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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만에 자신감 심어준 우크라이나 전쟁 - 비대칭 전략무기 강화에 초점 맞춘 대만, 고슴도치 전략 구사 - 대만인들도 자신감 회복, “중국과 싸우겠다” - 중국, 대만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
  • 기사등록 2022-03-22 13:39:00
  • 수정 2022-03-22 15: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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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자신감 심어준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중국은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今日烏克蘭明日臺灣)”이라는 구호가 나올 정도로 환호했다.


사실 중국은 러시아 편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인지하고 있었으며 중러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사실상 러시아를 적극 지원했다. 그리고 서방진영이 러시아 제재에 나섰을 때 그러한 러시아를 경제적·군사적으로 지원하려고 했다.


중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러시아 편에 선 것은 결국 미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미국이 특히 러시아와 중국의 두 개에 걸친 전선을 동시에 이끌어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당연히 대만은 긴장했다. 대만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직접 파견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물론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군을 직접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온 반면, 대만에 대해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에도 “중국이 공격하면 방어할 것”이라고 해왔지만 그럼에도 ‘혹시’하는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처음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세계 제2위의 군사대국 러시아군과 맞붙어서 의외의 전과를 올리고, 오히려 당당하게 국토를 방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만인들의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우크라이나가 중국 인민해방군이 공격을 해왔을 때 더욱 큰 군대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대만에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우크라이나가 중국 인민해방군이 공격을 해왔을 때 더욱 큰 군대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대만에 보여주고 있다”며 “훨씬 강력한 러시아군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방어는 (대만에) 비대칭 전력과 예비군의 힘에 관한 교훈을 준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추궈정 대만 국방부 장관이 최근 입법원(국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동이 쉽고 조작하기 쉬운 무기들을 활용한 비대칭 전투로 어떻게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내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가 도출할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군사적 열세에도 우크라이나가 독특한 국내 전장 상황과 비대칭 전투 능력을 활용해 러시아라는 거대한 적에 저항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대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중국의 공격에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또 어떻게 중국의 공격에 대항할 것인지 전략까지 세울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비대칭 전략무기 강화에 초점 맞춘 대만]


미국은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비대칭 전투능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이의 확장을 시도해 왔다.


지난 10일 미국의 상원청문회에서 국방부의 마라칼린(Mara Karlin) 차관보는 “우리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고 있는 상황은 매우 가치가 있는 사례”라면서 “대만이 비대칭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제시카 루이스(Jessica Lewis) 차관보도 “우크라이나 위기가 비대칭 전쟁에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면서 “재래식 무기보다 단거리 대공 방어 시스템, 해상 기뢰, 해안 방어 및 순항 미사일과 같은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투에서 미국이 공급한 재블린(FGM-148 Javelin)과 스팅어(FIM-92 Stingers)를 포한한 휴대용 또는 견착용 대전차 및 대공미사일이 러시아의 장갑차와 헬리콥터 등을 파괴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무기였음이 확인되었다”고 SCMP는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대만의 경우, 바다와 공중에 초점을 맞춘 비대칭 전략무기 확충에 힘을 써 왔는데, 이에 따라 대만은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F-16V 전투기, M1A2T 전차,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M109A6 팔라딘 자주포 등 신형 무기를 대거 수입해 전반적으로 방어 무기를 대폭 확충하는 한편 비대칭 전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비대칭 무기들을 해안을 따라 배치함으로써 중국인민해방군의 상륙을 저지하고 또한 공중 목표물이 대만 또는 부속된 섬에 상륙하는 것을 타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한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목표를 직접 타격하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대만의 핵심 비대칭 전력 중 슝펑(雄風)-2E 순항 미사일은 사거리가 1천200㎞에 달해 싼샤댐 같은 중국의 전략 표적을 공격할 수 있으며, 슝펑-3 초음속 대함 미사일도 유사시 대만에 접근하는 중국 함정을 원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어서 중국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목표 지점에 도착해 100여 개의 집속탄 탄두를 한꺼번에 떨어뜨려 중국 동남부 연안의 비행장 활주로를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완젠탄(萬劍彈) 역시 중국의 대만 공격을 주저하게 만드는 핵심 비대칭전력 중의 하나이다.


