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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프랑스 대선에 유럽의 미래가 달려 있다! - 마크롱 대 르펜, 프랑스 대선 결선 레이스 시작 - 르펜 당선시 나토 및 EU탈퇴 가시화, 서방진영 흔들 수도 - 르펜 당선시 프랑스도 친러시아 진영이 될 가능성 우려
  • 기사등록 2022-04-13 13:34:15
  • 수정 2022-04-14 07: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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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 르펜, 프랑스 대선 결선 레이스 시작]


프랑스 대선이 뜨겁다. 특히 이번 대선 결과는 유럽사회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지난 10일(현지 시간) 열린 프랑스 대통령 1차 선거에서 중도 진영 에마뉘엘 마크롱(좌) 프랑스 대통령과 극우 성향 마린 르펜(우) 국민연합(RN)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해 5년 만에 엘리제궁 열쇠를 놓고 경쟁하는 2주간의 레이스에 들어갔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열린 프랑스 대통령 1차 선거에서 중도 진영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과 극우 성향 마린 르펜(Marine Le Pen) 국민연합(RN)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해 5년 만에 엘리제궁 열쇠를 놓고 경쟁하는 2주간의 레이스에 들어갔다.


11일 발표한 최종 개표 결과는 마크롱 대통령 27.8%, 르펜 후보 23.2%로 나타났다. 4.6%차의 박빙 상황인 것이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들로는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당(LFI) 후보가 21.95%, 극우 언론인 출신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 7.1%로 뒤를 이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자가 2주 후 결선 투표를 벌인다. 그렇기 때문에 탈락한 후보들의 지지를 누가 더 뺏아 가느냐에 따라 상황은 급반전 할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도 마크롱과 르펜은 1차에서 1, 2위를 차지한 뒤 2차에서 마크롱(66.1%)이 르펜(33.9%)에게 압승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무난히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고 실제 지지율도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뒷심을 잃으면서 불과 4.6%p의 차이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1차 투표 직전에 민간 기업에 과도한 자문료를 안긴 ‘맥킨지 게이트’가 문제되면서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반면 르펜 후보는 고속도로 통행료,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같은 생활밀착형 공약을 앞세워 8일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2%포인트까지 좁히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마크롱-르펜의 선거전략은?]


일단 1차 투표 결과는 마크롱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과연 이 추세가 결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여론조사상으로는 더욱 두 후보 사이에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나마 여론조사 결과보다 약간 더 격차를 벌인 것은 막판에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의 극우성향에 대한 네가티브를 강력하게 펼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르피가로’지는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집중 부각한 마크롱의 선거 막판 캠페인이 일부 통했다”고 분석했다.


일단 결선투표에 임하는 마크롱과 르펜 두 후보의 지향점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마크롱과 르펜의 격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정치구조를 지배한 전통적 좌우 대결이 끝나고 마크롱으로 대변되는 친세계화, 친유럽연합(EU) 중도주의와 르펜이 상징하는 반이민·반EU 민족주의 대결로 바뀌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일간 르몽드도 “극우 대통령’ 집권을 막아온 좌·우·중도 정치 연대 ‘공화국 전선’과 “무슬림에게 프랑스를 빼앗길 수 없다”는 반이민전선이 얼마나 화력을 집중하느냐에 결선 투표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이렇게 마크롱과 르펜 두 후보의 정치 성향이나 지지 기반 자체가 확연하게 다른데다가 서로의 정치 지형에 대한 장단점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두 후보의 결선투표 전략은 상대방이 집권했을 경우의 부정적인 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네거티브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임에 도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결선 대진표가 확정된 첫날부터 지지 기반이 약한 지역을 찾아 다니며 극우 세력 집권을 막기 위한 연대를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1차 투표 승리연설에서도 “극우에 반대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밝힐 정도로 극우세력의 집권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의 지지표들을 흡수하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도 ”1차 선거에서 3위로 급부상한 멜랑숑 LFI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주 공략지“라고 보도했다. 일단 멜랑숑 LFI 후보는 1차 선거 탈락 직후 지지자들에게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지 않았으나 “르펜한테는 단 한 표도 주지 말라”고 해 사실상의 마크롱 지지입장을 밝혔다.


