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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08 13: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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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역풍 부니 껍질에 목 넣는 거북이 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 박는 타조 마냥 사라져 버리신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는게 부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 과정에서 같은 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채우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 속에 검찰 내부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검사들은 '사·보임의 실제 목적이 무엇이냐', '검찰총장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등의 글을 내부망에 올리며 공개반발에 나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상대(46·사법연수원 32기)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추진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글을 올렸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전날 기획재정위원회에 있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옮기고, 법사위 소속이었던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로 보내는 사·보임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직전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에 필요한 법안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법안 강행 처리를 막으려 안건조정위원회를 소집해도 결국 더불어민주당 뜻대로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 여야 동수로 구성해 법안을 심의하는 곳인데, 비교섭단체가 있으면 무조건 1명을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보임으로 법사위에 합류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들어가면 더불어민주당이 수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의 비교섭단체 위원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찰 인사와 제도, 국회 대응을 전담하는 대검 정기과장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보낸 것이다.


권 과장은 "대검은 민주당 내에서도 검수완박 관련 이견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당론 확정 전에 미리 검찰이 외부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국민들께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는 걱정과 일선에 또 다른 부담을 드리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사·보임으로 안건조정위의 논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도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킨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을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권 과장은 "이미 지난해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수완박을 위해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폐지하는 법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별다른 방법도 없이 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우리 검찰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권 과장은 "이 법안과 심의 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권 과장의 글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이복현(50·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도 공감을 표하며 비판의 화살을 김오수 검찰총장에게로 돌렸다.

 

이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 직접수사의 확대 과정에서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의 입김을 선배들이 단호히 거부하지 못한 모습을 직접 목도했다"며 "2017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종전 운영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누구보다 강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진행된 소위 검찰개혁은 저를 비롯한 검찰 구성원이 기대했던,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수사를 해내는 검찰을 만들 수 있는 개혁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일선에서 형사부장으로 근무하며 겪은 검·경 수사권조정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경찰에 부담이 가중되고 사건처리가 지연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장검사는 여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김 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 간부들이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일개 부장검사급인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기획조정부장님 등은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면서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며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라고 비웃으실 땐 언제고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 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 마냥 사라져 버린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 언급했다.


강수산나(53·30기)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도 "70년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업무를 4월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려는 시도는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한 입법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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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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