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친중파 파키스탄 칸의 몰락, 충격받은 중국 - 중국 절친 파키스탄 칸 총리, 의회 불신임 축출당해 - 파키스탄 새 총리에 '정치 명가' 출신 샤리프 선출 - 샤리프 총리 선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영향줄 듯
  • 기사등록 2022-04-12 22:37:50
  • 수정 2022-04-13 07:36:29
기사수정



[중국 절친 파키스탄 칸 총리, 의회 불신임 축출]


반미주의자로 중국의 절친이자 일대일로의 선봉장 역할을 해 왔던 파키스탄의 임란 칸(69, Imran Khan)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새벽 의회에서 불신임을 당하면서 축출됐다.


파키스탄 하원은 14시간에 가까운 여야 대치 끝에 이뤄진 총리 불신임안 투표에서 342명의 하원의원 중 174명이 찬성하면서 통과됨에 따라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동안 불신임안 투표를 세 차례 지연시킨 여당 소속 아사드 카이사르 하원의장이 전격 사임한 후, 야당 소속 사르다르 아야즈 사디크가 의장 대행을 맡았는데 결국 그의 주도로 칸 총리에 대한 사임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지금까지 5년 임기를 다 채운 총리는 한 명도 없었지만, 불신임안 가결로 물러난 총리는 칸 총리가 처음이어서 그 불명예까지 칸 총리는 안게 됐다.


그동안 야권은 칸 총리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했고, 또한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칸 총리는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 자체가 "미국에 의한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면서 '미국 음모론'을 제기했고,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 거세게 저항을 해 왔다,


여기에 집권 여당은 불신임 투표 요청이 위헌이라며 표결을 무산시켰지만 파키스탄 대법원이 지난 7일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명령했고, 더불어 집권 여당이 추진하려던 의회 해산 조치도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급반전 됐다.


결정적인 것은 칸 총리가 이끄는 여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에 소속된 의원 수십명이 불신임 찬성표를 던지면서 등을 돌렸고, 또한 연정 핵심 파트너인 MQM-P 등도 야권에 가세하면서 칸 총리는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파키스탄 새 총리에 '정치 명가' 출신 샤리프 선출]


흥미로운 것은 철저한 친중파였던 칸 총리의 후임으로 친미 성향이 강한 파키스탄 정치 명문가 출신 셰바즈 샤리프(70, Shehbaz Sharif) 전 펀자브 주총리가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새 총리로 뽑혔다는 점이다.


의원내각제인 파키스탄은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치 세력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데,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소속 의원 대부분은 항의 표시로 이날 투표 직전 집단으로 의원직을 사퇴했고, 구야권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의석 342명 중 과반인 174표가 찬성으로 총리에 선출된 샤리프 총리는 다음 총선이 열릴 내년 8월께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샤리프 총리가 조기 총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총리로 선출된 샤리프는 이날 “이는 정의의 승리이며 악은 패배했다”면서 “칸 정부는 경제를 잘못 관리했고 나라는 거대한 재정·무역 적자로 향하게 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이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펀자브 주도 라호르의 부호이자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3차례 총리를 역임한 나와즈 샤리프(72) 전 총리의 동생이기도 한 샤리프 신임 총리는 2018년 3월부터 형에 이어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의 총재를 맡고 있었다.


또한 그는 수십 년간 PML-N과 경쟁했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물론 보수 이슬람 세력, PTI 출신 의원, 칸 정부 연정 파트너였던 MQM-P 등 다양한 집단을 모은 연합세력의 맹주로서 역할을 해 왔었다.


[친중파 칸과는 차원이 다른 외교 선언한 샤리프 총리]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샤리프 신임 총리의 행보다. 샤리프 총리를 비롯한 집권 세력은 그동안 “칸 전 총리의 집권 기간 경제는 무너졌고 외교적 입지도 크게 축소됐다”고 주장해왔다. 이 주장대로 파키스탄 경제는 물가 상승, 외화 부족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깊이 참여하면서 국가부채가 급증을 했고,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실패에 정부 실정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칸 전 총리를 떠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샤리프 신임 총리의 외교 행보가 특히 주목거리다. 그는 취임 직후 “(멀어졌던) 미국과 관계를 다시 구축해 나가야 한다”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앙숙 관계였던 인도를 향해서도 "더 나은 관계가 필요하다"며 "카슈미르 분쟁을 해결하고 양국의 가난 종식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해 그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중국을 향해서도 “일대일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운을 떼기는 했지만 과거 칸 총리의 외교방향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황하는 중국, “우호 관계 변치 않을 것”]


