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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중정상 정면충돌, 그러나 속내를 보면... - 바이든, 시진핑에 "中, 러시아 지원시 강력한 제재 직면 경고" - 시진핑, 대화 논점 애써 회피하면서 러시아 제재의 부당선 강조 - 시진핑, 中체면세우기 강조했지만 사실 러시아 지원 힘들듯
  • 기사등록 2022-03-20 23:25:37
  • 수정 2022-03-21 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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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한국 시간) 저녁 화상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현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진=백악관]


[미중정상, 우크라이나 사태 두고 정면충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한국 시간) 저녁 화상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현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번 양국 정상간 통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었으며, 지난해 11월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4개월 만이다.


1시간 50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통화에 대해 백악관은 “대화는 러시아의 정당하지 못한 침공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위기에 대한 미국과 동맹의 견해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공격을 자행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제공해서는 안되며, 만약 러시아를 지원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외적으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 요청을 받았고, 무기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거나, 서방 제재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이번 사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위기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이라며 “갈등과 대항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평화와 안보만이 국제사회가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더 심해지면) 세계 경제에 설상가상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동문서답의 시진핑 주석 발언]


사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이 발언한 내용을 보면 동문서답식의 별 의미없는 발언들이 이어졌음을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러시아 지원시의 경고 발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대신 러시아의 안보 우려에 대해 미국과 나토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고 또한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각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화와 담판을 해서 결과를 내고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이 역시 그야말로 허공을 울리는 전혀 의미없는 이야기이다.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영양가도 별로 없는 말들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것은 그만큼 이번 양측 정상간 대화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수세에 몰려 있음을 의미한다.


시 주석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관련된 내용이다. 시 주석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대적인 제재를 부과한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입장을 내비쳤다. 시 주석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로 고통받는 것은 역시 인민들"이라며 "더 심해지면 글로벌 무역·금융·에너지·식량·산업망·공급망 등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설상가상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러한 사태의 발단이 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한 번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한 원인 제공자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이 그로인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만 오히려 미국에 역공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결국 대외적으로 드러난 양 정상간 통화 내용을 보면 각자 할말만 하고 상대방의 견해에 대해서는 거의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현 상황에 대한 원칙적 우려만 확인했을 뿐 전쟁 조기 종식 및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에 구체적으로 합의하거나 진전된 내용을 내놓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해 공세적이었고, 중국은 그러한 미국의 공격적 발언에 대해 즉답은 회피하면서 대화를 강조하는 등의 외교적 해법에 더욱 중점을 둔 동문서답의 통화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인상을 풍겼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국의 전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압박을 가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정면으로 미국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식으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미중정상 통화의 핵심]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번 정상간 통화가 미국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특히 러시아가 중국에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것이 확인된 직후에 열렸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이번 미중정상간 통화의 분명한 목적은 중국이 러시아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원을 하게 되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미국이 경고를 하고, 특히 그러한 강력한 메시지를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취하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중국이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은 해당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삼자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것) 등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지는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이라고 부른 데 이어 17일에는 ‘살인 독재자’ ‘폭력배’라고 칭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을 이렇게 전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도 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명분을 사전에 차단함과 아울러 중국이 러시아에게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강행한다면 푸틴과 같은 꼴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러시아 지원 문제, 애써 회피하는 중국]


미국의 강공에 대해 중국은 일단 러시아에 대한 지원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거센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 및 경제 원조를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 직후 미국 정부는 그러한 보도를 사실로 인정하면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하게 되면 중국 역시 상응하는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한 미국의 분명한 태도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아스토리아호텔에서 만났을 때도 그대로 전달됐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러한 보도 자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미국의 일부 인사가 허위 사실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무책임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줄지어 달리고 있는 사진이 17일쯤부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SCMP는 “이 사진은 지난 14일 (중·러 접경지역인) 헤이룽장성 G301 고속도로에서 찍힌 사진이며, 약 200~300대의 군용 트럭이 (러시아쪽인) 수이펑강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는 설명이 달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인터넷 감독·규제기구인 국가인터넷판공실은 “문제의 사진은 지난해 5월 찍힌 것”이라면서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또한 장소도 헤이룽장성이 아닌 신장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진이 당시 인민해방군 수송부대가 훈련하는 모습이 촬영된 것이며, 인민군의 공식 홍보 사진으로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에도 실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가짜뉴스 관련 내용들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은 지속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내심 러시아 문제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계되어 거론되는 것조차 불편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국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시진핑 장기독재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코 길어져서는 안된다. 곧바로 중국 경제에 악영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입장은 난감하다. 사실상 동맹적 유대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러시아가 빨리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 사태를 마무리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러시아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러시아를 지원하게 되면 당장 중국이 서방진영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경제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진퇴양난이고 이런 이유로 애매모호한 중립적 태도를 보여 왔던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은 사실상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대해서는 중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상당힌 거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내부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변화 조짐들이 보인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던 것을 지난 11일부터 ‘전쟁’이라 표기하기 시작했으며, 15일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스페인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당사자가 아니다"면서 "대러시아 제재에 중국이 영향받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는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인해 그 가치가 폭락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CNN은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은 루블화의 빠른 하락을 내버려 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에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원은 러시아가 보유한 900억 달러 가치의 위안화인데 러시아의 사용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묵묵부답”이라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의 항공기 부품 요구도 중국이 거부했으며, 베이징에 본부를 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시 지난 3일 러시아, 벨라루스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보류하기로 했다.


중국은 지금 이렇게 엄청난 고민 가운데 빠져 있다. 그러나 결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이익을 고려하여 결국 러시아를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의 압박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중국의 입장을 이번 정상간 통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있다. 중국이 뭔가 큰소리를 칠 때, 그 목청의 크기에 관심두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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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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