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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中, 솔로몬제도에서 또 충돌 - 친중 솔로몬제도, 중국과 안보협약 체결, 미국 반발 - 소가바레 총리, 정권 유지 위해 친중정책 강화 - 전쟁의 아픔 간직한 솔로몬제도, 미중 갈등의 중심 부상
  • 기사등록 2022-04-22 13:46:41
  • 수정 2022-04-22 15: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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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제도, 미·중 갈등 중심지 급부상]


지난해 11월 24일 반중시위로 인한 폭동이 일어났던 인구 70만 명의 섬나라 솔로몬제도(Solomon Islands)의 친중정부가 지난 3월 30일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 병력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안보 협력 관련 협정에 가서명한 데 이어 19일 급기야 공식 협정을 체결한 것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또 충돌했다.



협정 내용에 솔로몬제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중국이 군대나 무장 경찰을 파견할 수 있으며, 중국 함정이 솔로몬제도 해안을 기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중국의 군사 활동을 용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장 호주가 즉각 반발했고 미국 역시 중국과의 협정을 강력하게 만류했지만 결국 공식적으로 체결이 완료된 것이다.


호주 당국은 지난 13일, 주무부처 수장인 제드 세셀자 국제개발·태평양 장관이 솔로몬 제도를 찾아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에게 지역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며 중국과의 안보협정에 서명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했다.


세셀자 장관은 그러면서 지역안보를 위해 '태평양 가족'과 개방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태평양 가족'(The Pacific Family)은 호주 정부가 뉴질랜드와 인근 태평양 지역의 솔로몬 제도·피지·파푸아뉴기니 등 섬나라들과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생겨난 용어다.


또한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세인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앞세운 미 정부 대표단이 솔로몬제도를 방문하겠다고 하자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협의하에 발표 반 나절만에 협정을 공식적으로 체결했다고 발표까지 해 버렸다.


남태평양 요충지 솔로몬제도는 2019년 9월 오랜 수교국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안보협정 체결까지 추진하며 급속히 친중(親中) 진영으로 돌아선 나라라는 점에서 미국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중국과의 안보협정 체결까지 강행을 하자 적잖이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남진(南進) 전략을 견제하기 위해 캠벨 조정관을 단장으로 한 고위 대표단을 긴급 편성해 파견하기로 한 것인데 중국이 미 대표단의 솔로몬제도 방문을 방해하기 위해 선수를 쳐버린 것이다.


[소가바레 총리, 정권 유지 위해 친중정책 강화]


현재 솔로몬제도의 총리는 지난 2019년 취임한 소가바레(Manasseh Sogavare)이다. 문제는 소가바레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강력한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금 지원 유혹에 넘어가 대만과의 유대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는 점이다.


약 1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솔로몬 제도에서 가장 크면서도 가장 가난한 섬인 말레이타 섬 주민들은 2019년 솔로몬 정부가 36년간 맺어왔던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자, 말레이타 주민들은 중앙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와 대만 언론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은 외교 관계 수립 후 솔로몬제도 정부에 5억달러(약 6175억원)를 지원했다. 총액 1000억달러(약 123조원) 규모의 차관 제공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라 전체 GDP의 77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같은 해,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한 중국기업은 심지어 ‘툴라기’라는 이 나라의 섬 하나를 통째로 임대해 배타적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지방정부와 맺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계약은 결국 중앙정부가 무효화했지만,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외교‧군사적 움직임을 주시해 온 미국과 호주는 크게 긴장했다.


여기에 소가바레 총리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페이스북 금지령을 내릴 준비를 하자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 갔다. 현재까지 국가 차원에서 페이스북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이란, 북한 뿐인데 솔로몬제도도 중국의 압박으로 페이스북 금지를 추진하자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또 하나, 솔로몬제도 당국이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코로나 방역 문제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청정지역인 솔로몬제도는 지난해 11월 3일 중국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전세기를 띄웠는데 문제는 광저우에서 출발한 전세기 내에 자국민들은 겨우 21명에 불과했고, 83명이 중국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자 즉각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전세기의 운행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소가바레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전세기를 착륙시켰다. 그러나 이 사건은 솔로몬제도 국민들의 반감을 사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 국민들의 생명보다 중국의 눈치를 더 보는 정권이라는 지탄을 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중국발 전세기 편으로 중국인들이 입국한 이후 솔로몬제도에도 코로나 확진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솔로몬제도내에서 반중 움직임이 확산됐고 급기야 폭동이 일어나는 사태로까지 발전해 버린 것이다. 이번 솔로몬제도의 폭동사태에서 반 중국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솔로몬 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의 차이나타운이 불타버렸다는 데서도 알 수가 있다.


