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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우크라 협상단,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 - 첼시 구단주와 우크라 협상단 2명 독극물 중독 의심 - 美-우크라당국, "중독이 아니라 환경적 이유 때문" - 시들지 않은 의심, 러시아가 배후에 있나?
  • 기사등록 2022-03-30 14: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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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협상단, 독극물 중독 증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의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와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일부가 최근 키이우(키예프) 회담 후 독극물로 보이는 물질에 의한 중독 의심 증세를 겪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 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아브라모비치와 최소 2명의 우크라이나 협상단 고위 멤버에게서 충혈, 고통을 수반한 눈물 지속, 얼굴과 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아브라모비치와 최소 2명의 우크라이나 협상단 고위 멤버에게서 충혈, 고통을 수반한 눈물 지속, 얼굴과 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서 “중독 증상을 겪은 우크라이나 협상단 멤버 중 한 명은 크롬반도의 타타르인 국회의원인 루스템 우메로프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중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몇 시간 동안 실명을 했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유럽의 탐사전문 매체 벨링캣이 이들 3명 모두 중독 의심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물과 초콜릿만을 섭취했다고 밝혔다”면서 “아브라모비치는 회의를 끝내고 키이우의 한 아파트로 이동한 뒤 중독 증세를 보였지만, 다음날 르비우를 거쳐 폴란드와 이스탄불까지 이동하면서 회담을 소화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이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고 현재는 증세가 완화됐다”면서 “당시 아브라모비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증세가 없었다”고 전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실 우크라이나 협상단에게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래서 “소식통들은 모스크바의 강경파들이 평화회담을 방해하기 위해 비밀리에 이들을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방 전문가들은 생화학 무기 또는 일종의 전자기 방사선 공격에 의해 초래된 증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면서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2020년 신경작용제 중독 사건을 조사했던 유럽의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벨링캣(Bellingcat)의 크리스토 그로체프가 이번 아브라모비치 등의 중독 증상도 조사하고 있다”면서 “그로체프는 이들의 증상을 찍은 사진을 살펴보기는 했으나, 협상단 일정이 너무 바빠 샘플을 채취하지 못했지만 일단 이들에게서 나타난 증상으로 봤을 때 포르피린과 유기인산염 또는 이환계 물질의 변이형인 듯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한 포렌식팀도 조사에 나섰지만 독극물을 발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면서 “이번 공격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살해 목적이 아니라 경고를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의 중독설과 관련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선을 긋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의 한 익명의 관리의 말을 빌어 “중독이 아니라 환경적 이유 때문이라는 첩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추측과 다양한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뉴스와 선정적인 내용에 목말라 있다”면서도 “난 러시아와 협상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급적 겉면도 만지면 안 된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러시아측은 의심되는 중독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WSJ의 요구에 대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시들지 않은 의심, 러시아가 배후에 있나?]


분명한 것은 러시아 재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팀의 중독설과 관련해 분명하게 증거가 나온 것은 없다는 점이다. 이상 증상은 분명 있었지만 이에 대해 의혹만 난무할 뿐이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분명히 이번 사건의 배후일 것이라고 단정짓는 이유는 전과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푸틴의 정적들이나 반 푸틴 인사들을 처리하기 위해 독극물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2004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에 맞섰던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후보 빅토르 유센코도 다이옥신 중독으로 얼굴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당시 유센코의 지지자들은 FSB를 배후로 지목했다.


2006년에는 영국으로 망명해서까지 반푸틴 운동을 펼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라는 전직 러시아 정보 요원이 영국 런던 호텔에서 독살당했다.


이 물질이 섞인 차를 마신 그는 3주 만에 사망했는데 숨지기 직전 머리털이 몽땅 빠진 채 앙상한 그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영국 당국은 10년간 조사를 벌인 끝에 살해 배후로 FSB를 지목했고,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 아래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8년 4월에도 전 러시아군 정보총국(GRU) 대령 출신인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33)이 영국의 솔즈베리 한 쇼핑센터 벤치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들은 알 수 없는 물질에 노출된 뒤 중상을 입었다.


스크리팔은 2006년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분을 넘긴 뒤 반역죄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첫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넘어왔다. BBC에 따르면, 스크리팔의 아내와 아들, 그의 형도 모두 최근 2년 새 숨졌다. 영국 정보당국은 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푸틴의 정적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 공격 역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는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들어갔다. 당시 비행기는 옴스크에 비상착륙을 했고, 즉각 옴스크 병원으로 후송됐다가 사흘후 독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18일만에 의식을 회복한 그는 재활치료를 받은 후 2021년 1월 17일 러시아로 되돌아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즉시 체포돼 수감됐다.


당시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의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으며 러시아 수사당국도 근거 부족을 이유로 수사착수조차 하지 않아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 재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팀의 중독설에 러시아가 그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 그로체프의 단정처럼 단순한 경고의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의 확대를 더 이상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반전의 인물, 러시아 재벌 아브라모비치]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 재벌인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것이다. 첼시를 EPL 명문클럽으로 키운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재벌이라는 이유로 영국 정부로부터 영국 내의 자산을 동결당했고, 첼시 역시 혹독한 조치를 당했다.


결국 아브라모비치는 "첼시를 매각하겠다"고 공개 선언했지만 첼시에 대한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적 러시아 규탄이 일어났고,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아브라모비치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아브라모비치에게 대반전이 일어났다. WSJ은 “영국 축구구단인 첼시의 소유자이면서 포르투칼의 시민권도 가지고 있는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휴전 협상 초기부터 긴밀히 관여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 문제와 포위된 도시인 마리우폴 시민의 안전 대피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왔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월말 벨라루스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며 키이우와 모스크바 사이에 휴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었을 때, 크렘린궁과의 백채널 역할을 맡았으며,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푸틴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졌을 정도로 휴전협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면서 “이번 독극물로 추정되는 중독 사건이 있었음에도 휴전협상에 계속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또 “아브라모비치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출신이어서 더 애착을 갖고 이번 일에 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 완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고, 러시아의 전쟁 침공을 억제하는데 역할을 했다”면서 “아브라모비치는 화학무기 중독이 의심되는 증상을 겪었으며, 눈과 피부에 염증이 생겼고, 화학무기에 감염증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면서 “아브라모비치에게 제재를 부과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구단 첼시의 구단주로, 현재 영국과 유럽연합(EU) 제재 대상으로 오른 것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제재 중단을 요청했다는 것은 그만큼 젤렌스키 역시 아브라모비치를 신뢰하고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아브라모비치는 현재 폴란드, 우크라이나, 이스탄불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전쟁 당사국 간의 중재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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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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