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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초조한 푸틴, 거짓말로 대국민 선전선동 - 전쟁 교착상태에 러시아내 반전여론 확산에 푸틴 초조감 - CNN, "러시아군 사기 떨어지는 민감한 시기에 대국민 선전선동" - 날이 풀리면 러시아내 반전여론은 더욱 거세질 듯
  • 기사등록 2022-03-21 21:07:41
  • 수정 2022-03-22 07: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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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정당” 강조한 푸틴의 연설]


18일(현지 시각) 하얀 터틀넥에 짙은 색 패딩을 입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롬반도 합병 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러시아가 단결됐다며 치켜세웠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러시아 국영방송]


푸틴이 참석한 이날 행사장의 무대에는 ‘나치즘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 대통령을 위해’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푸틴은 5분여의 연설 동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시민에 대한) 학살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 학살을 멈추는 게 이번 특별 군사 작전의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계획을 분명히 완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러시아군을 반기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푸틴은 크롬반도 합병에 대해서도 “크롬반도를 치욕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를 협박하고 있어 이 작전이 필요했다”고 했다.


푸틴은 특히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 역사에서 우리가 이토록 단합된 적은 없다”며 “우리 소년들이 이 전쟁에 나가 싸움을 하는 것이 그 증거”라면서 애국심을 강조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특수작전에 파견된 젊은이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리고 형제처럼 전장의 총알을 서로의 몸으로 막아주면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이 가득한 푸틴의 선전선동 연설]


푸틴의 이날 연설은 대부분이 러시아인들을 현혹하고 혹세무민하는 거짓말로 가득 찼다. 푸틴이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삼은 돈바스 지역에서의 학살 주장부터 완전한 거짓이다. 원래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가 친러반군을 선동하여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하게 하고 그 뒷배가 되어 무기지원까지 해 주었다. 그러한 전투로 인해 양측 모두 희생자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집단학살이라는 것은 완전히 러시아가 만들어낸 허구의 사실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러시아군을 반기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이 완전한 가짜뉴스다. 푸틴은 러시아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우크라이나 인들이 그렇게 환영해 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지만 이 역시 모두 거짓이었음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환영은 커녕 심지어 러시아계 주민들마저 러시아군을 배척하고 철저하게 항거하고 있을 뿐이다.


크롬반도 합병 사유에 대해서도 완전한 거짓이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를 위협한다는 사실 역시 완전한 가짜뉴스다.


푸틴의 거짓말의 하이라이트는 “러시아 역사에서 우리가 이토록 단합된 적은 없다”고 했던 말이다. 러시아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반전시위를 하다 체포됐고 러시아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면서 조국을 떠나는 이들도 수십만에 이른다.


[푸틴의 선전선동 연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이날 푸틴의 연설이 있었던 기념식에 모스크바 경찰은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BBC는 “이 경기장 수용인원이 8만1000명에 불과하다”면서도, “거리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전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상징인 ‘Z’를 적어 넣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분위기를 고조했지만 이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의도적으로 동원된 군중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친정부 행사 때마다 공무원 등을 동원해왔다.


이와 관련해 CNN은 모스크바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받은 초대장을 입수해 공개했는데, 이 초대장에는 참석자가 러시아 국기를 가져와야 하고 복장에 ‘Z’ 마크가 있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CNN은 이어 초대장을 받은 예카테리나(26)의 말을 빌어 “학교에서 참석하라 강요했지만, 나는 도덕적 신념에 반하는 일이라 거부했다”면서 “다른 학교에서 일하는 동료는 거부했다가 해고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강제동원이라는 것이다.


BBC도 경기장 밖에 모인 시민들과 인터뷰를 통해 “참석한 시민들이 대부분 공공기관에 일하는 사람들이며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모스크바 지하철공사’에서 온 한 사람의 경우 “잠깐만 있다 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한 한 학생은 “이 기념식에 가면 이날 학교를 안가도 된다고 했다”며 “(이날 모임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행사인지 몰랐다”고 BBC에 말했다. 그러면서 BBC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화면에 나오는 걸 꺼렸다”고 보도했다.


또 하나 주목을 끌었던 것은 이날 행사를 중계하던 러시아 국영방송에서 푸틴 연설이 끝날 무렵 방송이 갑자기 끊기는 해프닝도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자 방송은 이날 아침 녹화된 국가가 흘러 나왔다. 그 뒤 푸틴 연설 장면은 처음부터 무대 퇴장까지 재방송 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라고 밝혔으나, 이날 행사가 녹화본인지 생방송인지는 공개하길 거부했다. 전후 사정으로 보아 푸틴에 대한 안전을 우려해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생방송인양 방송했다는 것이다.