멜랑숑 외에도 결선투표에 나서지 못하는 후보 10명 중 현재 6명이 마크롱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페크레스, 이달고 후보와 녹색당(EELV) 후보 야니크 자도 대표는 “극단주의를 거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설욕전을 준비하는 르펜 후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구매력 강화 공약을 앞세워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지 않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르펜 후보는 ‘反 마크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면서 극우의 이미지는 최대한 죽이고 대신 실생활에 밀접한 이슈들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대선의 TV토론에서 극우적 사고를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르펜 후보는 자신의 극우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을 마지막 선거전략의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르펜 후보는 대권을 잡기 위해 2015년 '원조 극우'의 아이콘인 아버지 장마리 르펜을 당에서 쫓아내면서 이미지 변신에 부단히 공을 들여왔다. 르펜은 2017년 대선 때만 해도 그는 이슬람을 공격하고, 반이민 정책을 주창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휘발유, 가스, 전기 등 에너지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현행 20%에서 5.5%로 낮추고 통행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를 국유화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르펜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이주·이민자에게 주는 혜택을 줄이고 난민에게 열어놨던 문을 닫는 등 전체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파리정치대학에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세실 알뒤 교수는 AFP통신에 "이민과 정체성에 관한 르펜이 내놓은 공약의 근간은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다른 어휘를 사용해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이번 1차 투표에서 7% 안팎의 득표율을 확보하고 4위에 오른 극우 성향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는 전날 르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민족주의 성향 니콜라 뒤퐁에냥 ‘약진하는 프랑스’당 후보도 “200만 명 이민자를 그냥 놔두는 자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르펜 지지를 선언했다.


[20일 TV토론이 분기점될 듯]


결국 이번 프랑스 대선의 분기점은 오는 20일 오후 9시에 프랑스2·TF1 방송 등이 생중계하는 TV토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의 극우적 성향과 이러한 가치관이 프랑스와 유럽사회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에 대해 르펜이 이를 어떻게 방어하고 또 오히려 마크롱에 대해 역공을 펼칠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지난 2017년 TV토론에서 마크롱에게 완전히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르펜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는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이목이 쏠린다.


[프랑스 대선 판도, 유럽 지형에 엄청난 영향 줄 수도]


중요한 것은 이번 프랑스 대선 결과가 유럽사회의 정치 지형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 친(親)러시아 정권이 재창출된 데 이어 프랑스에서 르펜 후보까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극우성향의 르펜 후보는 탈(脫)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탈 유럽연합(EU)을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르펜 후보가 집권한다면 프랑스가 나토를 탈퇴할 수도 있고, 심지어 EU에서도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 당연히 이러한 결과는 서방진영의 안보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11일(현지시간), ‘프랑스는 푸틴과의 전쟁에 새로운 전선’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르펜의 승리는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푸틴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이 사설에서 “여전히 르펜이 당선될 가능성은 낮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유럽의 대러 제재가 식료품 가격과 유가 상승을 견인해 르펜의 부상을 돕고 있다”면서 그렇게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외교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르펜 후보는 국내를 돌며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등 민생과 인플레이션 대처를 공약해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WP는 “르펜 후보가 친서민 행보를 하는 동시에 친러 이미지를 지우려 해도, 그가 속한 당의 기원이 극단주의 민족전선이란 얼룩을 씻을 수 없다”며 “(르펜이 속한 정당인)국민연합이 2014년 러시아 은행으로부터 900만 유로(약 120억원)를 대출받은 사실, 과거 푸틴 대통령의 악수 사진을 르펜 후보 홍보 전단으로 쓴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의 최대 초점 중의 하나는 나토와 EU탈퇴 문제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르펜 후보가 5년 전 대선 때와는 달리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EU 탈퇴)’를 공약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그가 내건 공약들은 ‘이름만 뺀’ 프렉시트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프랑스 국경을 강화하고 솅겐조약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라 지적했다. 여기서 솅겐조약이란 유럽 내 26개국 시민들이 비자나 여권 없이 국경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한 협정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폴리티코는 “르펜 후보의 승리 시 EU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폴란드에서 미국까지 아우르는 친우크라이나 연합을 크게 흔들고 장기적으로는 유럽 대륙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도 13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 후보를 겨냥해 프랑스를 EU에서 탈퇴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선 투표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마크롱은 르펜의 정책에 대해 민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그녀가 집권하면 포퓰리스트 빅토르 오르반이 이끄는 헝가리처럼 인권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비판했다”고 전했다.


[대선 결과 전망은?]


일단 최근 여론조사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결선에서도 르펜 후보를 이길 것으로 전망을 하기는 하지만 득표율 격차는 5년 전보다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프랑스여론연구소(Ifop)는 51% 대 49%, 엘라브는 52% 대 48%,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는 54%대 46%로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결선에서 르펜 후보와 처음 맞붙었을 때는 66%의 득표율로 르펜 후보를 압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준 셈이다.


현재로서는 그래도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하는 여론조사가 많지만 그 격차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래서 유럽을 비롯한 서방진영이 지금 프랑스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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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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