확실한 친중파였던 칸 전 총리가 실각하고 후임으로 친미성향의 샤리프 총리가 선임되자 중국은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중국이 파키스탄의 정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파키스탄은 가까운 이웃이자 핵심 친구로서 그동안 유지해 왔던 양국간 우호정책을 확고히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사실상 중국의 이슬람 외교정책의 출발점이자 초석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그동안 시진핑 주석이 파키스탄 칸 총리와의 관계를 ‘철의 형제(iron brother)’라고 부를만큼 단단한 우의를 과시해 왔고, 더불어 파키스탄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으며 꿀보다 달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관계가 깊었기 때문에 이번 총리의 교체가 양국 관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중국측은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Shanghai Institutes for International Studies)의 류종이(Liu Zongyi) 부연구원도 SCMP에 “샤리프 신임 총리가 펀자브 주 책임자로서 620억 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과 관련된 문제를 처리한 경험이 있다”면서 “중국과 파키스탄의 우호 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SCMP는 “파키스탄은 오랫동안 군부통치를 받았던 그 시대에 미국 친화적 외교를 해 왔지만 전임 칸 총리는 미국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왔다”면서 “그러나 샤리프 체제하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샤리프 총리 선임 직후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카마르 자베드 바즈와(Qamar Javed Bajwa)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포럼에서 “파키스탄이 미국과의 관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입장에서는 친중 일변도의 나라 파키스탄이 최소 미국과 중국간의 균형외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다양한 외교적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9일 당시 칸 총리가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와 인터뷰에서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탈레반 등을 겨냥한 대테러 임무 수행을 위해 파키스탄 내 CIA 기지 건설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후 아프간 내 무인기 공습이나 정보 수집을 위해 인접국인 파키스탄에 기지 구축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친중반미의 칸 당시 총리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사건이다. 당시 칸 총리는 "파키스탄 영토에서 아프간을 겨냥한 어떤 군사 활동이나 기지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군사활동의 거점으로 파키스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파키스탄에게 의사를 타진해 왔지만 거절당했고, 이로인해 미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 바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1980년대 아프간에서 소련군과 싸우는 반군 무자헤딘을 함께 지원할 정도로 가까웠으나 칸 전 총리가 취임한 이래 관계가 상당히 멀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칸 총리가 실각하고 미국과 대화가 통하는 샤리프 총리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급속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니온다. 이는 역으로 중국에게는 엄청난 악재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영향줄 듯]


신임 샤리프 총리의 당면과제는 악화된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중국에게 치우쳤던 외교관계를 미국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샤리프 총리가 칸 총리의 불신임 이유에 대해 집권 이후 나라가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고, 친중 성향의 외교정책으로 국제적 입지가 축소된 것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도 11일(현지시간) “셰바즈 샤리프 신임 총리가 중도주의에 베팅하며 대미외교 정책을 손 볼 것”이라면서 “외환보유고 감소와 루피화 약세로 압박받고 있는 파키스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투자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샤리프 총리가 “훌륭한 정책을 통해 파키스탄을 투자 천국으로 만들겠다”면서 “"진정한 독립은 자립에서 나오기 때문에 파키스탄 경제를 위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도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샤리프 총리는 이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주권의 개념은 ‘피, 땀, 눈물’ 없이는 얻을 수 없고, 경제적 주권 없이는 불완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샤리프 총리의 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그동안의 중국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한 경제 부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어서 미국과의 경제적·군사적 관계 개선이 뚜렷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당연히 중국 견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파키스탄과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미국과 인도와의 외교 역시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에 대해 인도가 서방진영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 등의 압박에 동참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러시아 우호 정책을 펼쳐 왔지만 앞으로 파키스탄과의 관계 때문에 미국에 더욱 의존하는 외교를 펴 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을 지렛대로 삼아 대 파키스탄 외교를 인도가 펼쳐 나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한 과감한 경제지원을 대가로 미군기지라든지 CIA 기지 설치 등이 가능해진다면 그야말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훨씬 효과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인다. 그동안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내의 탈레반 등 무장세력이 국경을 넘어오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미군이 파키스탄 내에 정찰활동 등의 군사기지를 허용함으로써 국경 관리에 나설 수도 있고, 이를 대가로 경제적 지원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파키스탄에서의 샤리프 총리 취임은 중국에게는 또다른 과제를 안겨 주었으며, 미국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보면 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128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