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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의 거대한 착각 9가지 - 전쟁 준비도 제대로 안된 러시아군, 주먹구구로 우크라 침공 - 80년전 전쟁방식, 아직도 유지하는 러시아군 - “C3(명령, 제어 및 통신)계획의 무능함이 놀랍다”
  • 기사등록 2022-04-10 14:56:04
  • 수정 2022-04-11 06: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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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중대 실책 9가지]


세계 2위의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벌인 전쟁에서 7주가 넘는 이 시점까지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쩔쩔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는 9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는 9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끌었다.


*실책 1: 우크라이나에 대한 오판


WP가 가장 결정적인 실책으로 지적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오판'이었다. WP에 따르면, 당초 러시아는 자국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을 하면 해방군처럼 환영받으면서 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러시아는 친러 주민 비율이 높은 동부 돈바스 지역뿐 아니라 수도 키이우에서도 무혈 입성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러한 러시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일단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군을 환영하기는커녕 심지어 친러시아계 주민들조차도 국경을 넘어 공격해 오는 러시아군에 대해 적극적으로 막아섰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력은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여기에 무한정에 가까운 서방의 무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또 정규군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사냥 소총과 화염병, 벽돌을 들고 러시아군을 겨눴다.


*실책 2: 러시아군의 준비 부족


WP가 꼽은 두 번째 실책은 '러시아군의 준비 불충분'이었다.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에 사로잡힌 러시아군 포로 상당수는 침공 사실을 전해 듣지도 못한 채 국경을 넘어섰다”고 증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심리적으로 전투 준비가 되지 않은 병사들은 전장에서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었으며, 대규모 사상자까지 발생하자 러시아군의 사기는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사망자 수를 1만5000명 이상으로 추산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보고와 러시아군의 대화 도청을 바탕으로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를 1만8천600명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장병 시신 7천구를 전장에서 수습해 러시아군에게 인도하려 했으나 러시아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리는 그 수를 믿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그런 수치가 없다. 우리는 그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식 전사자가 1천351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일단 7천여명의 러시아군 시신이라는 말조차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든 군인의 사망을 국가 기밀로 선언하는 법령에 2015년 서명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언론은 물론 러시아 내부에서도 러시아군 사망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는다.


만약 이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희생당한 러시아군의 실체가 그대로 밝혀진다면 아마도 러시아내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철저하게 러시아가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책 3: 부적절하고도 불충분한 보급


러시아군의 3번째 실책은 전쟁에 필요한 보급품이 충분히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러시아군이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여러 도시들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최대 2주치 정도의 식량과 보급품,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불과 2~3일분의 보급품만 달랑 가지고 전쟁에 임했는데 그러다보니 러시아군의 보급품은 순식간에 동나 버렸다.


이런 이유로 연료가 부족하여 러시아군 탱크가 길가에 멈춰 서버렸고, 또한 배고픔에 못이긴 러시아 병사들이 현지 상점에서 식량을 약탈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군들은 현대전에서 필수적 장비인 야간투시경도 제대로 보급받지 못했다. 반면 야간 투시경을 확보한 우크라이나군이 밤만 되면 어둠을 활용한 매복 공격으로 펄펄 날고, 러시아군은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됐다.


*실책 4: 열악한 군수환경을 파악하지도 못한 군 지휘부


더 심각한 것은 러시아군 지휘부가 이처럼 열악한 군수 환경을 제때 파악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탱크가 멈추고 식량이 떨어져도 초기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재보급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이는 전쟁 초기 최대의 미스터리였던 ‘64㎞ 러시아군 행렬’이 멈춰선 배경이 됐고, 이후 투입된 트럭들은 제대로 유지·보수가 돼 있지 않아 길에서 퍼지기 일쑤였다. 당연히 러시아군의 전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영토가 비교적 넓어 물자를 이송할 거리 자체가 멀고, 수송대 엄호 병력이 부족하다는 점, 러시아군의 지휘통제 시스템이 중구난방일 뿐만 아니라 물량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 등이 군수 실패의 다양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책 5: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제거 실패


이번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 가장 큰 실책 중의 하나가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공군력 자체가 워낙 막강하다고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상황인데 러시아가 개전 초부터 러시아의 제공권을 장악하려는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 중의 하나로 꼽힌다.


