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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21 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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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오른쪽) 원내대표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처리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것이 도리어 역풍을 맞는 양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문턱을 넘기 위한 초유의 '위장 무소속' 전략에 민주당 내부는 물론이고 범진보 진영에서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탓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을 위한 180석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선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만 바라보게 된 형국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조응천 비상대책위원은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 의원 탈당에 대해 "사실 국민들의 시선이 두렵다"며 "위성정당에 대해서 대선 기간 중에 이재명 후보가 몇 번 사과하고 반성했지 않나. 그런데 얼마 됐다고 또 이런 탈당까지 무리수를 이렇게 감행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조 비대위원은 "국민들은 코로나19뿐만 아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위기, 환율, 금리, 원자재 값 폭등 (민생고가 있는데)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지 않나. 그런데 그게 해결됐느냐"며 "거기다가 윤석열 당선인 쪽 인수위가 지금 5년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청사진 내놓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인사가 참 여러 가지 지금 문제가 많은데 과연 (검수완박) 이게 이렇게 치열하고 절박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소영 비대위원도 당 소속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수사기소 분리라는 법안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편법을 동원하고 국회법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강행하는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장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다"며 "나는 이런 법안처리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재고를 촉구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바둑 격언에 묘수 3번이면 진다는 말이 있다. 비상식이 1번이면 묘수지만, 반복되는 비상식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처음에 정의당을 끌어들이려다 실패하고, 양향자 의원을 사보임했지만 실패하니, 이제는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 단계를 통과하려 한다. 묘수가 아니라 꼼수"라고 힐난했다.


검수완박 강행 처리 입장문을 작성했던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강경파 모 의원은 특히나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 다른 분한테서는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폭로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에서 공개 반발이 터져나온 것은 6·1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불과 한달 후 치러지는 지선에서 '정권 견제' 표심을 호소해야할 마당에 입법 독주 프레임으로 중도층마저 돌아설 경우 '전(前) 정권 심판 선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의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도 강행 처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2차 검경개혁 등 형사사법체계 개편은 이해 당사자를 포함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종합적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기구 구성을 제안한 것처럼 '여야 논의'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정의당은 전날 장태수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민형배 의원의 탈당에 대해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캐스팅보터를 쥔 '1석 소수야당'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YTN 라디오에 나와 "저는 586 이후 세대로써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지만 우상들이 괴물이 돼가는 게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소수에 대한 (의견) 보장들을 하나씩 무력화하면서 '172석의 뜻을 이루겠다, 내 길을 막지마라'라는 무서운 힘의 발현인데, 그 힘의 일부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두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 안팎의 반발이 이어지자 민 의원 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 무력화가 결국 민주당의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의 공동 발의로 수사권 분리를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범여권 무소속 5석과 시대전환·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 2석, 정의당 6석 중 이탈표를 끌어모아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편법 탈당' 논란으로 명분이 흔들리게 돼서다.


결국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해선 2~3일짜리 초단기 임시회를 연달아 여는 '살라미 전술'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지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가 절실해진 상황이나, '편법 탈당'까지 나온 와중에 의회주의자인 박 의장이 과연 직권상정을 해줄 지는 미지수다.


조 비대위원은 박 의장이 민주당 손을 들어주리라는 관측에 대해 "그렇게까지 의장님께서 하실까"라며 "왜냐하면 의장님은 이제 사실상 당신의 정치 역정을 이번에 마무리하시는 건데"라고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직권상정을 그냥은 안 해주실 것 같고, 아마 여야 양쪽을 계속 불러서 '서로 양보안 갖고 와라' (중재를) 그걸 계속 하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박홍근 원내대표는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장 중재안 수용 의사를 재확인하며 "박 의장께서도 이 현안을 빗겨갈 수 없고, 민주당이 어떤 절박함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루는지 알고 계시기 때문에 국회의원 다수가 현재 안보다 진전된 안을 낼 경우 그걸 마냥 빗겨가시진 않을 것"이라며 협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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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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