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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무너지는 푸틴의 철옹성 - 러시아 내부에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 확산 - 러시아 연방보안국내 쿠데타 가능성도 제기 - 러시아내 반전여론 확산 막기 위해 안간힘 쓰는 푸틴
  • 기사등록 2022-03-24 22:22:59
  • 수정 2022-03-25 07: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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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일고 있는 푸틴 리더십 비판]


푸틴에 의해 감행된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상외의 결과를 보이면서 결국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군 퇴역 장교 등 러시아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하여 “러시아 내부에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군 퇴역 장교 등 러시아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하여 “러시아 내부에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우선 러시아 군 장교들과 퇴역 장교 그룹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 그룹의 대표인 레오니드 이바쇼프(Leonid Ivashov) 예비역 장군은 이번 주 작성한 선언문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은 무익하고 극도로 위험할 것’이라면서 ‘수천 명의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을 평생 적으로 만들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전쟁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며 러시아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들 예비역 군인들이 이렇게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을 하는 것은 우선 희생자가 너무 많고 러시아의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 전쟁에서 사망한 러시아군 장성만해도 6명이고 지휘관급까지 합친다면 20여명이나 된다. 또 NATO에 의하면 지난 한달간 전투에서 사망한 러시아군인은 최대 1만 5천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10년 넘게 이어진 체첸 전쟁에서 잃은 1만 1천명의 군사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피해 사실이 러시아 내부에서도 전파되면서 푸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군사분석가인 파벨 루진은 “소련과 러시아 군대가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큰 손실을 본 것은 수십 년만에 처음”이라면서 푸틴의 지도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퇴역 중장이자 러시아 국영 TV 해설가인 예브게니 부진스키(Yevgeny Buzhinsky)도 “그들(우크라이나군)이 그렇게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의 판단력과 정보력 부족을 비판했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에서의 전략실패가 러시아 지도부내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러시아 군사·안보 서비스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Andrei Soldatov)의 분석이기도 하다. 솔다토프는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스파이 모집과 교란 작전을 감독하는 러시아 정보당국 고위 관리가 부국장과 함께 가택연금에 처해졌다”고 전했다.


NYT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러시아 고위 장군들의 죽음이 러시아 지도부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면서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지휘부의 사망은 러시아의 안보적 실패나 다름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군사력에 심각한 손실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에서 복무했던 미국 사령관 벤 호지스(Ben Hodges) 전 중장은 “현대전에서는 많은 장군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인 조셉 보텔(Joseph L. Votel) 장군도 지휘부의 사망과 관련, “일부 러시아 부대는 임무를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장비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군 지휘부가) 자국 부대의 활동을 감시하고 전투에 계속 참여시키도록 독려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도부들,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의사 표명]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는 군부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지도층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러시아 내부의 반전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23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경제 측근이자 기후변화 등 국제기구와 관계를 전담하는 특별대사직로 활동하고 있는 추바이스(Anatoly Chubais)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직 의사를 전달하고 러시아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66세인 추바이스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시장경제 개혁을 이끌어 ‘사유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고, 더불어 푸틴 정부에서 서방 관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몇 안 되는 인물로 손꼽힌다. CNN은 그를 "전쟁이 시작된 후 사임한 가장 고위급 인사"라고 평가했다.


또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수석 경제 고문이자 2018년까지 부총리를 지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도 지난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한 이후 국영 스콜코보 기술기금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한마디로 푸틴의 최측근들마저 그의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국영방송 직원들까지 이례적으로 반전 목소리]


이렇게 러시아의 최고위 지도부들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의 러시아 언론인들도 푸틴 정권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 정부의 입 역할을 해온 러시아 국영방송사 기자와 직원들이 더는 나팔수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유럽 특파원 잔나 아갈라코바는 지난 3일(현지시간) 사직서를 제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자사의 편향적인 보도를 더이상 견딜 수 없어서다.