솔로몬 제도의 국민들은 “우리는 중국이 싫다”면서 “친 중국 노선을 걷는 소가바레 총리는 물러나라”고 요구했지만 소가바레 총리 세력은 무력으로 폭동을 진압했다.


심지어 대만이나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지방정부들은 소가바레 총리의 중앙 정부와 결별하면서 독립을 하겠다고까지 선포하고 나서 중국으로 인해 유발된 솔로몬제도의 비극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가바레 총리는 “이번 시위 배후엔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정부 결정에 반대하는 외국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위대의 퇴진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소가바레 총리가 말하는 그 외국이란 미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가바레 총리는 이렇게 미국이 자신을 배척한다고 판단해 더욱 더 중국쪽에 기울면서 이번에 안보협정을 체결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해 버렸다.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안보협정 체결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치안과 민생 안정이다. 솔로몬제도는 독립 후 고질적인 부족 간 반목으로 정치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치안을 명분으로 내세운 중국은 이곳에 자국 병력을 주둔하고 군 시설을 건립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려하는 미국과 호주, 강력하게 반발]


미국은 솔로몬제도의 중국과의 안보협정 체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며 또 우려를 보내고 있다. 또한 대응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안보협정을 통해)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침투하고 있다”며 “호주와 뉴질랜드에 경계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대표단 방문 사실을 발표하면서 “안보협정 체결은 중국군의 솔로몬제도 파병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안보 협정 체결과 관련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의견을 교환하고 우려를 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성명에서 "4개국 당국자가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협정 체결에 따른 안보 체계 변화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일단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부차관보, 국방부와 국제개발처 관계자 등이 포함된 미국 대표단은 22일 솔로몬제도를 방문해 중국과의 안보 협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대외 원조 기관 USAID를 앞세워 막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협정 체결 철회 등을 설득하며 중국과의 밀착을 총력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렇게 솔로몬제도를 주목하는 것은 그 지역이 바로 호주의 턱밑이고 솔로몬제도를 발판으로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솔로몬제도는 미국의 군사거점인 괌에서 약 3000㎞, 호주와는 약 200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미국은 중국이 이곳에 군대를 파견해 미국, 호주, 영국의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우려한다.


미국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남태평양의 섬들에 눈독을 들이면서 그 섬들에 중국의 군사기지를 만들려고 준비를 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중국삼기업그룹'(中國森田企業集團有限公司·삼그룹)은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지방정부와 비밀스러운 협의 끝에 섬(툴라기) 하나를 통째로 75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중간에 그 일이 들통나면서 무효화됐다.


이러한 중국의 의도와 관련해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기업들이 전략적 위치의 섬들을 사들이고 있다”며 “위와 같은 일들이 세계 수십 곳에서 시도됐다”고 보도했다.


그 중 하나가 솔로몬 제도에 위치한 툴라기섬이다. 이 섬은 약 1200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으로 과거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기지를 세운 군사 요충지라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가 읽혀진다.


이에 대해 FT는 “중국의 기업들은 정부와 같은 입장에서 지정학적 야망을 보이고 있으며, 그 목표는 남태평양에 해군 기지를 짓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표단 파견에 반발하는 중국]


이렇게 솔로몬제도가 중국과의 안보협약을 체결하자 미국이 솔로몬제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데 대해 중국은 협정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20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의 솔로몬제도 방문 소식을 전하며 "호주가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안보협정 체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자 미국 고위 관료가 협정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강대국 고위층의 보기 드문 방문'이라고 비아냥섞인 비판도 했다.


[전쟁의 아픔 간직한 솔로몬제도, 미중 갈등의 중심 부상]


솔로몬제도는 아름다운 산호초와 열대어를 볼 수 있어 스쿠버다이빙과 낚시의 천국으로 불린다. 그런데 이 솔로몬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1943년 일본군과 미국군이 격전을 벌인 ‘과달카날 전투’의 무대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태평양전선에서 연합군 반격이 본격화했고 일본 패망의 불씨가 됐다. 그만큼 솔로몬제도의 전략적 가치가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


과달카날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미국의 거장 테런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The Thin Red Line, 1999년)이다. 씬 레드 라인은 삶과 죽음, 모호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의미한다.


이렇게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아름다운 섬나라가 지도자 한 사람을 잘못 뽑음으로 인해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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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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