하나 더. 영국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 현지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와중에도 푸틴 대통령은 비싼 명품 옷을 걸치고 무대에 섰다"며 그의 옷차림에 주목했다. 푸틴이 이날 행사에서 입은 옷은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인 ‘로로피아나’ 제품으로, 가격은 약 1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시민들이 빈곤을 겪고 있을 때, 푸틴 대통령은 1만 200 파운드짜리 디자이너 재킷을 입고 ‘모든 러시아인들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고 비꼬았다. 데일리메일은 이어 “이 로로피아나 재킷은 러시아 화폐로 환산하면 150만 루블 정도”라면서 “지난해 러시아인들의 평균 연봉은 67만 8000루블(약 791만원)로, 푸틴 대통령의 재킷 값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일리메일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일반 국민들의 생활 경제는 무너졌고, 나날이 재정상태는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야만적인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러시아에 있던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으나, 푸틴은 여전히 고급 이탈리아 재킷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왜 이렇게 거짓 선동을 했을까?]


그렇다면 푸틴은 왜 이 시점에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거짓 선동을 했을까? 한마디로 푸틴이 그만큼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푸틴에게 있어서 가장 좋지 않은 시그널은 바로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에 푸틴이 대대적인 선전선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러시아인들의 여론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NN은 “서방세계가 러시아군 병력 손실이 최소 6~7천명에 달한다고 발표했고, 군사들 사기까지 떨어지면서 새로 군을 모집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서 “이렇게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푸틴의 연설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나토군 관계자도 지난 16일, “러시아가 군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러시아가 계속해서 지면서 어려운 상황이라, 시리아 용병이나 러시아 사설 용병처럼 비정규군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서방의 언론에게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내에서는 새로운 병력 충원이 어렵다고 판단해 시리아 등지에서 한 달에 600∼3000달러 정도 받는 대가로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러시아군이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러시아군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러시아인들의 반전 여론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날이 풀리면 러시아내 반전여론은 더욱 거세질 듯]


사실 푸틴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의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반전여론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서방세계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서방 진영의 보이콧에 대한 여파가 지금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이미 서구화되어 있다. 서방진영의 유명한 브랜드들에 그렇게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젠 그러한 브랜드를 대하는 즐거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피부로 느끼는 제재의 효과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의 러시아내 판매 중단으로부터 본격화됐다. 이미 맥도널드는 러시아내 850개의 매장을 32년만에 폐쇄했다. 이러한 폐쇄 사실을 알린 지난 8일에는 전국의 맥도널드 가게에 마지막 빅맥을 먹어 보려는 시민들로 넘쳐 났다. 심지어 한국 돈 만원도 넘지 않는 햄버거 세트를 4만~5만루블(약 35만~44만원)에 되파는 게시물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이뿐 아니다. 젊은이들이 일상으로 즐기던 스타벅스, 코카콜라, 펩시콜라, 나이키, 유니클로 같은 소비재 기업들도 러시아내에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애플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사용이 제한되면서 모스크바 지하철 이용에 엄청난 불편을 느끼게 됐고, 러시아인들의 해외여행도 완전히 가로막혔다. 이러한 글로벌 브랜드의 보이콧은 러시아 시민들의 반전여론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으로 러시아인들에게 반전 여론을 형성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스포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러시아팀이 유럽지역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여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유럽에서 열리는 프리미어리그 등의 모든 축구경기 중계도 중단된다. 심지어 러시아 국가대표팀의 모든 스포츠 경기 참여도 불가능하다.


사실 러시아인들의 스포츠 사랑은 유별나다. 푸틴부터가 대단한 스포츠광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한 스포츠 경기를 이젠 러시아에서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러시아인들에게 엄청난 금단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스포츠 단절이 과연 러시아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푸틴 조차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막을 수 있는 존재는 러시아 국민들 뿐]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뱅크’ 설립자이자 최고 재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하일 프리드만(58)이 미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나 같은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신흥 재벌)들이 제재를 당한다고, 푸틴에게 접근해 ‘전쟁을 멈춰 달라’고 말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푸틴에게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누구든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푸틴의 전쟁 야욕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오직 푸틴만이 결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푸틴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러시아 국민들이다. 러시아인들의 반전 여론이 격화된다면 푸틴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은 러시아내 반전 여론이 더욱 격화되기 전에 서둘러 전쟁을 마쳐야만 한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러시아내의 반전여론도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틴은 지금 마음이 바쁘다. 오죽했으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최첨단의 무기들까지 창고에서 꺼내 우크라이나를 향해 날려 보내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시간은 푸틴편이 아니다. 그래서 푸틴이 지금 초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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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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