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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독일 메르켈이 러시아를 괴물로 만들었다! - 메르켈의 러시아 에너지의존정책이 푸틴을 오만하게 만들어 -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사회를 좌지우지하게 만들어 - "푸틴과 손잡기 고집,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지정학적 계산 착오”
  • 기사등록 2022-03-23 14:00:07
  • 수정 2022-03-23 15: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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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에너지정책이 러시아를 괴물로 만들었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전 독일 총리가 퇴임한 지 석 달여 만에 그동안 칭송받던 ‘무티(Muttiㆍ엄마) 리더십’이 아니라 부정적 재평가로 전 세계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핵심은 메르켈 전 총리가 재임 당시 추진했던 강력한 탈(脫)원전 정책의 여파로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러시아산(産)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의 만용을 자초했다. 더불어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인질로 삼으면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횡포에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도 대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푸틴의 전쟁과 메르켈 유산의 재평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창한 러시아어로 모스크바와 에너지 동맹을 맺어온 메르켈식 독일 정치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푸틴의 전쟁과 메르켈 유산의 재평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창한 러시아어로 모스크바와 에너지 동맹을 맺어온 메르켈식 독일 정치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올라프 숄츠 신임 총리는 메르켈이 추구했던 대외 경제정책의 핵심을 확고하게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관해 독일 싱크탱크인 마셜펀드의 야콥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CNBC에 “독일의 대외정책이 러시아가 안정 지향적인 행위자가 아니라 공격적인 제국주의자 세력이라는 데 기반을 두는 쪽으로 변화했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지난 2월 노르트 스트림 2 사업 승인 절차를 중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CNBC는 그러면서 파리비즈니스스쿨의 알베르토 알레마노 교수의 말을 인용해 “메르켈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지나치게 상호 의존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유럽 전체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를 약화시켰다”면서 “숄츠 총리도 처음에는 메르켈의 정책을 존중하려 했지만 러시아의 본성을 깨닫고 이를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영국의 유력지인 더타임스도 지난 3일 ‘메르켈의 레거시는 망가졌다’는 칼럼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메르켈의 유산은 망가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유력지인 더타임스도 지난 3일 ‘메르켈의 레거시는 망가졌다’는 칼럼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메르켈의 유산은 망가졌다”면서 “계속해서 푸틴과 손잡기를 고집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지정학적 계산 착오”라고 평가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독일이 스스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모스크바의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보면서 푸틴은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독일이 철저하게 러시아에 의존하는 메르켈 주의가 푸틴을 대담하게 만들었으며 또한 메르켈에 의해 모스크바의 금고가 가득해지면서 푸틴에게 유럽을 만만하게 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더타임스의 평가다.


실제로 독일은 가스의 55%, 석탄의 45%, 석유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공급원 대비 비율도 러시아가 가장 높다.


AFP통신도 3월 12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메르켈의 유산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며 “유일하게 푸틴을 설득해 분쟁 해결을 주도하던 메르켈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폭탄이 떨어진 뒤부터 독일을 취약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FP는 “노르트 스트림 2는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독일을 무력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또한 독일 보수 일간지 디 벨트(Die Welt)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독일과 유럽이 지난 며칠간 겪은 일은 전제군주와의 조약을 통해 평화와 자유를 보장하려던 메르켈 내각의 정책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입증한다”면서 “푸틴과 데탕트 정책을 추진하고 에너지 사업 계약과 조약에 정권을 묶어두려 했던 메르켈의 시도는 이제 ‘완전한 실수’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역시 “메르켈은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적 유대를 모색하려는 열망으로 독일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끔찍한 실수”라고 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모든 전쟁은 지도자의 평판을 단번에 뒤집는다”면서 “메르켈은 이제 ‘푸틴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간과하고 나토(NATO)의 방위력에 기여하지 않은 지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왜 러시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는 왜 이렇게 독일의 에너지 정책을 러시아 의존도를 높이는 쪽으로 펼치게 되었을까?


