 유리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싱크탱크 벨퍼센터의 마리아나 부제린 연구원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해 “작은 요새나 마찬가지”라며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대형 산업시설에 숨어드는 것이 전략적으로나 보안상 이점이 있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니 러시아군이 이 제철소를 장악하려면 당연히 우크라이나군이 매복공격에 유리하기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고 더불어 폭격으로도 이 제철소를 무너뜨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군도 처음에는 벙커버스터를 포함해 고중량폭탄들을 동원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파괴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멸졀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한 셈이다.


현재 아조우스탈 안에는 준군사조직 아조우 연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군 2천500여명을 비롯해 민간인 1천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군이 끝까지 저항하는 이유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아조우스탈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지휘관인 우크라이나 제36해병여단 소속 세르히 볼리나(Serhiy Volyna) 소령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 “적들은 우리보다 10배나 많다. 공중과 지상병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압도한다”며 “우리는 최후까지 겨우 며칠 혹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러시아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군은 왜 아조우스탈을 근거지로 끝까지 저항하는 것일까? 우선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합병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러시아군에게 있어 마리우폴의 완전 함락은 모스크바함의 침몰로 굴욕을 당한 러시아가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미 6주전부터 아조우스탈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을 진즉 장악했으면서도 그동안 마리우폴 장악이라는 결정적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아조우스탈 장악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 지역을 포기한 채 마리우폴 점령이라는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고 푸틴은 직접 더 이상의 러시아군 희생을 막기 위해 공격하지 말고 포위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푸틴과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전면 장악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지금 마리우폴 도시는 거의 90% 가까이 완전히 파괴되어 있다. 사실상 도시 기능을 잃은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역들은 이미 러시아군의 수중에 있다. 그럼에도 마리우폴에 엄청난 공격을 계속해 왔던 것은 바로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근거지인 아조우스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조우스탈에 우크라이나군이 주둔하고 있으면 마리우폴은 오히려 러시아군에게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우선 마리우폴 장악을 지속하기 위해 상당한 수의 군대를 주둔해야 하지만 동시에 아조우스탈의 전면 봉쇄를 위해 또 최소 수천명 이상의 군대를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금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에 있는 군대들을 빨리 부근의 돈바스 전투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 돈바스를 완전 점령해야 푸틴이 요구하는 5월 9일의 제2차세계대전 승전기념일에 맞춰 우크라이나 승전 행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조우스탈 때문에 지금의 마리우폴 부대는 계속 묶여 있어야 한다. 특히 그저 도시 관리를 위한 주둔 수준이 아니라 아조우스탈 주둔의 우크라이나군과 매일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군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특히 아조우스탈이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약 2500여명 정도라면 이를 방어하기 위한 러시아군은 최소 5000명 정도 있어야 하고, 여기에 마리우폴 점령을 유지하기 위해 또 몇 천명 정도의 군대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군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러시아군을 마리우폴에 묶어 둠으로써 돈바스 전투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전투는 러시아군이나 우크라이나군 모두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전투는 러시아군이나 우크라이나군 모두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다”면서 “러시아군에게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할 때의 명분이기도 했던 나치부대인 아조우연대 멸절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아조우스탈을 점령하고 이들을 몰살시켜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6주 넘게 엄청난 폭격을 행했고, 이로인해 민간인 사망자만 1만 여 명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피해를 끼쳤지만 정작 전쟁의 목표가 되었던 아조우연대는 손을 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NYT는 “푸틴의 마리우폴 완전 장악이라는 선언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질책한 것이다.


NYT는 이어 “푸틴의 성명에는 그의 좌절과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과 허세로 가득차 있다”면서 “아조우스탈의 저항군은 러시아군을 괴롭히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NYT는 “마리우폴 전투는 러시아군 전체의 약 10% 이상이 투입된 전쟁”이라면서 “그 중 일부는 돈바스의 도네츠크로 이동하겠지만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렇게 푸틴은 지금 마음이 급하다. 하루빨리 러시아 국민들에게 “우리가 승리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현실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음에도 “마리우폴을 장악했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푸틴이 그만큼 지금 위기 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러는 사이, 우크라이나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고스트드론’을 포함해 엄청난 양의 무기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도 푸틴이 과연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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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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