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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09 21: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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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을 내던지기 직전에 남긴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을 추진하려 하자, 검찰 내 반발기류가 감지됐지만 윤 당선인의 사퇴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앞두고 다시 검수완박 카드를 꺼내 들자 검찰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선에서부터 윗선까지 하나된 목소리로 '검수완박 반대'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검찰청을 비롯한 전국 검찰청에선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관련 법안에 대한 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국회가 지난 7일 법제사법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상임위원을 맞바꾸는 사·보임을 한 게 단초가 됐다. 법사위 소속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기재위에 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교체됐는데,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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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한다면 국민의힘의 반발로 안건조정위가 소집될 것인데, 사·보임 전에는 여야 동수로 구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비교섭단체인 양 의원이 반드시 참여하게 되며, 문제는 그가 민주당 출신 의원이라는 점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해도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주도하며 추진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검찰의 반발이 시작됐다.


국회 대응과 검찰 제도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미 지난해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간부를 향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 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 마냥 사라져 버린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대검도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검찰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국민들을 위해 한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해 주시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반대 입장을 냈다.


지난 2020년 윤 당선인의 징계국면을 연상시키듯 일선 검찰청에서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일선 검사들은 회의를 열고 반발 성명을 낸 바 있다.


대구지검이 발빠르게 오전부터 김후곤 지검장의 지시로 본청과 소속 지청 검사들이 회의에 돌입했다. 다른 일선 검찰청에서도 회의체가 소집됐으며 저녁 늦은시간에는 전국 고검장들이 대검으로 모였다.


고검장들은 민주당이 성급하게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정치권을 상대로 한 전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음주에는 전국 검사장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전날 검찰의 반발을 두고 검수완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검찰이 지닌 막강한 힘을 믿고 국회를 겁박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검찰로 환골탈태할 때까지 검찰개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실제 검수완박 법안이 본격적으로 입법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 검찰의 반응은 더욱 격앙될 전망이다. 검찰은 국회를 상대로 한 전면전은 벌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이 격화되면 1년 전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시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는 대신 검찰에 기소 권한만 남겨두겠다며 처음 검수완박 카드를 꺼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의 신분으로 대구고검·지검을 찾은 자리에서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다"며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다음날 사표를 던졌다.


다만 윤 당선인은 이번 사태에 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그는 전날 퇴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국민들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쓸 것"이라며 "검사를 그만둔지 오래된 사람이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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