사실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독일의 높은 의존도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부터 유지해온 탈원전 정책과 연관이 깊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일이 원전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과학자 출신인 메르켈이 집권하면서 탈원전 정책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로를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메르켈은 탈원전 정책을 통해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러시아의 가스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12년부터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2’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당장 원자로를 폐쇄하자 전기료가 급등하고 석탄 사용과 탄소 배출량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 북부와 독일을 연결하는 1230㎞의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 2’는 건설과정에서부터 미국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러시아가 이를 발판으로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거란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그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당시 총리는 가스관 사업과 정치적 문제는 별개라고 맞섰다. 더불어 러시아는 이미 유럽사회의 일원이 되었으며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독일이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렇게 강력하게 노르트스트림2의 추진을 밀어붙이자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독일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결국 2021년 7월 ‘러시아의 에너지 우위를 견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조건하에 건설을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우려는 적중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사회를 좌지우지하려 했으며, 더더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음에도 러시아의 에너지에 발목잡힌 유럽사회가 제대로 대 러시아 제재도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가 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일이 에너지 안정 수급을 위해 러시아에 영혼을 팔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독일의 숄츠 총리는 노드 스트림 2의 가스관 사업 승인 절차를 지난 2월 22일 중단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독립을 인정하고 이 지역에 군을 투입키로 한 데 대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독일은 당장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이 없으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독일은 3월 7일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산 가스·석유 수입 금지 요구를 거절했다. 에너지를 제외한 제재에는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원인은 역시 메르켈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탈원전 때문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보급이 없이는 독일이 생존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은 ‘무기 수출 불가’ 원칙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와 지대공 미사일 등 살상용 무기를 제공하고 자국 국방력 증강에 연간 1000억유로(약 137조7000억원)를 투입키로 했지만, 그럼에도 에너지 제재에는 선을 그었다. 숄츠 총리는 “유럽의 난방·이동·전력·산업을 위한 에너지를 (러시아 외) 다른 방식으로 확보할 수 없다”면서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이미 독일의 전기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h당 31.94센트(약 440원)로 한국의 세 배 이상이다. 그런데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까지 중단되면 전기료 추가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


그래서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자국 에너지 공급업체 RWE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 “수주일 정도의 짧은 시간밖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지나치게 러시아에 의존하도록 만든 메르켈의 에너지 정책 때문에 지금 독일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 더타임스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노드스트림2 가스관은 이미 망했고, 메르켈의 레거시 역시 마찬가지로 망했다”며 “메르켈 총리가 푸틴과 계속해서 손을 잡기로 고집했던 것은 시대적 망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던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독일의 딜레마는 메르켈이 러시아를 대안으로 삼아 적극 주도한 탈원전 정책의 결과”라며 “푸틴에게 독일의 탈핵(脫核) 정책은 절대적인 횡재”라고 했다.


FT는 이어 “러시아에 대한 EU의 과도한 에너지 의존이 대러시아 공동 전선의 ‘약한 고리’로 부각됐다”며 “16년에 걸쳐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 메르켈의 소신과 철학이 역설적으로 현재의 지정학적 질서와 정면으로 부딪친다”고도 했다.


[독일 슈뢰더 전 총리도 비난의 화살 받아]


메르켈 전 총리와 함께 지금의 사태를 만든 장본인 중의 한 사람으로 메르켈의 전임자면서 탈원전을 추진했던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다. 슈뢰더는 독일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탈원전을 시행에 옮겼고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도입을 위해 노르트스트림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슈뢰더의 행태는 가혹한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선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이사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는데다가 또 다른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이사장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 로스네프트는 노드스트림 2 가스관을 건설한 회사이기도 하고, 미국의 대러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슈뢰더는 지난 2월 24일, “필요한 제재는 취해야겠지만, 유럽과 러시아를 이어온 유대가 끊어지지는 않아야 한다”면서 러시아를 일부 옹호하고 있고, 3월 10일에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과 만나 종전을 위한 중재에 나섰다고 독일 주간지 ‘빌트암존탁’이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굳건한 유대를 가지고 있는 권력자의 추한 모습을 목도하면서 권력자의 타락이 지금 유럽사회를 이렇게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유럽사회가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5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서방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푸틴에게 의존하는 한, 그는 이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라면서 “세계가 러시아 석유와 가스 의존에서 벗어난다면 푸틴 대통령의 돈줄을 끊고 그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는 “2014년 푸틴 대통령이 크롬반도를 병합했을 때 서방 국가들은 끔찍한 실수를 했다”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해서 영토 상당 부분을 가져갔는데도 그대로 뒀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제관계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또 기자들에게 “푸틴은 서방 국가들을 러시아 가스와 석유에 빠져들게 한 마약상 같다”면서 “러시아 가스·석유 의존을 끊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임에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EU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에 너무 중독되어 있다가 이제야 그 미몽에서 깨어나면서 제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승패와 관계없이 앞으로 러시아 경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계기를 만든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사실 러시아는 광대한 탄화수소 자원을 갖고 있지만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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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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