현대전은 당연히 개전 초기에 상대방 국가의 방공시스템과 공군기지, 그리고 전투기 등을 제거하기 위한 폭격을 한다. 그리고 완벽하게 방공망을 제거한 다음 육군이 진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러한 방공망 제거 없이도 손쉽게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하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 나온다.


그런데 이미 전쟁 개시 7주가 넘어선 지금까지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오히려 러시아의 전투기나 헬리콥터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추격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군사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실책 6: 동시다발적 공격으로 인한 병력 분산


물론 우크라이나군을 너무 얕잡아 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러시아군은 전쟁을 시작하면서 무려 4개 전선에서 동시에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한 실책 중의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하면서 북쪽은 수도 키이우를 향했고, 동시에 북동쪽의 하르키우(Kharkiv), 동쪽의 돈바스 지역, 그리고 남쪽의 크름반도 등에서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투입 숫자는 4군데의 전장에서 성공적인 전투를 치르기에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 여기에 보급선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 국경에 너무나도 넓게 펼쳐져 있다보니 당장 문제가 생겼다.


WP는 “군사전문가들은 침략군은 한 국가의 인구 1000명당 20명의 병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인구 4400만명인 것에 비추어보면 최소 88만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투입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전투에서 승리도 할 수 있고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 지역의 장악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전쟁 승리후 전 국토 장악을 위한 병력 숫자까지는 감안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전쟁을 수행하는 쪽에서 겨우 15만 여명을 투입한데다 그것도 전력을 4군데로 분산까지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전술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전쟁 연구 객원 교수인 마이클 클라크(Michael Clarke)는 “미국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약한 국가인 이라크를 침공할 때 7의 병력 비율로 전쟁을 치렀다”면서 “그에 비하면 러시아는 불과 4의 비율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이는 러시아가 얼마나 무모한 전쟁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책 7: 보안되지 않는 통신 사용


러시아의 또다른 실책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휴대폰과 구식 무전 등에 의존한 비암호화 통신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우크라이나군은 물론이고 영국 및 독일 등의 나토군이 러시아의 모든 전장 상황을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러니 러시아군이 매번 매복당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WP는 이와 관련해 “전장에서 사망한 7명의 장성들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들의 위치에 대한 메시지를 가로챈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보도했다.


*실책 8: 중구난방식 지휘체계로 인한 전장의 혼란 상황


WP는 러시아군의 8번째 실책으로 지휘체계를 문제 삼았다. 러시아군은 완전 중앙집권화가 되어서 현장의 지휘관들이 전쟁 상황에 맞게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어려움에 처한 부대가 모스크바의 상급자 명령을 하염없이 가다리다가 손도 제대로 못써보고 당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것도 무려 4군데의 전장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을 모스크바의 당국자들이 시의적절하게 명령을 내려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당연히 현장의 군인들은 눈앞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임박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공중에 붕 떠있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것이 지금의 전장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책 9: 플랜B의 부재


WP는 마지막 러시아군의 실책으로 플랜B의 부재를 들었다. 다시말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아무런 대책을 세워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에 그때서야 새롭게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고 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러시아 장병들은 기존에 받은 명령대로 우크라이나군의 매복 지점을 향해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기갑 호송대의 경우 보병의 지원없이 파견되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휴대용 대전차 무기 재블린의 손쉬운 표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러시아군은 이에 대한 대처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진격하는 우를 범했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어이없는 행동은 과거 1930년대 피의 숙청을 경험했던 군부로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소련은 아래로 갈수록 허락된 범위 내에서만 작전을 펼치게 됐다. 그 풍조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헤르손 인근의 공항 점령에 나선 러시아군이 무려 10차례나 똑같은 공격 방식을 고수하다가 장군 두 명이 전사하는 피해를 보고 패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한반도 3배의 공간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현장 지휘관에 재량을 주지 않고 모스크바에서 전쟁을 지휘한다는 것만 보아도 옛 소련군 방식에서 변한 것이 없다. 더구나 군부의 핵심 관계자들이 절대 권력자인 블라디미르 푸틴의 예스맨들이고 직언을 못 한다는 점도 80년 전과 같다.


[전혀 전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러시아군]


WP는 결국 그 막강한 군사력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제압하지 못한 러시아군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우당탕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간 러시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결론지었다.


▲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마크 허틀링(Mark Hertling)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C3(명령, 제어 및 통신, command, control & communication) 계획의 무능함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마크 허틀링(Mark Hertling)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C3(명령, 제어 및 통신, command, control & communication) 계획의 무능함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임하는 러시아군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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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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