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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유럽의 분노, “말이 안 통하는 중국” - EU 고위 대표 "중국과 정상회의, 귀머거리와 대화한 듯" - 미국-유럽 갈라치기 하려다 오히려 핀단만 받은 중국 - 중화주의 외교, 갈수록 중국 외교는 고립될 것
  • 기사등록 2022-04-08 13:45:04
  • 수정 2022-04-08 14: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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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고위 대표 "중국과 정상회의, 말이 안 통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지난 1일 열린 중국과 EU정상간 화상회의와 관련하여 “귀머거리와의 대화 같았다”면서 중국 시진핑 주석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지난 1일 열린 중국과 EU정상간 화상회의와 관련하여 “귀머거리와의 대화 같았다”고 SCMP가 6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보렐 대표가 5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유럽의회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우리의 이견을 제쳐두길 원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권 등에 대해 이야기하길 원하지 않았고 대신 긍정적인 것들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보렐 대표는 이어 “(시진핑과의 대화는) 정확히 대화라고 할 수가 없으며, 차라리 귀머거리하고 대화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다른 것들에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렐 대표는 “중국 측은 자신들이 평화로운 사람들이고 다른 곳을 침공하지 않는다는 등의 일반적인 입장만을 고수했고,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약속을 피했다”면서 “다만 중국은 대량살상 무기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정상회의에 앞서 우리와의 대화에서 매우 아주 분명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보렐 대표는 이어 “중국 관리들과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중국이 주장하듯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입장이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렐 대표는 또한 “중국은 누가 침략자인지 매우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진실을 말하면) 자신들이 매우 불편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강대국 행세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정상회의에서 무슨 말이 오고 갔길래?]


그렇다면 지난 1일의 EU와 중국간의 정상회의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 갔길래 EU의 고위대표가 이렇게 분노를 표시하는 것일까?


이날 열린 제23차 중국-EU 정상회의에는 EU측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참석을 했고, 중국측에서는 오전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 오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해 양국간 화상회의를 이어 갔다.


전체적으로 약 3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입장 차이가 컸기 때문에 실속있는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고 서로의 일방적인 주장만 오고간 마이동풍 회담이었다는 뜻이다.


이날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대 유럽 정책에서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유럽 측이 자주적인 대 중국 인식으로 자주적인 대 중국 정책을 펴서 중국과 함께 공동으로 중국-유럽 관계의 장기적 안정화를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서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점이나 비판을 가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상황이 현 상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평화 협상을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국경을 넘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세계 경제 시스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갈등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하며 제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의 이러한 발언은 한마디로 중국은 안정적으로 EU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데 EU가 미국의 사주를 받고 중국과 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키면서 EU-중국간 틈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EU가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한 정책을 펼친다면 EU-중국간의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미국과 유럽의 결속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미국의 대 중국 압박에 동참해서는 안되며, 대 러시아 제재 등에서 유럽이 미국의 강경기조를 추종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중국이 우리의 (대 러시아) 제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힌다”면서 "중국 측은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거나 서방의 제재를 피하는 것을 지원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중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이는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평판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그러나 중국측은 이러한 EU의 경고에는 전혀 답하지 않으면서 ”개혁·개방은 중국의 기본 국책이며 중국과 유럽 간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와 편리화를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미셸 상임의장 등은 ”중국과 유럽은 다자주의 체제의 중요 구성원“이라며 ”중국과 유럽은 다자주의를 심화 및 견지하고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한편 전 지구적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측은 이러한 EU의 주장에 대해 ”이번 전쟁이 세계 안보와 경제를 위협한다는 데 동의를 한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닫았다.


미셸 상임의장이 ”제재를 회피하거나 러시아에 지원을 제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이 전쟁을 연장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더 많은 목숨을 잃게 하고 더 큰 경제적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음에도 가타부타 중국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셸 상임의장은 그래서 ”우리는 중국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도와야 하며 중국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을 못 본 척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는 또한 중국이 러시아를 재정적, 군사적으로 도우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경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믄 중국측은 그럼에도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EU와 정상회의를 연 중국의 의도]


중국은 EU와의 정상회담을 연 이유가 사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이 아니라 그저 틀어진 EU와 중국간의 관계를 회복시켜 성사 직전에서 중단된 투자협정 논의 재개를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논의된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탐탁치 않았고 그렇다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논의하지 않을 수도 없어 그저 면피성 발언만 하고 넘어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 논의할수록 중국에게 유리한 내용이 하나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유럽과 미국간의 사이를 벌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갈라치기’를 가장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는 오히려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를 더욱 결속시키게 되었다. 그러니 중국으로서는 더욱 더 답답할 노릇이 된 것이다.


중국은 내심 러시아를 지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러시아와의 굳건한 관계도 유지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유럽과 미국 사이를 갈라치기 함으로써 유럽도 품에 안고 싶은 욕망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그런 측면에서 ”유럽사회가 미국의 지배가 아닌 독자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그러한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지금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앞에 두고 더욱 결속하게 된 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자구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지금의 유럽-미국간 결속을 미국의 요구에 의한 피동적 결합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는 중국적 고립 사고에서 기인하는 편협한 시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각은 5일 열린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드러난다. 왕이 부장은 이날 ‘독립·자주’의 원칙을 강조한 뒤 ”캐나다가 중국과 함께,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양자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이날 발언은 1일 있었던 EU-중국간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했던 발언과 그대로 일치한다. 유럽에 자주적인 대 중국 정책을 요구했던 것 같이 캐나다에게도 동일한 요구를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양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대 중국 정책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왕이 부장은 또 ”캐나다가 긍정적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중국을 대하고, 온건하고 실용적인 대 중국 정책을 펴길 바란다“면서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함으로써,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나 왕이 외교부장의 이러한 발언을 보면 그야말로 중국 당국이 얼마나 착각과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인지 또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들이 만든 도그마 안에서만 판단하고 또 그것을 정의요 진리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간의 단단한 결속이나 미국과 캐나다간 동맹을 자주적 외교가 아닌 타율에 의한 정책이라고 보면서 중국이 설득하면 그러한 외교도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경제력이라는 물량공세를 앞세워 저개발 국가들에게는 중국 쪽으로 줄을 세울 수 있겠지만 유럽이니 캐나다의 외교마저도 최소한 중립지대로 만들고 싶어하는 중국의 외교정책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을까?


사실 중국 외교가 유럽사회로부터 디커플링으로 가게 된 것은 중국이 자초한 것이다. 작년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의혹 등으로 인해 중국-유럽 관계가 삐걱대면서 중국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의 유럽의회 비준이 보류된 터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러관계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은 중국 외교에 큰 악재였다.


그렇다면 중국 내부에서 그동안 서방의 국가들이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개선하면서 조심스럽게 외교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인류의 공의를 위해 러시아에 의한 전쟁을 비판하는 것이 마땅할 터인데 그러한 개선 의지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윽박지르면서 무조건 중국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우격다짐한다면 누가 중국의 편에 서서 손을 마주 잡겠는가?


[갈수록 중국 외교는 고립될 것]


지금 중국 지도부는 한마디로 우물안에 갇혀 있다. 자신들만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세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 중화주의적 가치관에 도취되어 있다.


그런 방식의 사고관을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중국의 외교는 갈수록 고립되어 갈 것이고, 시진핑의 중국은 수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치면서 좌초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이번 EU와의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것이고 그러한 중국의 외교자세에 대해 EU의 보렐 대표가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치 귀머거리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면서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외교를 신랄하게 비판한 호세프 보렐 대표의 발언을 중국 지도부가 경청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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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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