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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2 12:46:29
  • 수정 2018-04-02 13: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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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예술단의 도착을 보도한 바로 그 날, 노동신문 6면에서 자본주의를 맹공격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설, 영화, 음악, 무용, 미술 등은 모두 썪어빠진 부르죠아 생활양식을 유포시켜 사람들을 부화타락하게 만들고 그들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해독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
-조용필, 윤상, 이선희, 최진희, YB, 강산에, 박지영, 알리, 서현, 레드벨벳 등이 졸지에 “썪어빠진 부르죠아 생활양식을 유포시켜 사람들을 부화타락”하게 만드는 ‘반역자’들이 되어 버렸다.


▲ 4월 1일, `봄이 온다`를 주제로한 13년만의 평양공연 [사진: KCNA}


북한이 남측예술단을 평양에 불러 놓고 걱정이 많은가 보다.


혹시나 자본주의 바람이 평양에 넘쳐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양새가 노동신문 보도에 확연히 드러난다.


4월 2일자 국내의 일간신문들은 남축예술단의 평양공연에 대해 화려하게 보도하고 있다.


“평화의 봄노래, 평양을 적시다”(경향)

“북녘에 울려퍼진 ‘친구여’... 김정은·이설주 깜짝 관람”(한국)

“김, 가을엔 결실갖고 서울서 공연하자”(국민)

“조용필, 레드벨벳에... 함께 박수 친 김정은, 공연뒤 기념사진도”(한겨레)

“김정은, ‘내가 레드벨벳 보러 올지 관심 많은 것 알아’”(동아)

“평양의 봄은 뜨거웠다.. 김정은·북관객 기립박수”(서울)

“한반도의 봄 열망하며.. 우리의 소원 함께 열창하다”(서울경제)


노동신문도 4월 1일자 4면에서 좌측 하단 부분에 “남측 예술단 평양도착” 기사를 사진과 함께 짧게 보도했다.


▲ 남측예술단의 평양도착을 보도한 노동신문 [사진: 노동신문 4월 1일자 갈무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남측 예술단이 3월 31일 평양에 도착하였다. 남측 태권도 시범단이 함께 왔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문화상 박춘남 동지, 삼지연관현악단장 현송월 동지, 관계부문 일군들이 맞이하였다.”


그리고 노동신문 6면(참고로 노동신문은 매일 6면을 발행한다, 그리고 이 6면에는 주로 남측과 관련한 기사들을 게재한다) 좌측 상단 머릿기사로 “모순과 대립의 격화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안철권 이름의 기명 칼럼을 게재했다.


▲ 자본주의 문화를 맹공격한 노동신문 4월 1일자 6면 기명기사 [사진: 노동신문 4월 1일자 갈무리]


남측예술단의 도착을 보도한 바로 그 날, 노동신문 6면에서 자본주의를 맹공격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은 것은 참으로 뜬금없다.


‘자본주의의 계급적 모순’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결론은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흘러간다.


글 전체 4단 중 1단, 그것도 마무리 결론부분에서 자본주의 문화를 맹공격하고 있다.


“자본주의 문화제도는 자본가 계급의 리익(이익의 북한용어) 실현에만 철저히 복무하는 가장 반동적인 문화제도이다.”로 포문을 연다.


이 글은 이어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반동문화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착취계급의 리익에 맞게근로대중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그들을 억압 착취하기 위한 도구로 리용됐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문학예술도 근로대중을 노예화하는데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설, 영화, 음악, 무용, 미술 등은 모두 썪어빠진 부르죠아 생활양식을 유포시켜 사람들을 부화타락하게 만들고 그들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해독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은 자주성을 지향하는 근로대중의 요구와는 완전히 배치된다”면서 이 글의 속뜻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이중성을 우리는 이미 익히 알고 있지만 남측 예술단을 초청해 놓고 노동신문에서는 그들의 문화 예술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글을 게재하는 본뜻은 과연 무엇일까?


어차피 남측예술단을 관람하는 이들은 주체사상이 확실한 핵심 김정은 충성 옹위자들이며 그야말로 선택된 평양시민들이다.


사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남측의 문화가 인민대중까지 퍼뜨려 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노동신문을 통해 방어막을 치고 나오는 것 아닐까?


일전에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남측공연단이 평양에 왔을 때 그 공연장에 갔던 탈북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남측예술단이 공연을 할 때 언제 박수쳐야 하는지까지 다 정해져 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게 꼭 그때만 박수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흥이 나면 어디론가는 표현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그때 많은 사람들이 발로 박수(?)를 쳤다. 발박수 치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북한은 지금 두렵다.

겉으로는 큰 소리치지만 남쪽의 대한민국이 두렵다.


무엇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까?

바로 자유이다.

그리고 그 자유에 기반한 문화예술이다.


그 핵심이 바로 노래라든지 영화 같은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노동신문에서 ‘자본주의 문화’를 맹공격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정신교육과 함께 겁을 주고 있는 것이다.


▲ 4월 1일 진행된 남측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후 남측예술단을 만난 김정은 [사진: KCNA]


김정은도 박수쳤다는 그 남측예술단.


조용필, 윤상, 이선희, 최진희, YB, 강산에, 박지영, 알리, 서현, 레드벨벳 등이 졸지에 “썪어빠진 부르죠아 생활양식을 유포시켜 사람들을 부화타락”하게 만드는 ‘반역자’들이 되어 버렸다.


이것을 보고 웃어야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런 공연을 북한에서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공연은 해야 한다.


그 와중에 남측의 문화를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속셈은 알고 그런 교류를 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이중적 행태에 장단 맞추지 말고.....


[기사후기] 노동신문 4월 2일자 기사


역시 북한이다.


노동신문 4월 2일자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남측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시었다"라는 1면 전부를 할애한 기사를 게재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1면 전체 기사 어디에도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아, 딱 한 줄 있다. "공연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막을 내리었다"


가수 누구가 왔는지도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그냥 접견 사진 하나 내 걸었다.


▲ 노동신문 4월 2일자 1면에 게시된 남측예술단 평양방문 사진. 중앙에 김정은 부부가 보인다. [사진: KCNA]


그리고 이런 글이 있었다.


"민족의 화합을 념원(북한식 표기)하는 북과 남의 강렬한 열망과 마음들이 합쳐져 하나의 겨레임을 다시금 절감하게 한 공연은 관람자들의 절찬을 받았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남측예술단의 이번 평양방문이 민족의 하나된 모습을 과시하는 의의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표명하시고..."


공연 사진은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멀리서 찍은 것들만 공개했고, 가수들 이름도, 심지어는 조용필도 소개하지 않았다.


오직 김정은만 있을 뿐이었다.


여기가 바로 북한이다.



**취재후기 하나 더....


  [관련기사: 레드벨벳 北 신문 1면 등장…김정은 “가슴 벅차고 감동 금할 수 없어”]


오늘 중앙일보 인터넷판은 "레드벨벳 북 신문 1면 등장... 김정은 "가슴 벅차고 감동 금할 수 없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 보이는 이 노동신문 사진. 레드벨벳이 보이나요?

위에 우리 신문이 확대해 올린 사진 보면 어렴풋이 짐작이 가긴 하는데...


참고로 노동신문 1면을 보자.



바로 이 노동신문을 보면서 '레드벨벳 등장'이라는 기사를 올린 것이다.


참.. 흥분할 것 가지고 흥분해야지...


다시한번 지적하지만 노동신문 1면 기사에 우리 가수들, 출연진들 이름은 전혀 없다.


딱 한사람, 윤상 대표단장 이름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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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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