아갈라코바는 22일 퇴사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서서 “러시아 언론들은 크렘린궁에 의해 수년 동안 거짓말과 선전을 방송하도록 명령받았고, 독립성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 결과 러시아인들은 '좀비화'됐다”며 “나의 기자 인생은 타협의 연속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4일 채널1의 생방송 뉴스가 진행되는 스튜디오에 뛰어들어 '전쟁 반대, 선전 선동을 멈춰라'는 문구를 들어보였던 프로듀서 마리아 오브샤니코바도 사직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국영방송사 소속 언론인들도 줄줄이 사직서를 던지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NTV의 원로 언론인 바딤 글러스케르와 2006년부터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했던 릴라 길데예바가 회사를 떠났다.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장을 지낸 마리아 바로노바도 퇴사했다. 바로노바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평판을 무너뜨렸으며 러시아 경제는 죽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내 쿠데타 가능성도 제기]


또 하나 충격적인 것은 러시아의 핵심 정보기관에서 쿠데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보기관의 한 내부고발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푸틴에 대한 연방보안국(FSB)의 쿠데타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이 내부고발자는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 이후 러시아 보안부서가 혼란과 불만에 휩싸였다고 말했다”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함락을 계획대로 하지 못한 모든 책임을 정보기관에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FSB는 그동안 일반 시민들보다 훨씬 연봉을 받았으며 그들이 사는 아파트가 따로 있을 정도로 대우를 받아 왔는데 이들에 대해서도 서방세계의 제재 여파가 커지면서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러시아의 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FSB는 물론이고 치안부대 내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러한 사실을 더타임스에 공개한 오세킨(Osechkin)은 “FSB내의 반란 가능성을 FSB의 내부고발자를 통해 입수했다”면서 “내부고발자는 지난 4일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치독일의 붕괴에 비유될 수 있는 ‘완전한 실패’라면서 방대한 양의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세킨은 “내부고발자가 보내온 가장 최근의 문서(11일자)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헤르손(Kherson)에 침투해 테러를 일으키고 주민들을 납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고발했다.


더타임스는 “러시아 당국이 FSB내의 내부고발자를 찾기 위해 간부 2명을 연금시키고 20명에 대해 가택수색을 단행했다”면서 “그럼에도 이 내부고발자는 아직까지 무사하다”고 전했다.


[러시아 내부 혼란, 푸틴에게 어떠한 영향 미칠까?]


이렇게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푸틴의 위상 또한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측되어 왔던 바다. 그런데 그 예상대로 전쟁 한달여가 지나가면서 우선 러시아의 지도부부터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같이 공포정치가 강력한 나라에서 지도부들이 공공연하게 푸틴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한마디로 러시아내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 당국은 반전 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한 언론 통제를 실시하고 있고 또한 러시아에게 불리한 내용을 발설하게 되면 즉각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면서 최고 15년형을 구형하고 있다.


문제는 전쟁이 길어지고 특히 전장에서의 희생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러시아 국민들의 반전 여론도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러시아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사가 있는 그대로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푸틴은 물론이고 러시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내에 민간인 희생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 군인들의 피해도 겨우 5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우크라이나의 진실이 러시아내로 파고들게 되면, 여기에 러시아군의 사망자수가 1만 여명을 훌쩍 넘어섰다는 소식이 퍼지게 된다면 그땐 러시아 내부의 반전 여론이 어떤 식으로 확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그대로 전하는 기자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면서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최근까지 남아 참상을 알리던 AP통신 영상 취재기자의 취재기가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지에 실렸다.


그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시설 공격을 전했다. 특히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과 대피하는 산모의 모습 등을 찍으며 참상을 전했다. 9일에는 그 기자가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을 담아 세상에 알렸다. 이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자 서방의 여론은 들끓었다. 러시아는 이들의 사진이 가짜라며 임신한 여성이 배우라고 주장했다.


이들 기자들은 15일 엄청난 위기를 맞는다. 러시아군이 그 기자들을 찾아 수색에 나섰기 때문이다. 병원까지 뒤쫓아 오자 우크라이나 의사들은 황급히 이 기자들에게 의사가운을 입혀 대피시켰다. 그리고 잠시후 우크라이나 탱크가 와서 이들을 호위해 피신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 사람을 지하실로 대피시킨 군인은 이들에게 "러시아군이 당신들을 잡으면 두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운 뒤 지금까지 찍은 영상과 사진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게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신들이 한 모든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진실을 덮으려는 러시아의 횡포는 진실을 알리려는 기자들의 노고 때문에 모두가 폭로되고 있다. 이렇게 러시아는 지금 진실이 두렵다. 그래서 기를 쓰고 진실이 러시아내로 퍼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러시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돈, 이제 그 끝이 올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실이 어둠을 뚫고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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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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