여기에 대만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탱크와 헬기 등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FIM-92 스팅어 미사일도 확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만 국방연구소의 쑤쭈윤 연구원은 “트럼프 전 행정부 이후 미국은 대만에 18차례 정도 무기를 판매했는데 이중 16차례가 비대칭전력 확보에 집중되었다”면서 “이러한 전략무기들이 대만에게 엄청난 방어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여당인 민진당의 왕팅유 의원도 SCMP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비대칭전력의 확보에 집중함으로써 대만을 완전히 고슴도치로 만들었다”면서 “이러한 계획은 잠재적인 중국인민해방군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의 비대칭전력 확보와 동시에 대만 자체 생산 품목인 미사일의 확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계획으로는 연간 미사일 생산능력을 207대에서 497대로 두 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직 중국 인민해방군 교관 출신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대만 정부는 분명히 재블린과 스팅어를 더 많이 사들일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에 상륙한 후 시가전을 펼칠 때 최대 난관이 될 것”이라고 SCMP에 전망했다.


또한 대만 해군사관학교 교관 출신 군사전문가 루리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대만군 간 잠재적 전투에 대한 피로 얼룩진 전조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절박한 항전은 중국과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대만인만이 대만을 구할 수 있음을 대만인에게 알려주고 있다”면서 “비대칭 전투와 게릴라 전술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칭 전투 능력 증강도 계획하는 대만]


대만이 구상하는 것은 이러한 비대칭전력의 강화 뿐만 아니라 매복 기습 공격, 게릴라전 등을 통한 저항같은 비대칭 전투능력 증강도 포함된다. 특히 전시에 물류 동원,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이러한 능력을 배양하는데도 역점을 둘 전망이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미 전쟁의 일부가 되었다고 대만당국은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동영상을 통한 항전 독려는 대만인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군 입대는 전투태세를 갖춘 예비 전력 유지의 중요성도 드러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대만에서 중국의 침공에 관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대만은 예비군 전력 강화를 강력히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차이잉원 총통도 19일, 예비군 훈련 현장을 찾아 “우크라이나 상황은 국제적 지원과 그외에도 국민의 단결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훈련을 통해 조국을 지키는 일에 대한 단합과 책임감을 더욱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만은 4개월인 의무병들의 복무 기간 중 훈련 강도를 높이는 것과 아울러 의무 군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만이 의무 복무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면 대만은 현재의 모병제 중심에서 징병제 중심으로 돌아서게 된다.


[대만인들도 자신감 회복, “중국과 싸우겠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만인들에게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로 불타게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CMP는 16일, “대만국제전략학회가 지난 11~13일 대만인 10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0.2%가 중국이 침공하면 참전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일 대만 월간지가 실시한 조사에서 40.3%가 참전 의사를 밝힌 것에 비하면 약 1.75배 증가한 수치”다.


대만인들은 또한 “현행 4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약 70%가 찬성했으며, 기존 5일에서 14일로 늘린 예비군 훈련프로그램에 대해서도 70.4%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만인들의 변화와 관련해 왕궁이 중국문화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만인의 이런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직접 파병하지 않는 미국을 보면서, 중국과 무력 충돌이 벌어져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대만인들 사이에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국과의 전면전시 미국의 파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은 47.3%, 긍정적 견해가 42.7%였다. 2020년 10월 설문조사에선 당시 55.1%가 미국의 파병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던 것에 비하면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셈이다.


[중국, 대만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대만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준 반면 중국에게는 사실상 암초를 만난 듯한 절망감을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135km의 대만해협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려면 해군과 공군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바로 그러한 중국의 공격을 미군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다. 이런 점에서 대만의 총병력이 20만명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10분의 1도 안되지만 중국이 쉽게 대만 공격을 상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데 있어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있다. 첫째, 인구와 주요 생산시설이 밀집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중국 주요 대도시들, 즉 경제특구 선전(620㎞), 경제수도 상하이(660㎞), 중국 해군 동해함대와 북해함대 기지가 있는 닝보(530㎞)와 칭다오(1200㎞), 수도 베이징(1700㎞) 등이 대만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는 점이다. 이들 도시들이 타격을 받으면 중국의 모든 정치·경제가 사실상 마비된다.


두 번째로 더 치명적인 것은 대만 미사일 사정권 안에 세계 최대 싼샤(三峽)댐(1200㎞)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만약 싼샤댐이 무너지면 장강 하류의 우한, 난징, 상하이 등의 대도시는 물론 장강 유역의 곡창지대는 모조리 수몰된다. 그러니 중국이 감히 대만을 넘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만인들에게 국토수호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시진핑의 대만 정복 야욕도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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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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