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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도시들을 돌아보니.... - 참혹한 전장, “러시아, 계획적 대학살” - 러시아군의 잔학행위, 온 세계가 분노 - 우크라이나 참상 여파, 전쟁 상황 바꿀 가능성
  • 기사등록 2022-04-04 22:52:42
  • 수정 2022-04-05 06: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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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도시 돌아보니... “러, 계획적 대학살”]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주변 등 북부지역을 수복하면서 전쟁의 참혹한 흔적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키이우 인근에서 100여구의 민간인이 집단 학살당한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의 기관이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키이우 인근에서 100여구의 민간인이 집단 학살당한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의 기관이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을 포함해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드러난 전쟁의 참상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인해 러시아군은 수일 전부터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군은 퇴각하는 러시아군을 쫓아가며 이들을 북쪽 국경까지 밀어냈다.


그런데 키이우 인근 북부 도시들을 수복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너무나도 참혹한 장면들을 목격하게 된다. 특히 키이우 북서쪽 외곽 도시 부차에서는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들이 다수가 발견되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두 손이 결박된 상태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현재까지 280여구의 시신을 매장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신이 있다”며 “사망자들의 손은 결박돼 있었고 뒤통수 쪽에 총을 맞았다. 14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소년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군이 탱크와 군용차 등을 겨냥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어린이들을 차량 앞에 태워 '인간 방패'로 썼다는 주장도 나왔고, 현지 주민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자신들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지 못하도록 러시아군이 다수 전장에서 아이들을 인질로 붙잡았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대해 WSJ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최근 며칠간 탈환한 도시들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으며 이중 140여구가 법의학 전문가들의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러시아군이 5주 이상 점거한 부차와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나타난 대량 학살을 1995년 스레브레니차 대학살과 비교했다”고 WSJ은 전했다.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은 보스니아 내전 중에 생긴 대학살로 스레브레니차 공화국 군대에 의해 인종청소의 일환으로 벌어진 사건을 말한다.


[러시아군의 잔학행위, 온 세계가 분노]


러시아군이 물러난 자리에서 집단학살 등의 잔혹한 장면들이 드러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행동은 집단학살”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번 참상에 대한 특별조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NYT는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로 와서 쓰러진 민간인들의 참상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렇게 러시아군의 잔혹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온 세계가 들끓고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CNN 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해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된 뒤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는 데 대해 “이러한 사진을 볼 때면 매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우리는 러시아군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취합할 관련 기관과 조직에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적절한 기관이나 기구에서 모든 정보를 하나로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확인해 그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3월 2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해선 “우리는 매일 기존 제재를 강화하고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며 “그 결과의 하나로 러시아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국가들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강력히 규탄하며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한목소리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예고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를 저지른 러시아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부차 대학살'(BuchaMassacr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올린 글에서 “러시아군이 키이우 북서쪽 외곽 도시 부차에서 저지른 잔혹한 행위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러시아에 추가 제재가 내려질 것이며, 우크라이나에는 추가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셸 의장은 아울러 “현재 EU가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확보해 ICC에 제출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EU 이사회 의장국인 프랑스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맡은 독일도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을 규탄하며 강력한 제재를 약속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 당국이 이러한 범죄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부차 등 여러 마을에서 저지른 대규모 학대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ICC와 협력해서 책임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도 일간 빌트와 인터뷰에서 “이 끔찍한 전쟁범죄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서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해 EU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부 장관도 트위터에 “푸틴의 광기 어린 폭력으로 무고한 가족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며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도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도시 이르핀과 부차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민간인을 공격한 러시아를 ICC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러스 장관은 이어 “러시아가 정당한 이유 없이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것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면서 “러시아가 저지른 잔혹 행위를 허위 정보로 은폐하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영국은 ICC가 수행하는 조사를 전적으로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죽은 민간인의 사진에 ‘충격’을 표하며 “독립적인 조사가 효과적인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푸틴 강력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도 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갈등을 조장하는 ‘시대착오적’ 지도자”라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교황이 푸틴 대통령을 지목해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이날 지중해 섬나라 몰타 방문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오직 죽음, 파괴, 증오만을 초래하는 전쟁의 차가운 바람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휩쓸고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철없고 파괴적인 침공”이라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그로 인해 (전 세계에)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교황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호소해 왔지만 푸틴이나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며 “이날 발언은 푸틴에 대해 교황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키이우 방문도 고려중인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이날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키이우 방문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이 피란민들이 몰리는 우크라이나 인접국 몰타에 방문했기 때문에 곧이어 키이우 방문도 가능하다”며 “전쟁 중단을 위한 큰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참상 여파, 전쟁 상황 바꿀 가능성]


이렇게 러시아의 잔혹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그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러시아의 만행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력하게 해야 하고 더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이전 강화도 필요하다는 여론들이 들끓고 있다. 또한 일부 국가가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 가스를 계속 구매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에 진행되는 평화협상의 진전 역시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로 그동안 러시아의 가스 수입 중단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독일도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크리스티네 람브레흐트(Christine Lambrecht)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각) “부차의 잔학행위에 비춰볼 때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람브레흐트 장관은 이날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와의 인터뷰에서 키이우 인근에서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범죄에 대응하지 않고 지나가면 안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그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느끼게 될 것”이라며 “서방이 며칠 안으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전쟁 범죄 조사는 본격화될 것이며 다양한 차원에서 전쟁범죄 조사를 위한 증거수집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


실제로 이미 증거조사에 착수한 휴먼라이트워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일어난 잔학행위들은 그 규모와 행위 내용 측면에서 충격적”이라면서도 “러시아의 잔학행위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는 있지만 실제 처벌로 가기까지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고 했다.


국제법에 따르면, 전쟁 당사자가 민간인과 전쟁 포로를 의도적으로 살해하거나 사유 재산을 파괴하고 고문, 성폭력, 약탈 또는 기타 금지된 행위에 가담한 경우 기소될 수 있다 .


[러시아, 전쟁 범죄 행위 모두 부인]


한편 키이우 인근 도시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부차에서 군대가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부차 마을이 러시아 통제 하에 있는 동안 ‘단 한 명의’ 민간인도 부상당하지 않았다”면서 “이 지역의 사진과 영상은 모두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평화 협상을 방해하고 부차에서의 도발을 빌미로 폭력 사태를 확대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시도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명백한 민간인 학살의 증거가 있는데도 러시아 당국은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으며 오히려 뻔뻔하게 적반하장의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이번 우크라이나에서의 만행 여파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만큼 러시아에게 엄청나게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렇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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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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